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평교회 김지영 목사유난히도 춥고 길었던 겨울도 서서히 막을 내리고. 새 봄을 맞이하고 있다. 찬바람을 막기 위해 쳐 놓았던 비닐도 거두어내고. 오랜만에 창문을 활짝 여니 가슴이 뻥 뚫리는 듯 시원하다. 새 봄을 맞으면서 이제 농부들도 서서히 땅을 갈아엎고 농사채비를 하고. 학생들은 부푼 꿈을 안고 새로운 마음으로 잉크냄새가 아직도 남아있는 새 책을 받아 새롭게 도전하는 3월이다. 우리나라 3월은 참으로 새 학기를 시작하기에 참으로 좋은 시기인 것 같다.언 땅이 녹고. 이제 곧 파란 싹이 삐쭉 얼굴을 내밀며 생명이 약동하기 시작하는 시기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주위를 돌아보면. 이러한 세상의 흐름과는 다른 자리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도 있는 것을 본다. 상급학교 진학에 실패해 어중간한 존재로 다시 시험준비 중인 이들. 무한 경쟁의 시대에 태어나 무한 경쟁의 취업 전선에서 아직도 빈 주머니를 불안해하며 기약없이 취업준비중인 청년들. 구제역으로 자식처럼 키우던 가축을 잃고 텅 비어버린 축사에서 막막한 얼굴을 하는 축산농민들. 등등 우리 사회 보이지 않은 구석에서 실패와 좌절의 눈물을 흘리는 이들이 바로 그들이다. 무슨 말로 그들에게 위로를 하랴! 새 봄이 왔으니. 희망을 가지라 위로하기엔 너무 입에 발린 위로가 될까 두렵다. 그저 주위에 그런 이들을 위해 묵묵히 기도해주며. 절대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말기를 간절히 소망할 뿐이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이도 살아가면서 겪고 싶지 않은 낭패와 실망을 할 때가 있었다. 그 때마다 우연히 책에서 본 미드라쉬(성서구절을 실제상황에 적용하여 해석해 놓은 유대교 해석집)에 나오는 이야기를 잊을 수 없다. 내용은 이렇다. 어느 날 다윗 왕(이스라엘의 최고 임금)이 보석세공인에게 “반지 하나를 만들되 거기에 내가 큰 승리를 거둬 기쁨을 억제하지 못할 때 감정을 조절할 수 있고. 동시에 내가 절망에 빠져 있을 때 다시 내게 기운을 북돋워 줄 수 있는 글귀를 새겨 넣어라” 명령을 내렸다. 좀처럼 그런 글귀가 생각이 나지 않자 보석 세공인은 지혜롭기로 소문난 솔로몬 왕자를 찾아갔다. 도움을 청하니 왕자가 대답했다. “반지에 ‘이것 역시 곧 지나가리라’ 고 새겨 넣으십시오. 왕이 승리감에 도취해 자만할 때. 또는 패배해서 낙심했을 때 그 글귀를 보면 마음이 가라앉을 것입니다”정말 실패하여 나와 타인을 원망하며. 실의에 빠져 있을 때. 나는 이 이야기를 다시 기억한다. 그러면 어느 정도 다시 마음을 추스르고 새로이 마음을 다잡게 된다.사실 이 땅에서 영원한 슬픔. 영원한 고통. 영원한 영광. 영원한 기쁨은 이 땅에 존재하지 않는다. 조금 성공했다고 다 되었다고 자만할 수 없고. 다 무너졌다고 포기할 것도 없다.우리는 모두 세상을 지나가는 나그네이기 때문이다. 다만 혹독한 겨울 중에 있더라도 어김없이 봄은 건너뛰는 일이 없이 우리에게 온다는 것. 자연의 진리를 깊이 깨달을 때에 우리 가슴에는 벌써 봄이 찾아와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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