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갑의 지리산 여행기63편  박동진 조합장 친구가 운영하는안의면 월림리 농월 식당예정수 한양대 경영대학장 “무기력할 때 나는 초계탕으로 입맛을 되찾고 체력을 보강하며 폭서를 이겨냅니다"초계탕 재료는 “닭고기 300g. 쇠고기 50g. 녹두묵 500g. 말린 해삼 20g. 오이 50g. 표고버섯 30g. 국물양념( 깨소금 1작은술. 국간장 식초 1큰술씩. 불린 겨자·설탕 ½큰술씩. 후춧가루 약간). 고기양념(참기름 약간. 다진 파 1큰술. 다진 마늘·설탕 1작은술씩. 간장 1큰술. 후춧가루 약간). 실고추·잣" 어마마마. 술 한잔 마시고 초계탕. 닭 한 점을 드시소서   # 조선 제22대 정조 임금. 세종에 이어 요순의 정치를 꿈꾼 조선 최고의 현군으로 이름 높다. 흔히들 정조를 가리켜 18세기 조선의 르네상스를 연 임금이라고 한다. 그러나 정조는 비운의 정치가. 그는 장장 50년간을 넘게 장기집권 한 할아버지 영조와 뒤주 속에서 굶어 죽은 아버지 사도세자의 반목과 대립 때문에 한 맺힌 나날을 경험해야 했다. 해서 정조는 제왕 등극후 “나는 사도세자의 아들이다”라고 선언하고 궁중에 피구름을 불러 일으켰다. 한편 정조는 효자로 이름 높다. 여기 한 장의 그림이 있다. 사도세자의 아내이자 정조의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 봉수당 진찬례(奉壽堂 進饌禮)를 그린 것이다. 1795년 윤 2월. 정조는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모시고 아버지 사도세자 묘역으로 가 어머니 아버지 회갑연을 베푼다. 봉수당 진찬례는 이날의 기록을 화폭에 담은 걸 말한다. 윤 2월 13일.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이 봉수당에서 펼쳐진다. 봉수당 내전에 헤경궁의 상차림이 마련되어 있고 봉수당 앞에 정조의 자리가 있으며 앞뜰엔 의빈과 척신들이 중앙문 밖에 문무백관의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 이날은 회갑잔치인 만큼 음식이 보통 때 보다 많아 자궁에게는 70종의 음식을 고배상과 12종의 음식을 올린 소배미상이 차려졌다. 혜경궁 홍씨 상차림은 어떠했을까? ▲ 주인장 강영기 백예숙 부부. “안의 최고 약수 물맛으로 승부수를 날립니다!”흑임자 다식. 연저증. 금중탕. 화양적. 물고기증. 어전유아. 오화당. 전치수 등이 보인다. 그리고 눈에 띄는 게 있었으니 초계탕이다.여악공이 나와 축원의 노래를 연주하고 신하들이 혜경궁 홍씨에게 술을 올린다. 이어 정조임금. 어머니 홍씨의 만수무강을 축원한다. “어머님께서는 더욱 오래 사시어 복을 크게 받으시고 오래오래 태평하시고 변함없이 영원하소서. 경사롭고 즐거운 마음을 이기지 못하여 삼가 천천세를 기원하는 축수잔을 올립니다”임금이 전하는 축수잔 속 술을 한 모금 마시고 혜경궁 홍씨. 술안주로 초계탕. 닭 한 점을 먹는다.   # 초계탕은 닭육수를 차게 식혀 식초와 겨자로 간을 한 다음 살코기를 잘게 찢어서 넣어 먹는 궁중요리이다. 여기에 버섯 전복 해삼까지 넣으면 금상첨화다. 궁중요리 연구가 한복려가 쓴 <조선왕조 궁중음식>에 따르면 초계탕은 아침상에 오르는 별미라고 한다. 한복려의 말이다. “대략 궁중 아침상은 검정옻칠한 둥근상과 곁상에 은기 화기를 담아 총 15그릇을 올립니다. 음식내용으로는 홍반. 냉이국. 도재내장과 청어복음. 은어구이. 민어. 대구자반. 