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가을…용추계곡의 정취를 화폭에 담고 있는 권현숙 작가 구본갑의 지리산 여행기59편권현숙 화가는 즐겨 함양을 그린다. 그의 작품 속에는 함양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기운과 정체성이 존재한다. 그의 작품을 인문학 관점에서 감상해 보았다. 화가의 주요약력 : 신라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 전공/ DAF4! 09 단야국제아트페어 / QIAF 칭따오 국제아트페스티발 중국 청도/ 용산국제미술대전 특선/ 경상남도 미술대전 운영위원. 한국미협 함양지부장 역임. # 만인보(萬人譜). 시인 고은이 쓴 30권 4001편으로 되어 있는 연작시집이다.'만인보'는 만인의 삶에 대한 기록이란 뜻으로. 작가는 "반만년(半萬年)의 한국 현대사 명멸한 인간 군상의 부침과 영욕을 담아냈다"고 말한다. 이 시집 속에 등장하는 인물로는 김대중 노무현 박정희 함석헌 이후락 김재규 그리고 시인 김준태. 전태일(노동자) 등이다.고은 시인이 시로서 현대사의 주역을 스케치했다면 권현숙 화가(이하 경칭생략)는 그림으로서 함양 여러 풍경들을 소묘하고 있다. 북두칠성 연기설을 품고 있는 기백산. 치유와 충만의 공간 상림숲. 불교의 아이콘 연꽃. 미륵보살상. 봄바람 속에 나풀거리는 고운교(孤雲橋)가 바로 그것이다.권현숙의 그림 속에는 그만의 고유한 선과 색채 그리고 아우라(신비한 기운)가 있다. 그러나 나는 권현숙의 그림을 통해 함양의 정체성(identity)을 읽는다. 여기서 말하는 정체성이란 다른 지역에서 도저히 느낄 수 없는. 함양에서만 느끼고 향유할 수 있는 풍경을 뜻한다. 권현숙은 그 함양의 정체성을 가장 매혹적으로 화폭에 담아내는 작가로 이름 높다. 며칠전 함양군 서하면 황산마을 사는 송문영 작가(서각 분야)를 만났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송 작가. 뜬금없이 나에게 “권현숙 그림을 우찌 평가해요?”라고 물었다. “개인적으로 권 작가의 기백산 연작 그림을 좋아합니다. 대자연의 위력이 그대로 살아있는 좋은 그림이더군요” “그렇죠? 권현숙 그림 속에는 함양 특유의 기(氣)가 내재되어 있습니다. 만일 내가 지리산을 그린다면 이발소 그림 류가 되는데 권현숙이 그리면 그 지리산. 구봉산화(아홉 봉우리가 흩뿌리는 꽃과 같다)가 되지요. 그림 속에 묘한 기운이 흐릅니다. 그는 평범한 함양풍경을 무릉도원으로 바꾸어놓는 변용의 힘(Verwandlunskraft)을 갖고 있습니다. 언제 기회가 되면. 권현숙 세계를 한번 조명해 보시지요?”아래 글은 권현숙 작가 작품에 대한 필자의 개인 소감이다…. ▲ 기백산북두칠성과 기백산# 나는 권현숙의 여러 작품 가운데 <기백산>을 가장 좋아한다. 기백산(箕白山)은 높이 1.331m로써 소백산맥에 솟은 덕유산에서 동남쪽으로 산줄기가 뻗어 내려 월봉산·금원산·기백산으로 이어지며. 거창군과 함양군의 군계를 이룬다. 동남 사면에서는 남강이 발원하며. 남북 사면에서는 낙동강의 지류인 위천과 지우천이 각각 발원한다. 서남쪽 기슭에는 용추사와 용추폭포가 있다.이 그림의 구도는 아주 단순하다. 화폭엔 하늘을 찌를 듯이 우뚝 솟은 고산과 구름뿐이다. 그런데 보는 이를 압도시킨다! 그림 속 주인공 구름(動態)과 산(靜態)이 운우지정을 나누듯 서로 기운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우주의 슈퍼에너지를 발산시키고 있다.그림 가까이 다가가 다시 한번 그림을 유심히 관찰해보니. 어이쿠야 우뚝 솟은 주봉이 중앙에 위치해 있는데. 그 기세가 사뭇 등등하여 감히 범접할 수 없을 정도이다. 작가는 함양 주변 많고 많은 고산 중에 기백산을 선택했을까? 기백산은 북두칠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기백산 할 때 기는 북두칠성 동쪽(東方)에 위치해있는 기성(箕星)을 상징한다. 기성은 어떤 별인가? ‘정감록’에 따르면 “기성(箕星)이 희어질 무렵 피가 흘러 절구공이가 떠내려가고. 천리가 한 책상이 되니 갑옷에 두 뿔이 나는구나.”라는 구절이 있다. 남두육성으로 볼 수도 있는 기성은 태풍을 상징하기도 한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이 별자리가 풍해를 막아준다며 받들기도 한다. 이를 의역하면 “기성은 자연재해만 막아주는 게 아니라 액운을 퇴치해준다"가 되겠다. 