上林에서/김윤세청정지역다운 축산업의 典型이란돼지를 중심으로 요원(燎原)의 불길처럼 전국으로 번진 구제역의 광풍(狂風)도 이제 따뜻한 신묘년 봄을 맞아 그 기세가 수그러들고 방역 팀들도 철수를 준비하고 있다. 조(兆) 단위를 훌쩍 넘긴 천문학적 국민 혈세(血稅)가 투입되고 시세를 감안한 보상으로 인해 일시에 1백억 원이 넘는 큰돈을 만진 축산농가도 나오고 구제역이 침범하지 않은 청정지역의 축산 농가들은 돼지 값 상승으로 짭짤한 소득을 올리기도 하였다. 구제역 관련 살 처분 농가들이 대체로 반 본전은 건졌다고 자위(自慰)하고 있지만 애정을 갖고 축산업을 해온 농민들 중 상당수는 돈이 문제가 아니라 비명(非命)에 생매장되는 짐승들을 보면서 너무나도 가슴 아픈 나머지 ‘나도 함께 묻어 달라’며 절규하는 안타까운 광경도 매스컴을 통해 보이기도 하였다. 축산의 최종 목적이 살 처분하는 것은 틀림 없다하더라도 어쨌든 고운 정 미운 정 들었던 정든 짐승들을 마음의 준비 없이 보는데서 죽임을 당하거나 생매장 당하는 광경에 받았을 충격은 미루어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문제는 지금부터라도 다음의 구제역 발생을 막거나 안전대책을 마련하는 일인데 한 번 광풍이 휩쓸고 간 뒤 얼마동안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다가 어느 정도 세월이 흐르면 차츰 잊게 마련이고 같은 문제를 자초할 축산방식을 그대로 답습하다가 또다시 비극을 맞게 되고 허둥지둥하며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문제가 막 사그라지어 잠잠해진 지금이 확고한 구제역 대비책을 마련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점을 잊지 말고 철저히 준비하는 것이 좋겠다는 충언을 하는 것이다.물론 직접 축산에 종사하는 입장이 아니어서 제시하는 방안이 비현실적으로 들릴 수도 있고 생각보다 실천하기 어려운 이상론으로 간주될 소지도 있지만 굳이 구제역이 끝난 마당에 또다시 이런 고언(苦言)을 드리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라 같은 문제로 비슷한 비극을 다시금 초래하는 불행을 미리 막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따라서 구체적 방안보다는 큰 틀에서의 방향과 구상이고 최소한 이런 방침에 따라 축산의 정도와 원칙을 지킨다면 인수(人獸)공통의 비극과 더 큰 재앙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어 나름의 소견(所見)을 피력하는 것이다.이 지면을 통해서도 누차 지적한 바대로 밀식(密植)형 공장식 축산의 방식은 한두 가지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언제 어떤 재앙을 부를지 모르는 시한폭탄과도 같은 것으로서 이 방식을 개선하지 않는 한 구제역뿐만 아니라 또 다른 위험들도 얼마든지 닥칠 수 있다는 점을 간과(看過)하지 말아야겠다. 못자리 판에서 어느 정도 벼 싹이 자랐는데도 제 때에 모내기를 하지 않는다면 그 벼들이 정상적으로 자라서 쌀을 제대로 수확할 수 있을 지 생각해보면 아마도 답이 떠오를 것으로 생각된다. 식물이든. 동물이든 밀식의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는 것이고 특히 동물의 경우 밀식에다가 항생제 첨가 사료를 먹이고 운동을 전혀 못하게 하는 반자연적(反自然的) 잔인한 방식의 사육을 통해 천부(天賦)의 정상적 생명력을 지니지 못하고 면역기능을 거의 상실한 극도의 병약(病弱)한 몸으로 버티다가 바람타고 날아오는 바이러스에도 감염되어 그 짧은 비정상적 생애마저 연한을 채우지 못하고 비명에 가게 하는 것은 절대로 조상 대대로 전해져온 뿌리깊은 우리 전통 축산방식이 아니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소. 돼지를 위시하여 개. 닭. 오리. 염소 등 가축들은 저마다 역할도 다르고 먹는 먹이도 다르며 쓰이는 용도도 다 달라서 심지어 사람이 위급할 때 의약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약성(藥性)조차 독특하여 참으로 요긴하게 목숨 값을 하는 존재였지만 지금의 축산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용도에 따라 소박하게 필요한 만큼 기르던 가축이 경제적 소득 추구의 수단으로 산업화하면서 이제 더 이상 한 울타리 안에서 함께 부대끼며 사는 가축(家畜)이 아니라 산업적 생산품목의 하나로 취급되며 저비용 고소득의 경제적 목적을 위해 피도 눈물도 없는 가혹한 짐승 사육의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생명의 존귀함을 무시하거나 외면하는 그 잔인한 마음이 조금 더 확대 이연되어 만에 하나라도 불특정 다수의 사람에게 미치지 않을까 심히 우려스럽다. 짐승에게 함부로 하는 잔인한 마음은 언제라도 꼭지가 돌면 사람에 향할 수도 있을 것이고 이미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특별한 이유도 없이 막연한 적개심을 갖고 무참하게 살인을 저지르는 범죄행위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는데서 그러한 조짐이 싹튼 것 아닌가 하는 걱정마저 드는 것이다.얼마 전 함양출신의 성균관대 교수 강국희 박사. 서울대 백 모 교수를 위시하여 220명의 지식인들이 “밀식 형 축산공장은 바이러스 생산 공장이 될 수밖에 없다”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의 축산방식을 친 자연. 개방형으로 개선하여 구제역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한다”고 발표한 것은 모든 축산농가에서 반드시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는 충언이라 하겠다. 특히 함양처럼 최적의 자연환경을 지닌 청정지역의 축산농가에서 짐승들의 천성(天性)을 거스르지 않고 좀 더 순리적이고 친자연적 축산환경을 조성해 전국의 축산 농가는 물론 세계 유수의 축산 농가들이 벤치마킹하러 몰려드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본지 발행인. 전주대학교 대체의학대학 객원교수>
Select count(idx) from kb_news_coment where link= and !re_id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