꿩포. 양지머리 편육. 대구알. 굴젖. 거여목과 승검초나물. 석박지와 갓물김치 그리고 별미로 초계탕 쏘가리 붕어찜 등이지요”  # 필자는 2년전만 해도 혜경궁 홍씨가 드셨다는 초계탕이 이 땅에 존재하고 있는지 안 하는지 잘 몰랐었다. 지난해 여름 현성주 YMCA 의정부 총무를 만나러 의정부에 갔다가 초계탕 존재를 알게 되었다. “날씨도 더운데 초계탕 어때?”그때 필자는 북경기 쪽 사람들은 멍멍이탕을 초계탕이라고 하는구나 싶어 “이왕이면 수육으로 먹자”고 했더니 현성주 총무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이 친구 더위 먹고 맛이 갔구먼”그런 표정을 짓는 것이다. 여하튼 현 총무는 나를 태우고 의정부 너머 휴전선 부근을 향해 차를 몰았다.“초계탕은 보신탕이 아냐. 북쪽 사람들이 한겨울에 즐겨먹는 별식인데 주재료가 닭이라네. 오늘 우리가 먹는 초계탕. 대단한 궁중요리라네. 예전 이관일 문화평론가한테서 들은 이야기인데 조선시대 땐 궁중사람들이 이 초계탕을 먹기 위해 석빙고를 운영했다는군. 초계탕엔 반드시 얼음이 들어가야 하거든”여하튼 필자는 그때 현 총무 덕분에 초계탕을 시식했는데 시식 후 첫 소감이 “음식 자체에 품격이 있고 다시 먹고(?) 싶은 충동감이 생기더라. 마약처럼 중독이 있는 묘한 음식이다”필자만이 이런 소감을 피력한 게 아니다. 초계탕에 중독된 사람이 여럿 있다. 예정수 한양대 경영대학장은 “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 나는 초계탕으로 입맛을 되찾고 체력을 보강하며 폭서를 이겨낸다"고 한다.  닭 육수를 차게 식혀 식초와 겨자로 간을 한 다음▲초계탕. 초계탕(醋鷄湯)은 닭육수를 차게 식혀 식초와 겨자로 간을 한 다음 살코기를 잘게 찢어서 넣어 먹는 전통음식이다. 초계탕은 북한의 함경도와 평안도 지방에서 추운 겨울에 먹던 별미로서 요즘에는 보양식으로 즐겨 먹는다.▲ 한방오리탕# 초계탕(醋鷄湯)은 닭 육수를 차게 식혀 식초와 겨자로 간을 한 다음 살코기를 잘게 찢어서 넣어 먹는 전통음식이다. 초계탕은 북한의 함경도와 평안도지방에서 추운 겨울에 먹던 별미로서 요즘에는 보양식으로 즐겨 먹는다. 이 음식은 1930년대 이석만의 <간편조선요리제법(簡便朝鮮料理製法)>에 기록되어 있는데. 원래는 옛 궁중 연회에 올렸던 국으로 일반인에게는 근래에 전해졌다. 닭의 기름기를 제거하고 신선한 채소와 약재 등 25가지의 양념을 이용하여 담백한 맛과 독특한 향을 느낄 수 있으며. 특히 저칼로리 음식으로 메밀국수를 함께 말아먹으면 좋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북부경기 쪽으로 가야만 초계탕을 먹을 수 있다. 서울서 이 놈의 맛을 보려면 지하철 타고 의정부 지나 소요산까지 가야하는 불편함이 있다. 그랬는데 우연한 기회에 함양 땅에서 초계탕 전문음식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일전. 필자는 안의고교 취재를 했다. 취재가 끝난 후 김상권 안의고교 교장선생님께서 “인터뷰도 끝났고 어즈버 점심때도 되었으니 우리 밥이나 먹으러 갑시다”하면서 이 집을 소개한 것이다. # 함양군 안의면 월림리 668번지. 한국전통음식점 농월(055-962-4945). 메뉴판을 보니 한방약닭 한방오리 그리고 아! 초계탕이 적혀져 있다. 교장 선생님께서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는 필자를 바라보며 “초계탕을 아십니까? 