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갑의 지리산 여행기73편연꽃단지 지킴이 우규태& 공원관리소장 정운상화장실 청소하는 오태임·박두란·이분달 공공근로자매일 쓰레기 줍는 김영기(73)할아버지. 이들이 있으므로 상림공원은 빛을 발한다!상림공원 이렇게 진화된다연극인 무세중 상림연꽃 바라보다 “이 연밭에서 퍼포먼스 하고파!”# 채호기 시인(서울예대 교수)은 수련을 이렇게 노래합니다."수면 위에 빛들이 미끄러진다. 사랑의 피부에 미끄러지는 사랑의 말들처럼수련꽃 무더기 사이로 수많은 물고기의 비늘처럼 요동치는 수없이 미끄러지는 햇빛들어떤 애절한 심정이 저렇듯 반짝이며 미끄러지기만 할까?영원히 만나지 않을 듯 물과 빛은 서로를 섞지 않는데 푸른 물위에 수련은 섬광처럼 희다"# 지난 여름 연극인 무세중(전위예술가) 무나미(무용가) 부부가 수련을 구경하기 위해 함양 상림공원을 찾았습니다. 그때 제(필자)가 가이드 했지요. 선생은 공원을 한바퀴 돌아본 후 “여보게 별천지에 온 기분이 드네. 동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에 온 기분일세? 상림 공원 수백그루의 나무들이 산책길 위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워 이렇게 더운 여름날인데도 이곳은 싸늘할 정도로 시원하구먼.”선생 부부는 공원 사이로 흐르는 실개천 맑은 물 따라 넓디넓은 연못을 향해 걸어가고 있습니다. 선생께서는 수련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보현보살이 머문다는 아미산(峨眉山)이 바로 이곳이구먼. 생을 마감하기 전에 이 연밭 위에서 퍼포먼스(행위예술)를 꼭 하고 싶어. 자네 저 연꽃 심고 가꾸는 이 아는가? 알면 좀 소개시켜 주시게. 연꽃이 어떻게 피고 지는지 알아야 퍼포먼스를 할 게 아닌가?”#양선희 작가는 함양 안의 사람입니다. 현재 강원도 원주서 살고 있습니다. 그는 시나리오 <지독한 사랑> 수필집 <엄마생각>를 상재했지요. 무 선생 부부가 상림공원 구경한 다음날양 작가가 상림을 찾았습니다. 양 작가는 글 솜씨도 빼어나지만 예술사진 촬영가로도 이름 높습니다. 그의 책 <엄마생각> 속에는 상림공원 연꽃들이 화려하게 피어 있습니다. 신새벽 연꽃이 피어날 때 연밭 징검다리 위에 쪼그려 앉아 연꽃을 촬영하고 있는 양 작가 모습을 보노라니 안나푸르나를 등정하는 산악인 모습 그 자체였습니다.제가 "양 작가 오늘은 휴일도 아닌데 어찌 오셨소?"라고 물었더니 "아름다운 연꽃을 촬영하려면 택일을 잘해야 해요. 상림공원 연꽃 지킴이. 우 선생에게 전화를 했더니 오늘이 길일(吉日)이라 해서 후후"무세중 선생이 찾고 싶어하는 사람. 양 작가에게 연꽃 만개 타임을 점지해 준 사람…우규태(상림공원 연밭지기). ▲ 우규태씨 저는 지금 함양 상림공원의 숨은 일꾼 우규태씨 만나기 위해 길을 떠납니다. 2011년 1월18일. 함양은 한마디로 시베리아. 매서운 겨울바람이 함양 산천을 휘감고 있습니다. 상림공원 연밭도 꽁꽁 얼어 있습니다. 연밭 빙판 위에서 꼬맹이들이 신나게 썰매를 타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양손에 썰매자루를 움켜쥐고 쉴 사이 없이 빠른 속도로 얼음판을 찍어내고 있습니다. 저는 조심스럽게 빙판을 걸었습니다. 지지지직… 얼음판이 부서질 것 같아 현기증이 나는데 벼 밑둥처럼 생긴 연뿌리를 피해 달리는 저 꼬마. 대단합니다. 방향을 굽고 꺾고 하다가 360도 원을 돌리며 핑그르르하고 재주를 부리고 있습니다. 뭘 믿고 저런 요술을 부리나? 