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친정 부모. 함양 시아버지 간병하기 위해 한국행# 며칠후면 중추가절(仲秋佳節)이다. 수동면 한 농가에서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차례상 차리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맨 1열에는 밥 잔반. 2열에는 동쪽에 물고기(어찬). 서쪽에 소고기(육찬)…5열에는 왼쪽부터 대추 밤 배…” 며느리가 대추. 밤. 배를 차례상에 놓으며 서투른 한국말로 대에추우. 바암. 배에…과일 이름을 따라 부른다. “우리 며느리가 이역만리 먼 나라에서 시집와 참말로 고생이 많소. 성정이 맑아 늘 집안이 화평 안 하요. 어디서 저런 복 덩어리가 들어왔는지 관세음보살…거동이 불편해 365일 병석에 누워있는 시아버지 혼정성신(昏定晨省)하는 걸 지켜보면 그 효성에 눈물이 찡하요 찡해”  호치민공과대학 졸업한 재원함양서 베트남 전통요리집 하고 싶어요!# 수동면 화산리 내동마을 1032번지 수동어린이집 뒤편에 베트남에서 시집온 효부(孝婦)가 산다. 올해 나이 29세. 누엔 나누엔 티 녹프엉. 고향은 베트남 남부 롱안. 베트남 호치민공과대학을 나온 재원이다. 본지는 며칠 전 함양다문화지원센터 요원 Q로부터 이 여인을 소개받았다.“누엔 나누엔 티 녹프엉은 현재 우리 센터 진행도우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성격이 아주 쾌활하고 진취적이지요. 이 여인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취재. 보도해 보시죠. 아마 추석맞이 특집 기사로 단연 특종감일 겁니다”계속 이어 Q는 말한다. “왜 특종이냐? 최근 베트남 롱안에 살고 있는 녹프엉 부모님이 함양을 찾았습니다. 한국 땅에 시집 간 딸 얼굴 보러 함양 사돈댁을 찾았는데요. 와 보니 사돈 바깥어른께서 중병을 앓고 있자 본국으로 가는 걸 잠시 미루고 온 정성 다해 병수발하고 있습니다. 이 아름다운 사연을 취재해 보도하심 어떨까요?”함양다문화지원센터 제보를 받고 본지취재팀은 수동면 화산리 녹프엉 집을 찾았다. 녹프엉은 반갑게 취재진을 반겨준다. 한국말도 유창하다. 함양사투리까지 사용해 눈길을 끈다.“전화한지 5분도 안되었는데 푸뜨윽(퍼뜩) 오셨네요. 집이 이렇다고 숭보지(흉보지) 마이소”시어머니 영양 천씨. 피부색이 우리와 다른 한 사내(친정 아버지인가 보다). 신랑 심창현(47) 그리고 녹프엉 심광현 슬하에서 난 딸 예진과 아들 정호가 토끼같은 눈으로 취재진을 바라본다. 시어머니가 포도. 커피를 내놓아 포도 한 알을 먹고 있는데 어딘선가 고함소리. 아니 날벼락이 떨어졌다. “남우(남의) 집에 왔으면 집안 어른헌티 절을 해야지 이런 예의범절 없는 것들!”아차 싶어 벌떡 일어났더니 며늘아기 두 손을 입에 가리며 웃는다. “시아버님이세요. 몸이 불편해 일어나지 못해요. 푸뜩 가셔서 인사하고 오세요”대형사고(?)를 수습하고 우리는 바로 인터뷰에 들어갔다.-독자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 미세스 녹프엉 프로필을 소개한다면?“저는 베트남에서 쌀 농사하는 누엔 번 담(52)과 누엔 김 융(50) 사이에서 태어난 큰딸입니다. 제 아래로 남동생 여동생이 있지요. 호치민 공과대학( Hochimnh city University of Technology) 컴퓨터 학과를 졸업했습니다.(이 학교는 남부 베트남 최대 기술인력 배출 대학이다) 대학 졸업 후 약 2년간 컴퓨터 회사에 다니다 한국에 시집왔습니다. 시집온 이유? 아시다시피 아직 우리나라(베트남)는 경제력이 열악합니다. 이에 반해 한국은 경제대국. (살짝 미소를 보내며) 부자나라에 살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 2006년 10월 한국 신랑을 만났지요"남편 심창현씨는 현재 동생이 경영하는 함양읍내 S 토건에서 인부 생활을 하고 있다.   ▲ “사돈어른 부디 쾌차하시어 우리 딸 사랑 많이 베풀어주세요" 친정아버지(누엔 번 담)는 함양에 머물면서 거동 불편한 사돈에게 기를 넣어주고 있다.-(남편에게 질문) 최근 들어 몇몇 다문화가정의 사례를 보면 어렵사리 외국 아내를 맞이했건만 어떤 이유 때문인지 아내를 폭행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어떻습니까. 