그렇다면 기백산은 개운(開運)을 불러들이는 영험한 산이 된다. 그 기백산을 화폭에 담았으니 이른바 이 그림은 벽사화로 불러 마땅하다. 권현숙 그림 <기백산> 감상 포인트=구름 저편 북두칠성 기성 기운을 받아드리는 기백산 묏부리를 오래간 응시하자. 그 엄청난 기를 내 것으로 만들자. 시인 김지하와 미륵보살# 함양 상림공원 한 모퉁이 미륵불이 있다. 미륵불 뒤편엔 앙상한 겨울 나무. 어젯밤 폭설이 내렸나보다. 미륵불 무릎 위로 눈이 가득 쌓여 있다. 그러나 눈이 그친 후 눈부신 햇살은 보이지 않는다…. 분명 설경임에도 눈의 볼륨감과 푸근함 따위는 찾을 길 없다. 권현숙 작 <염원> 91.0×72.7cm/Oil on Canvas/ 2010년 그림. 그림 <염원>을 처음 대했을 때 느낌은 좀 을씨년스러웠다. 그러나 보면 볼수록 보는 이의 마음을 청정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림 속에서 영성(靈性)의 울림이 피어오른다. 작가는 왜 이 그림 제목을 <念願>이라고 했을까? 그림 속에 미륵불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일까? 겨울나무는 황량하고 마음 기댈 데 없는 세상을 의미하는 걸까? 반면. 미륵(彌勒: Maitreya)은 석가모니불의 뒤를 이어 57억년 후에 세상에 출현하여 석가모니불이 구제하지 못한 중생들을 구제할 미래의 부처를 의미한다.나는 권현숙의 <염원>을 감상하며 뜬금없이 시인 김지하의 시 <타는 목마름>을 떠올렸다. 권현숙 그림< 염원>속에 김지하의 <타는 목마름> 이미지가 들어 있는 게 아닌가!김지하의 시 <타는 목마름> 전문은 이렇다“신 새벽 뒷골목에 네 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 내 머리는 너를 잊은지 오래/ 내 발길은 너를 잊은지 너무나 너무나 오래/ 오직 한 가닥 있어/타는 가슴 속 목마름 기억이 네 이름을 남몰래 쓴다 민주주의여”권현숙의 <염원>을 시로 변용(變容)해 노래한다면 아마 이럴 것이다. “폭설이 그친 신 새벽에 네 이름을 부른다 미륵이시어 어서 오소서/ 이 험난한 인생사 안락한 삶일랑 내겐 없어라/ 내 머리는 너를 잊은지 오래(중략) 타는 가슴 속 목마름 기억이 네 이름을 남몰래 부른다 미륵불이여 어서 오소서"그림을 본다는 것은 그린 이(화가)의 흔적을 좇는 일이다. 일상생활 중. 작가 권현숙은 늘 온화하고 단아하다. 그러나 마음 속 깊은 곳에는 미륵을 찾지 않으면 안될 쓰라린 그 무엇(사연)이 있나 보다. ▲ 고운교메디슨카운티 다리와 고운교 #영화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The Bridges of Madison County. 1995년 상영>. 명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 메릴 스트립 주연. 10여년전 본 영화인데도 그 줄거리가 새록새록 생각난다. 영화 줄거리는 이렇다. 1965년 미국. 남편과 아이들이 여행을 떠나 혼자 집을 지키고 있던 가정주부 프란체스카(메릴 스트립)는 길을 묻는 낯선 남자를 만난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쉽게 잊혀지지 않는 그의 이름은 로버트 킨케이드(클린트 이스트우드). 로즈먼 다리의 사진을 찍기 위해 메디슨 카운티를 찾은 사진작가였다. 이유를 붙일 필요도 없이 사랑에 빠져드는 두 사람….이 영화가 개봉된 후 영화 속 로케이션 장소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일약 세계적인 명소가 됐다. 메디슨카운티의 다리는 미국 아이오아주 한 농촌지역에 위치해 있다.미국에 메디슨카운티 다리가 있다면 함양엔 고운 최치원 선생 혼이 담긴 고운교가 있다. 메디슨카운티 다리가 미니멀아트( Minimal Art) 기법으로 건축되었다면 고운교는 사뭇 동양적 오작교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밝은 밤 고운교 다리 밑으로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일자물결이 흐른다. 그러다 밀물과 썰물이 부딪치면서 마치 용이 물결치는 형상을 보이기도 한다. 고운교에서 위천 물길을 바라보노라니 돌북교(함양3교) 지나 거센 물살이 바위를 휘감아 흐르는 소고대가 보인다. 고운교를 거닐며 나는 <벽암록 제 82칙>을 암송한다. “산에는 꽃이 피어 비단을 짠 것 같고 골짜기의 개울물이 넘쳐서 남빛을 띄고 있네.(山花開似錦 澗水潛如藍)"어느 봄날. 