저 꼬마 뒤에는 든든한 지킴이가 서 있었습니다. '밤의 여왕 빅토리아 연꽃을 아시나요'우규태씨. 양선희 작가의 꽃사진 멘토이자 상림연꽃을 가꾸는 성자(聖者).“지금은 연꽃이 안 피는 겨울철이라 연밭 썰매장을 관리하고 있어요. 매일 썰매장에 와서 아이들 썰매 대형사고를 방지하는 일을 하고 있지요”우규태씨에게 어떤 계기로 상림공원과 연을 맺었는지 물었습니다.“함양 두산이 고향입니다. 소싯적 도시로 나가 안경수리 용접 배선공 등을 했습니다. 도시에서 큰 성공을 못하고 그래서 도시생활이 재미가 없더군요. 해서 보따리 사서 낙향을 했습니다. 고향에 내려와 환경운동을 하던 중. 군청으로부터 연밭관리 해 보라 권유해 몇 년째 상림연밭을 지키고 있습니다”우씨와 인터뷰를 하기 전. (그가 누구인지 알아보기 위해) 인터넷 주소창에 우규태를 쳤습니다. 쳤더니 ‘밤의 여왕 빅토리아 연꽃을 아시나요’가 나오더군요. 그리고 이런 내용이 기술되어 있었습니다. <여름이 되면 전국에서 내로라 하는 꽃사진작가들이 함양 상림에 온다. 이들은 우규태씨의 지시에 따라 연꽃 사진을 촬영한다. 왜 지시를 받아야 하나. 무분별하게 빅토리아 연꽃을 찍으면 그 꽃이 오므라들고 말기 때문이다>“허허 그런 내용이 있어요? 빅토리아 연꽃은 일명 큰가시연꽃이라고 하죠. 꽃은 여름철 저녁에 물위에서 피는데. 처음에는 흰색 또는 엷은 붉은 색이지만 2일째 저녁때에는 차츰 변하여 짙은 붉은 색이 됩니다. 꽃과 잎의 관상 가치가 매우 높은 관상식물이라 사진작가들로부터 인기만점이지요” 빅토리아 연꽃은 브라질의 아마존강(江) 유역이 원산지이고 1801년경 남아메리카의 볼리비아에서 처음으로 식물학자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 이후에 아르헨티나와 아마존강 유역에서도 발견되었고. 1836년에 영국의 식물학자 존 린들리가 빅토리아여왕을 기념하여 학명을 Victoria regia로 명명했다고 하네요.“이 꽃은 무분별하게 플래시를 터트리면 활짝 피었다가도 이내 오므라드는 속성이 있어 조심조심 사진촬영을 해야 합니다” 이렇듯 연꽃이 피는 여름이면 우규태씨는 함양군수 부럽지 않은 유명인사로 돌변(?)합니다.도시에서 나들이 온 주부들로부터도 짱입니다. “꽃미남 아저씨 연꽃 잘 키우는 법에 대해 가르쳐 주세요” 이런 부탁을 받으면 친절하게 아는 바를 가르쳐 준다고 하네요.이 때가 되면 우규태씨는 엄마 손 잡고 온 꼬마들 등쌀에 못 이겨납니다. 여름날 연밭에는 부들 마름 개구리밥 보풀 미나리 미꾸라지 우렁이 참물방개 반딧불이 등 여러 생물이 살고 있습니다. 글쎄. 우규태씨. 이들 생물들을 하루에도 수백번씩 꼬마들에게 들려주어야 하는. 중노동에 시달리고 맙니다. 일이 이러할진데 연밭지기 우규태씨를 함양의 꽃분야 장관직에 임명해야 마땅하지 않겠습니까?▲ 정운상씨 # 우규태씨 말고도 함양의 숨은 일꾼들이 있습니다. 상림공원 관리소 정운상 소장을 소개합니다. 외모가 마치 3공 박정희 시절 경제기획원 장관을 지낸 쓰루(鶴) 김학렬처럼 생겼습니다. 이런 상(像) 가진 이들은 상관이 보든지말든지 주어진 일을 묵묵하게 해내고 특히 정리정돈을 잘 합니다. 상림공원 전영순 해설사는 정 소장을 가리켜 맥가이버(다기능 칼고리)라고 하네요. 1인10기(技) 기능이 대단하다는 겁니다. 정 소장은 안성산업대학교 산업디지인과를 졸업했는데 왜. 공원지킴이 길을 걸을까요?“저는 수동출신입니다. 산불 감시 일을 하다가 (성실성을 인정받게 되어) 함양군 문화관광과 소속으로 특채. 공원 전체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지금 하는 일 참 보람찹니다. 레저족들은 함양을 와 제일 먼저 이곳을 찾습니다. 