국가적 문화적 배경이 다른 나라 사람을 아내로 맞이해 살면 아무래도 불편한 점이 많죠?"“(남편의 말) 가장 큰 문제점이 언어소통임니더. 언어가 잘 안 통하니 서로간의 속마음을 제대로 전달할 수 없으니 불편하더군요. 그러나 제 아내는 마누라 자랑 같지만 워낙 총명해 다른 사람보다도 한국말을 빨리 익혀 우리 집은 문제가 없습니다”이때 시어머니가 지나가는 말로 “미친놈들 왜 외국인 아내를 때려. 일가붙이 하나 없는 나라에서 시집살이하느라 외롭고 고단할텐데. 그런데 허허허 우리 며늘아가는 우찌된 셈인지 한국말을 아주 빨리 배워. 내가 고추까리 가져오이라 하몬 냅다 가져오고 그래. 저놈아 장가 못가 자슥 대(代)도 못 이을까봐 노심초사했는데 저런 복 덩어리가 우리 집에 들어와 달 덩어리 같은 새끼 둘씩이나 쑥쑥 낳아줘. 아이고 대자대비 일월성신님이여 감사합니더”어디 이뿐이랴. 며늘아기 녹프엉은 베트남 별미요리 쌀국수 짜조를 아주 잘 만든다. 짜조는 베트남 남방계 요리로써 스프링롤 형태의 음식이다. 주재료는 돼지고기 다진 것 1kg. 고구마 2개. 당근. 계란 2개. 쪽파. 청양고추. 라이스 페이퍼 조금. 후추. 멸치액젓 등이다.함양의 자랑거리 우리의 베트남 며느님 당차고 상냥하다!“호호호. 한국싸람 된장찌개 김치찌개 없으면 밥 못 먹듯이 저도 짜조 쌀국수 없으면 좀 그렇습니다. 그래서 시어머니에게 애교를 부려 저 어머니. 오늘 점심땐 제가 우리나라(베트남) 음식을 한번 만들어 볼께요. 괜찮죠 하면 어머니게서는 고롬고롬 하세요. 어머니는 제 요리를 아주아주 맛있게 드셔요”이 말 끝에 시엄니. 가슴 뭉클한 말을 한다. “보소 기자양반 우리만 신토불이요 저 아가도 신토불이 안 찾아야겠소? 해서 내가 누구에게 물어물어 베트남 고추씨. 파씨 등을 구해 우리 집 텃밭에다 안 심갔소. 가만히 보끼네 우리 며늘아가 나. 안 볼 때 살짝 텃밭에 가 제 고향 고추 파 바라보며 고향생각 하는 것 같더라”며느리 두 손을 활짝 펼치며 “아니예요 아니예요 어머니!”고부간의 아름다운 풍경이 연출되는 순간이다. 이 모습을 지켜본 친정 아버지 누엔 번담씨 저만치에서 염화미소를 보낸다. 기자는 한술 더 떴다. “언제 우리에게도 그 맛 좀 보게 해주세요. 그런데 함양에 베트남 쌀국수 재료가 있나요”“수동 버스터미널 옆 슈퍼에 기본재료가 있어요. 진짜배기 쌀국수를 하려면 많은 재료가 있어야 하는데 그냥 대충 만들어 먹어요. 아참 우리 친정 아버지 베트남 쌀국수의 명인이에요. 고향 롱안에서 농사를 짓는 한편 길거리에서 쌀국수 식당도 해요. (베트남 어로) 아빠 오늘 내친김에 솜씨 한번 보여 주세요”아빠는 역시나 가섭조사처럼 염화시중! 기자가 베트남 쌀국수 절대지존에게 물었다. ▲ 친정 어머니 누엔 김 융(50)-쌀국수 재료는 어떤 것이 있나요?“양지머리. 양파. 통후추. 월계수잎. 청장. 소금. 숙주. 쌀국수. 실파. 라이스 페이퍼. 피쉬소스. 파인애플 쥬스. 레몬즙. 설탕. 청양고추. 홍고 등입니다”쌀국수 타령 하다보니 번뜩이는 함양군 발전 아이템이 생각난다. 현재 함양엔 베트남 외에도 몽골. 필리핀. 중국. 캄보디아 등 많은 나라 여인들이 들어와 산다. 이들 여인들에게 돌북교 같은 명소에 이국요리 포장마차 운영권을 주면 어떨까? 만일 그렇게 된다면 이 포장마차촌은 전국적 화제를 불러모을 것이다. 지리산 찾는 등산객들 백무동에서 바로 서울 가지 않고 이 곳을 들러 식도락을 즐기느라 문자 그대로 인산인해를 이룰 것이다! 또 하나 함양군에게 바라는 제언. 다문화 가정 싸모님들을 위해 이색축제를 기획하면 어떨까? 베트남의 경우 음악이 절묘하다. 이들은 속악(俗樂) 계명인 호(合. Sol). 샹(上. Do). 세(尺. Re). 콩(工. Mi). 류(六. Sol). 우(五. La)를 쓰고 있는데 음악을 들으면 들을수록 애잔하고 비장하기 그지없다. 함양에 시집 온 녹프엉 며느님에게 한 곡을 청하자 베트남 명가수 누퀴인의 노래 <그대는 봄이 오리라 믿어요>를 절창한다.“?음…세상은 다가오는 봄에 대한 기대로 행복하고 ♬”미래에 대한 기대. 행복이라…하루도 웃음꽃이 사라지지 않는 수동면 화산리 외딴집 심광현 댁 주제가로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외국인 재원 아내 둔 심 선생. 1년 365일 아니 영원토록 늘 행복하시길!   구본갑|본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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