권현숙은 이 고운교를 화폭에 담았다. 그림 좌우로 봄기운이 완연한 가운데 배꽃이 활짝 피어 있다. 그리고…곳곳에 새 우는 소리 들리고. 어젯밤에 비바람 소리에. 꽃들도 떨어져 있다.(處處聞啼鳥 夜來風雨聲 花落知多小).그림 속을 찬찬히 들여다보면…봄바람에 흔들려 꽃잎들이 강물과 호응(呼應)하고 있다. 꽃 나무와 강물이 만났다가 다시 갈라지고 호응과 조화를 이루다가 다시 변화를 맞이하는 멋진 봄날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봄날. 그 강렬한 시각적 환상이 그림 전체에 감돌고 있다.이 그림은 65.2×53cm/Oil on Canvas로서 2010년 작품이다.이 작품에 대한 미술평론가 노인규의 견해는 다음과 같다.“배꽃인지 벚꽃인지 고운교 좌우에 꽃나무가지가 배치되어 있다. 그 나뭇가지는 위로 솟았다가 다시 유연하게 늘어진다. 여기에서 바람의 존재를 느낄 수 있다. 이 그림은 사실감 넘치는 필치를 통해 화폭 가득 생동감과 완연한 봄기운 등을 표현해 낸 걸작이다. 권현숙 <고운교>를 감상하노라니 남송시대 문인 엽소옹의 시 한 수를 읊조리지 않을 수 없다. 실개천(위천)에 왕성한 봄기운을 이기지 못한 탓일까. 살구열매 붉게 달린 한 가지가 담장 밖으로 비지고 나왔네” 미당 서정주와 연꽃# 함양 상림공원의 상징은 연꽃이다. 연꽃 꽃받침은 녹색이고. 해면질의 꽃받기(花托)는 원추를 뒤집은 모양으로 길이와 높이가 각각 10㎝ 정도로 크며 윗면은 편평하다. 씨는 길이 2㎝ 정도의 타원형으로 10월에 익는데 꽃받기의 편평한 윗면 구명에 여러 개의 씨가 파묻혀 있다. 씨는 수명이 길어 3.000년이 지나도 발아할 수 있다. 한편 연꽃은 불교의 상징이다. 부처님이 강림할 때. 걸음걸이마다 연꽃이 피어났다고 한다. 그래서 연꽃은 불자들에게 해탈의 꽃이다. 연꽃은 주로 못 속의 진흙과 흙탕물에서 핀다. 그러면서도 흙에 더럽혀지지 않고 물에 젖지 않은 채 깨끗하고 아름답게 피어난다. 이러한 세속을 초월한 듯한 청아함과 고결한 모습 때문에 유가나 도가에서도 꽃 중의 군자(화중 군자:花中君子)라 부르기도 한다. 또한. 밤에는 꽃잎을 오므렸다가 아침마다 새롭게 피어나서. 재생과 부활을 상징한다고 하여 연꽃을 좋아하기도 한다. 이것은 꽃상여의 장식이 연꽃이라든지 심청의 환생이 연꽃 속에서 이루어진다든지 하는 것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권현숙은 이 연꽃을 테마로 해 여러 작품을 창작했다. 2010년 6월 9일부터 13일까지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권현숙 연꽃전을 열기도 했다. 그의 작품(연 이야기 2. 53× 40.9cm| Oil on Canvas)을 감상해보자. 이 그림을 놓고 무슨 백 마디 이론이나 분석이 필요하랴. 작가는 그냥 연꽃이 활짝 피었을 때.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화폭에 담았을 뿐이다. 물위로 고개를 내민 연꽃. 녹색물결 사이로 선녀처럼 단아한 모습을 뽐내고 있다. 겹겹이 쌓인 꽃잎이 잎사귀와 어우러지며 흰빛을 발산시키고 있다. 이 연꽃 그림을 보고 불심을 얻어내든지 아름다운 상림풍경바다 속으로 빠져들든지 그건 감상자 몫이다. 그런데 나는 이 연꽃 그림을 감상하려는 독자 여러분에게. 미당의 시 한편을 선사하고 싶다. 이 시를 암송하며 권현숙 그림 <연 이야기 2>를 감상하면 뭐랄까? 그냥 그림을 바라보는 것보다 정서적 (emotional) 감동이 한층 배가될 듯 싶다.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 미당 서정주 섭섭하게. 그러나 아조 섭섭치는 말고 좀 섭섭한 듯만 하게.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엊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 아니라 한 두 철 전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권현숙 작가 주요 수상>한유미술대전 장려상안견미술대전 입선경남 미술대전 입선 2회한국구상대전 입선 2회용산미술대전 특선Mobil|010-6674-4569E-MAIL|qhtkf64@hanmail.net 구본갑|본지칼럼니스트busan7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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