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 Talk Talk 19회질기고 흔해서 더 좋아 ▲ 칡꽃백운산과 지리산 언저리에 사는 혜택 중의 으뜸은 그 산에서 시시때때로 얻을 수 있는 먹을거리라 생각된다. 올해는 좀 별난 날씨 덕에 며칠에 한 번 꼴로 비가 오기는 하지만 해마다 장마철이 지나고 뜨거운 햇볕 아래 더위를 참느라 애를 쓸 즈음이면 유난스레 우리의 눈에 띄는 것이 있는데 다름 아닌 칡잎과 칡꽃이다. 먹을 것이 부족하던 어린 시절의 봄에 집 밖으로 나가면 리어카 한 가득 칡을 싣고 와서 톱으로 쓱쓱 썰어서 파는 아저씨들이 심심찮게 보였었다. 어린아이 주먹만 한 칡뿌리를 받아들고 입으로 물어뜯어 자잘하게 찢어서는 꼭꼭 씹으면 달착지근하고 쌉쌀한 맛이 우러나오는데 허연 섬유질만 남으면 뱉어버리곤 하였는데 나중에는 입과 손이 검게 변하여 칡 먹은 것을 속이려 해야 속일 수 없었지만 고픈 배를 채우기에는 나무랄 데 없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칡은 도토리 등과 비교해 전혀 뒤지지 않는 구황식물로 불리는 것 같다. 칡뿌리(葛根 갈근)와 칡꽃(葛花 갈화). 칡잎(葛葉 갈엽). 칡가루(葛粉 갈분)는 거의 모두 그 맛이 달고 매우며 약간 차거나 평이한 성질을 가지고 있으며 소화기(脾胃 비위)에 작용한다. 동의보감에 의하면 갈근은 감기 몸살 두통에 근육을 풀어주고 피부를 열어 땀을 나게 하며 주독을 풀어주고 갈증을 없애며 식체(食滯)를 내리는 효능이 있다고 한다. 따라서 감기 초기에 열이 있거나 몸살 기운이 있을 때 먹으면 좋다. 또한 해독 기능이 있어서 술로 인한 숙취가 심한 경우에도 효과가 좋으며 피부 내에서 열이 정체되어 생기는 피부병에도 좋다. 갈근은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주므로 고혈압. 동맥경화 고지혈증. 협십증 등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특히 당뇨병과 같이 진액이 부족하여 오는 쇠약증에도 좋은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칡꽃은 7.8월에 꽃이 타래꽃송이 중간쯤까지 피었을 때 따서 다른 야채와 함께 샐러드로 만들어 먹으면 그 신선함과 청량함으로 입이 즐거우며. 시들기 전에 깨끗이 씻어 찐 다음 그늘에서 말려 두고두고 차로 마시면 아주 좋다. 칡꽃으로 차를 만들면 칡뿌리의 달콤한 맛이 나면서 은은한 꽃향기가 함께 나서 행복하다. 겨울에 마시면 감기도 예방하고 추위도 타지 않는다는 민간요법도 전해진다. 같은 양의 설탕에 재워 발효시켰다가 음료로 마셔도 되고 술을 부었다가 걸러 밤이 길어지는 어느 가을 저녁에 지인이라도 불러 마신다면 평생 잊지 못할 추억하나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칡잎은 연한 것으로 골라 따서 콩잎처럼 장아찌를 담아도 되며 칡꽃으로 샐러드를 할 때 같이 써도 훌륭하며 잘게 썰어 덖었다가 꽃과 함께 차로 즐겨도 좋다. 마른 칡뿌리를 잘 갈무리 해두었다가 인삼. 진피와 함께 끓여 차로 마시면 그 효능이 배가 되며. 가루로 만들어 멥쌀과 1:3 정도의 분량으로 배합해 죽을 쑤어 먹으면 열을 내리고 갈증을 없애며 몸에 진액을 생기게 하니 당뇨나 고지혈증. 동맥경화증. 고혈압 등의 질병에 활용하면 좋을 것이다. 어여쁜 사위가 질 짐의 끈으로 쓰기에는 너무나 질겨서 안타깝고 산과 들 어디에나 흔해서 귀한 대접을 받지 못했던 칡이지만 버릴 것 하나 없는 칡이 있어 내 삶에 윤기를 주니 더 없이 좋은 계절이다. - 녹색대학 생명살림학과 고은정 ggum2345@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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