이 집 막국수 재료가 좋아 가끔 와 초계탕에 막국수를 먹습니다만 기자 양반 입맛에 맞을지 모르겠네”나는 음식기사를 쓸 때 반드시 부엌 속 요리하는 주인장 혹은 주방장 관상부터 본다. 대개 음식을 하면서 진발성 웃음을 짓는 사람이 요리를 잘한다. 진발성 웃음은 자신도 모르게 웃는 걸 말하노니 이런 사람은 대충 마음이 넉넉하야 음식재료도 아끼지 않는다. 이 집 주인장(백예숙 여사) 보아하니 눈썹이 짙고 굵다. 이런 관상은 신기가 충만하노니. 필자는 정색을 하고. 상위에 놓인 물김치를 한 점 집어먹으며 호들갑을 떴다.“교장선생님 오늘 정말 이색적인 식당으로 저를 데려왔군요. 함양 살면서 진짜배기 막국수 먹고 싶어 혼났습니다”이윽고 초계탕이 나왔다. 교장 선생님은 굳이(?) 바쁘디 바쁜 주인장을 손님상 앞에 앉힌다. <주간함양> 지리산 투데이에 이 식당을 소개하려는 배려다. 이때부터 교장선생님께서 명기자로 돌변한다. ▲ 농월식당 홍보대사 박동진 조합장 우병호 전 서장. “함양 최고의 빌미집입니다. 지리산둘레길 필수 답사코스랍니다"-초계탕 재료는 뭐요(어떤 것으로 이루어져 있나요?)“닭고기 300g. 쇠고기 50g. 녹두묵 500g. 말린 해삼 20g. 오이 50g. 표고버섯 30g. 국물양념( 깨소금 1작은술. 국간장·식초 1큰술씩. 불린 겨자·설탕 ½큰술씩. 후춧가루 약간). 고기양념(참기름 약간. 다진 파 1큰술. 다진 마늘·설탕 1작은술씩. 간장 1큰술. 후춧가루 약간). 실고추·잣 약간씩 등입니다"  만드는 방법은 이렇다.①닭고기를 냄비에 넣고 잠길 정도로 물을 부어 삶는다. 고기는 찢어 양념에 무치고. 육수는 식혀서 국물양념을 넣는다.(닭은 삶아서 살을 발라낸 다음 찢어서 양념에 무치고. 육수는 식힌 뒤 간장. 식초. 소금. 겨자 등을 넣는다) ② 표고버섯은 불려서 기둥을 떼어내고 가늘게 채썬다. 버섯과 쇠고기에 고기양념한다. ③ 오이는 반달썰기하여 소금에 절였다가 볶는다. 녹두묵은 가늘게 썰고 말린 해삼은 반으로 갈라 내장을 말끔히 씻어 참기름과 소금을 넣어 볶아 식힌다. ④ 그릇에 녹두묵을 담고 오이. 닭고기. 해삼을 담은 다음 실고추를 얹어 육수를 부어 낸다. (닭이 다 익으면 고기는 잘게 찢어 갖은 양념에 무친다. 육수는 식혀서 간장·식초·소금·겨자로 간을 한다. 표고는 채를 썰고 쇠고기도 가늘게 썰어 갖은 양념을 한다. 오이는 반달썰기를 하여 소금에 절인 다음 볶아 둔다. 녹두묵은 가늘게 썬다. 그릇에 녹두묵을 담고. 준비한 오이·닭고기·목이·표고를 얹는다. 달걀은 지단을 부쳐 고명으로 올리고 육수를 붓는다. 여기에 메밀국수를 삶아서 육수에 함께 말아먹을 수도 있다)  이어 막국수가 나왔다. 막국수 재료는 메밀이다. 막국수 속에 기막힌 약성이 있음을 입증시키기 위해선 메밀의 효능을 알아야 한다.   메밀 막국수는 조선시대 사례 즉 관혼상제의 하나인 관례(일종의 성년식)가 끝난 뒤 주인과 객이 함께 먹던 별식이다. 보신용 음식 유탕 만들 때도 메밀을 쓴다. 유탕이란 맑은 장국에 닭고기를 넣고 끓인 다음 계란을 풀고 고명을 얹어서 먹은 음식이다. 아직 먹어보지 못해 유감이지만 중국에서는 돼지꼬리 넣은 메밀면을 가리켜 천하제일 정력음식이라고 한다. 그 음식 이름은 돈미오면(豚尾熬麵). 재료는 메밀면에 돼지꼬리 조개관자 죽순 깐새우 등이다. 메밀에는 노화현상을 예방하는 효과를 가진 루틴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혈관을 강하게 하여 모세혈관의 탄력성을 지켜주고 혈압과 혈당치를 강화시키는 작용과 췌장의 기능을 활성화하는 효능이 있어 뇌질환과 당뇨. 고혈압에 좋다. 