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수용하고 수렴하는 계절이다옛날부터 우리 조상들은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을 살아 왔다. 계절에 순응하는 농경생활을 하고 제철에 나는 재료로 천연밥상을 만들어 먹으며 자연의 순환을 존중하고 자연과 일체가 되는 생활을 했다. 우리의 몸은 자연의 일부분이라 기후 변화에 그대로 영향을 받는다. 하늘의 공기를 마시고. 땅에서 나는 먹을거리로 배를 채우며. 더불어 사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살아가는 에너지를 얻는 인간은 이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몸에 탈이 난다. 그러므로 사람들과의 관계를 원활하게 하고 계절의 변화에 맞추어 생활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 무덥던 여름도 가고 이제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분다. 물론 지루하던 비와 습한 기운도 모두 사라지고 청명한 하늘을 볼 수 있어 기분이 좋은 걸 보면 바야흐로 가을이 오기는 한 모양이다. 가을은 세상 모든 만물이 성장을 멈추고 열매를 맺으며 추운 겨울을 대비하느라 기운을 안으로 모으고 겨울의 추위를 이겨낼 에너지를 모은다. 나무들은 잎을 떨어뜨리고 동물들은 넉넉히 먹어 에너지를 비축한다. 최소한의 대사활동으로 생체리듬을 간소화하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 불필요한 것들을 추려내어 버리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사람도 여름내 열어 놓았던 땀구멍을 닫고 기운을 안으로 모으기 시작한다. 가을에는 봄과 여름동안 따뜻했던 공기가 서늘해지고 건조해진다. 여름철의 왕성했던 피부호흡도 줄어들어 폐는 더 많은 일을 하게 되므로 서늘하고 메마른 날씨에 호흡기가 마르지 않고 상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음식도 호흡기를 촉촉하게 해줄 수 있는 식재료로 만들면 도움이 된다. 우리 조상들은 이러한 역할의 폐를 가을에 가장 많은 일을 하는 장부로 보았던 것이다. 가을은 수렴하는 계절이기에 안으로 거두어들이는 신맛과 떫은맛이 도움이 된다. 하지만 무성했던 여름날의 모든 것을 수렴할 수는 없으므로 불필요한 것들을 추려야 하는데 매운맛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래서 가을에는 매운맛은 조금만 먹고. 수렴작용이 있는 신맛을 늘리는 것이 지혜로운 식생활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신맛이 발산하려는 양기를 거둬들여야 하니 새콤한 것이나. 새콤달콤한 것을 먹으면 좋다. 오미자를 우려 음료나 소스(즙장)로 사용하는 것도 좋겠다. 가을엔 여름철의 열이 남아 있고 가을의 건조한 기운 때문에 기관지가 건조해지지 않도록 폐에 도움이 되는 음식을 먹으면 좋다. 조상들이 한가위 추석에 송편 속으로 폐를 윤택하고 촉촉하게 하는 깨나 밤. 콩 등의 견과류를 넣어 만들어 먹었던 것은 정말 지혜로운 일일 것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서구식 식문화가 급격하게 유입되면서 우리 음식은 오직 영양 성분과 칼로리로 계산되고 혀가 원하는 입맛을 위주로 조리되기 시작하면서 식생활에 위기가 오고 건강과 환경에 적신호가 켜졌다.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본받아 오미의 원리를 알고 이를 잘 활용한다면. 한국의 맛은 몸의 조화와 정신세계인 감정까지 컨트롤할 수 있게 되고.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있는 행복하고 풍요로운 건강한 삶이 될 것이다.  - 녹색대학 생명살림학과 고은정 ggum2345@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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