상림은 함양의 얼굴이지요. 우리도 매일 다른데는 몰라도 얼굴은 항상 씻잖습니까. 함양얼굴 씻는 일을 책임지고 있다는 보직. 사명감! 이 사명감 때문에 늘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그는 꿈꿉니다. 기회가 주어지면 음악분수 음악선곡을 해 보리라. “모차르트 이펙트를 모방해 분수 음악 이펙트를 열어보고 싶어요. 치솟는 분수 아래 그 분수 폭포 속을 남녀노소들이 질주할 때 다이나믹 판타지 뮤직을 연주해보고 싶습니다” 상림공원에는 총 5개의 화장실이 있습니다. 언제 보아도 화장실 내부가 깨끗합니다. 세 분의 할머니 아주머니(오태임. 박두란. 이분달) 손길과 정성이 깃들어 있습니다. 정운상 소장은 틈 나는 대로 세 분을 만나 노고를 격려합니다. “지면을 통해 부탁컨대 요즘 수도관 동파가 잦습니다. 세 분의 노고를 격려하는 의미에서 (화장실 이용객 여러분) 꼭 화장실 문을 잘 닫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이외 상림관련 이색적인 인물이 있습니다. 김영기(73)할아버지는 40여년 소방공무원으로 활약하다 63세때 정년퇴직했는데요. 할아버지는 매일 상림을 찾아 쓰레기를 줍고 화장실 청소를 합니다. “허허 뭐 부끄럽게 취재는 무슨. 쓰레기를 수거하면 그게 곧 건강에 도움이 되잖소”그렇습니다. 쓰레기를 줍는 것은 돌탑을 쌓는 것과 마찬가지죠. 돌탑을 쌓다보면 쓰레기를 줍다보면 대비심삼매를 얻게 되죠. 삼매(三昧)란 잡념을 떠나서 오직 하나의 대상에만 정신을 집중하는 경지. 이 경지에서 바른 지혜를 얻고 대상을 올바르게 파악하게 되죠.▲ 강명구 과장# 함양군 직원들도 이에 질세라 상림공원을 아름답게 가꾸는데 열중입니다. 강명구 문화관광과장을 비롯 문정원 공원담당이 바로 그들입니다. 강명구 과장은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허허 영화 007 주연배우 로저무어처럼 미남이시죠?강 과장은 “상림의 아름다움은 가히 전국 최고입니다. 봄에는 신록. 여름 녹음. 가을 단풍. 겨울 설경 등 사철을 통하여 그 절경을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여름철 상림은 숲속 나무 그늘에 돗자리 펴고 누우면. 도심 속 신선의 정취를 느낄 수 있지요. 또한 상림의 숲속에 조성되어 있는 오솔길은 연인들과 가족들의 대화와 사랑의 장소로 이용되고 있는 것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상림에는 120여종의 나무가 6만여평 1.6km의 둑을 따라 조성되어 있어 어린이들의 자연학습원으로도 좋은 곳이죠. 특히 상림공원과 연계한 우리 과(문화관광과)의 주요 임무는 천년의 숲과 관련된 공원 내 모든 관리를 시작으로 외곽에 들어설 박물관건립추진 등 문화재관련 업무 총괄을 맡고 있습니다.상림을 찾는 레저족들을 위해 늘 쾌적한 공간을 만들어 놓겠습니다. 많은 방문을 기대합니다”▲ 문정원 담당문정원 담당은 순천대학교 산림자원학과를 졸업한 재원으로써 식물 문화재 예찰. 식물문화재 보수 및 관리. 함양상림 사용허가 및 관리. 함양상림 및 주변 관광시설관리를 맡고 있습니다. 함양의 별미집 연밭머리 식당 아드님이기도 합니다.함양상림관광개발 프로젝트상림은 계속 진화하고 있습니다.함양군은 최근 함양상림관광개발 프로젝트를 발표했습니다. 