고혈압이나 변비에도 좋다. 이는 메밀이 변을 잘 보게 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고의학서 <본조식감>에 따르면 “메밀은 마음을 평온하게 해주고 장을 풀어주고 위장의 노폐물을 없앤다”고 적혀 있다.한편 메밀은 저칼로리 기능성식품으로 필수아미노산 및 비타민B를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어 다이어트에 좋다. 또 술을 해독시키는 코린이라고 하는 비타민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 숙취해소에 좋다.  흡월정 하면 아들 낳는다!나라 안에선 최고명당  # 이때. 농월 초계탕 집을 찾는 이가 있었으니 우병호 전 함양경찰서장과 박동진 안의농협조합장님. 우병호 전 함양경찰서장은 지난 76년 순경공채로 경찰에 입문해 경남지방청 청문감사관. 마산중부서 정보보안과장. 김해서 정보보안·경무과장을 역임했다. 지난 2008년 함양서장을 끝으로 30여년 동안의 경찰생활을 마감하고 고향인 안의면에서 생활하고 있다. 박동진 조합장이 취재전선에서 맹렬전투 벌이고 있는 교장선생님과 필자를 발견(?)하고 “여기 우찐 일이요?” 식당 방문 사유를 전해들은 박동진 조합장 우리 자리에 참이슬 한 병을 헌정한 후 “이 집 주인 내 초등학교 친구입니다. 50여년 서울 외국생활을 하다가 귀농 한 분이므로 신문에 잘 써 달라는 의미로 소주 한병 선사! 하하하”주인 강영기씨는 안의초를 거쳐 서울 휘문중고 외국어대학교 아랍어과를 졸업했다. 대우그룹에 입사 리비아 프랑스 등지에서 근무하다 퇴직 후 고향에 내려왔다고 한다.강영기씨의 말.“수구초심이죠. 어릴 적 고향에 내려와 어릴 적 마음으로 사는 게 인지상정 아닙니까. 그냥 고향에 내려와 소일거리로 식당업을 하긴 싫습니다. 할 바에야 함양 최고의 명문 식당으로 자리 잡고 싶네요. 괜히 하는 소리가 아니라 이곳 월림리 물맛은 아마 함양 내에서 최고일 겁니다. 이 물로 육수를 만들었으니 결코 얼치기 식당은 아닐 겁니다”식당 부근 풍광도 절묘하다. 코 닿는 곳에 농월정이 있고 그 곁에 거연 동호정 산책로 있다. 농월정은 문자 그대로 흡월정(吸月精) 하기엔 얼추 나라 안에선 최고명당이다. 흡월정이 뭔가? 음력으로 초열흘부터 닷새간 달이 만삭처럼 둥그렇게 부풀어오를 때 갓 떠오르는 달을 맞바라보며 서서 숨을 크게 들여 마셔 우주의 음기를 빨아들이는 것을 말한다. 옛사람들은 이 활력으로 아들을 낳을 수 있다고 믿었다. 어느 무명시인은 흡월정을 테마로 이런 시를 썼다.  흡월정(吸月精)으로 대보름 둥근 달아 한아름 품고서 밝혀 천년 말년 살고지고싸우지들 말고 화평하게 서로 보듬어 살아가라 하신다달아ㅡ 밝은 달아너를 소망으로 흡월정옥동자를 잉태 하소서  # 필자는 박동진 조합장 우병호 서장님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번 지리산 여행기 농월식당 기사 마지막 문장에 농월식당 주변은 흡월정 명당이라고 쓰고 싶은데 그렇게 써도 괜찮을 까요?”박동진 조합장님 이 말에 “쓰도되고말고. 반드시 그렇게 쓰세요! 그런 의미로 영기(주인장)야. 쏴주 한 병 더 가져 오이라!”조합장님은 친구 식당 잘되길 바라는 마음이 컸던지 오늘 오버 하셨다. 쐬주를 쏴주라고 외쳤다!  구본갑|본지칼럼니스트busan707@naver.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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