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지리산문학상 수상소감-최승자] 아침 안개의 산 숲그리고 그 너머오전의 구름 섬들과 오후의 구름 궁전들 나는 안강읍 산대리라는 곳의 14평짜리 아파트에서 산다.산대리 전체가 아름다운 산들로 둘러싸인 아주 자그마한 곳이다.운이 좋아서인지 아파트 거실에서 산이 보인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시각은 다르지만. 이른 아침엔 산 숲에서 하얀 안개가 피어오르는 것을 보게 된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오전엔 구름 섬들. 오후엔 구름 궁전들이 떠오른다. 물 같기도 하고 빛 같기도 한 하늘 빛 위로 떠오르는 구름 섬들. 구름 궁전들을 가끔씩 바라보노라면 하루가 쉽게 지나간다. 그리하여 세월이 쉬이 지나간다. 그 속에서 책 읽고 밥 먹고 공상하며 산다. 어릴 적에 시골 고향 떠나 서울에서만 한 사십년 산 사람에겐 참 이상한 시간 체험이다. (거실에서 아침 안개의 산 숲그리고 그 너머오전의 구름 섬들. 오후의 구름 궁전들까지) 그리고 짧거나 긴 산책들 산책이라는 것은 산자락 아래 펼쳐진 작은 농촌 마을을 여기 저기 기웃거리며 걷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더 많이 바라보게 되는 것은 하늘의 blue. 논. 밭. 산야의 green이다. 한참 걷다 보면 몸과 정신에 생기가 돈다. 그럴 땐. 그런 생기란 어쩐지 논. 밭. 산야의 green 보다는 하늘의 blue에서 더 많이 나오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렇게 회복기 환자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그런 시간 속에서 날아든 수상 소식. 데뷔 31년 만의 뜻밖의 첫 상이라 고마웠다. 뽑아주신 여러 분들께 감사를 드린다. 최승자(崔勝子) 약력 1952년 충남 연기 출생. 고려대학교 독어독문과 졸업. 1979년 『문학과지성』에 「이 시대의 사랑」 외 4편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 시작. 시집 『이 時代의 사랑』 『즐거운 日記』 『기억의 집』 『내 무덤. 푸르고』 『연인들』 『쓸쓸해서 머나먼』. 번역 작품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죽음의 엘레지』 『침묵의 세계』 『굶기의 예술』 『상징의 비밀』 『자스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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