주요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개발목적: 상림 주변지역의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관광기반 확충 및 관광객 유치를 통해 상림을 보호하고 새로운 소득 창출 및 지역균형개발을 도모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여 생태·문화 관광과 교육 효과를 높일 수 있는 관광개발 추진. 위치: 경남 함양군 함양읍 운림. 대덕리.발면적 : 199.415㎡(60.323평).시행주체 : 함양군수.총사업비 : 18.000백만원(국고 9.000백만원. 지방비 9.000백만원. 민자)주요 시설계획: 백두대간향토식물원. 민물고기생태관. 상림수변문화공원. 대병가족휴양센터. 수변수생군락지. 상림완충숲 복원. 산림욕장. 전기설비. 기타 부대시설 등. 개발 필요성: 1100년전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 치수림으로 수목이 고사하는 등 보전이 시급함. 상림숲과 농경지가 접하고 있어 보호대책이 시급함. 개발방향: 문화재 보존과 경상남도 서북부권 관광개발 및 자연학습장으로 조성. 우회도로(지방도)개설과 병행하여 개발 및 보존관리. 숲의 경관과 어울리도록 시설설치. 개발효과: 상림숲 자원 활용으로 관광명소조성. 숲으로 인한 농경지 피해예방. 관광객 및 군민들의 휴식처제공. 천연기념물 보존관리. 최근. 조선일보 기사 때문에 상림이 레저족들로부터 화제만발입니다. 조선일보는 상림을 이렇게 예찬합니다. “신라 말 고운 최치원이 천령(지금의 함양) 태수로 있을 때 조성한 천연기념물 제154호 함양 상림과 인근 필봉산(309m)을 잇는 '최치원 산책로'가 천 년의 세월을 넘어 숲과 사색의 길로 거듭났다”▲ 김영기 옹사색의 길이라? 어떤 연유로 상림을 사색의 길이라고 명명했을까? 기사를 쓴 기자는 상림 속에 위치한 사운정(思雲亭)을 주목합니다. 이곳이 사색의 명당이라고 하네요. 다음은 기사내용입니다.<상림 숲속을 가로지르는 냇가 바로 옆 정자가 탐방객들에게 쉬어가라고 손짓한다. 사운정(思雲亭)이다. '천 년의 숲'을 조성한 고운 최치원의 선정을 기리기 위해 고종 43년(1906)에 후손들이 '고운 최치원을 추모하는 정자'라는 뜻으로 건립했다. 사운정의 편액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천 년 전에 학을 타고 내려온 신선이 있었다는데/ 우거진 숲에 가려 보이지를 않는구나/ 고을 원들의 칭송이 백 리까지 자자하고/ 이 정자에서 보이는 경치가 예나 지금이나 아름답도다/ 꾀꼬리가 우는 소리 들으며 시를 짓는데/힘차게 헤엄치는 붕어를 보니 젊음이 그립구나/ 고을 사람들이 이런 물고기를 잡아가는 것은 아쉬운 일이로다/이 모든 풍광이 선정의 덕으로 오랫동안 전해지리라'고운 최치원은 '최치원 산책로' 길 위에는 아직 살아 숨쉬고 있다>사운정 편액을 통해 천년학을 불러들이고 힘차게 헤엄치는 붕어를 보며 삶의 덧없음을 간파하라는 실로 …대단히 사념적이고 흥미로운 기사입니다. 저는 오늘 조선일보 기자의 권유대로 이 곳을 들러 잠시나마 사색의 장을 펼쳐 볼까 합니다. 상림을 깊이 읽다(관찰)보면 도처에 동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같은 이색 감흥이 있다 하니. 저도 이번참에 상림을 집중연구해 볼 요량입니다. 뭘 집중연구 하느냐? 우규태씨한테 애걸복걸(?) 연꽃 키우는 법. 잘 배워 늘그막에 전국을 돌며 무료봉사로 마을마다 연밭을 만들어 주고 싶네요. 그러면 업장소멸(業障消滅)할 것 같아!구본갑|본지칼럼니스트busan7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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