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평교회 김희수 목사<아빠와 함께 사냥을 나왔다. 슥슥 스스슥. 아빠와 나는 소리도 없이 조용히 물위를 걷는다. 나는 하루살이 한 마리가 물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빠! 저기” “쉿!” 아빠는 이미 알고 계셨다. 다른 위험이 없는지 세심하게 살핀 아빠는 나에게 신호를 보내셨다. 나는 재빨리 아빠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아빠는 허우적거리는 하루살이를 나무토막이 떠 있는 곳으로 옮기셨다. 나무토막에 하루살이를 기대고 나에게 먼저 먹으라고 하셨다. 아. 맛있다. 하루살이 체액은 언제 먹어도 달콤하니 물리지 않는다. 아빠는 “허허 녀석도. 그렇게 맛있어?” “네. 아빠. 아빠도 어서 드세요” 나는 그제야 아빠에게 양보한다. 아빠와 식사를 마친 나는 아빠와 누가 빠른지 시합을 하며 신나게 물 위를 나는 듯이 미끄러져 갔다. 그런데 그 때 갑자기 아빠가 물 속으로 빠져들었다. “어서 어서 피해!” 아빠는 물 속으로 빠져가면서도 나를 걱정하며 이곳을 피하라고 외쳤다. 말로만 듣던 무시무시한 크레파스였다. 우리 소금쟁이들은 표면 장력을 이용해 물 위를 자유자재로 걷는다. 우리는 인간들이 싫어하는 해충들의 체액을 빨아먹고 사는 유익한 곤충이다. 우리가 물에 뜰 수 있는 이유는 긴 다리에 잔털이 많이 나있고. 거기에 약간의 기름기가 묻어 있어서 잔털 속에 수많은 공기방울이 맺히면서 거뜬히 물 위에 떠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물 위에 떠서 1초에 우리 몸의 100배나 되는 거리를 이동할 수 있다. 그런데 옛날과 달리 요즘 인간들은 온갖 세제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비누와 샴푸와 린스. 주방세제. 세탁기용 세제들에는 계면활성제가 들어있다. 계면활성제란 그야말로 물과 기름을 섞이게 해주는 화학물질이다. 그러므로 계면활성제가 들어있는 세제가 물에 흘러 들어오면 우리 소금쟁이의 발끝에 묻어 있는 기름기가 용해되면서 우리 몸이 그대로 물에 빠져들게 된다. 아빠는 바로 그 계면 활성제 계곡에 빠지신 것이다. 요즘 우리는 이 계곡에 대한 공포로 함부로 밖에 나돌아다니지 못하고 있다. 어른들은 이 무서운 계곡에 대해 이야기하며 우리를 될 수 있는 대로 집 안에 묶어 두려 하신다. 그러나 좀이 쑤시는 개구쟁이들은 몰래 나갔다가 영영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런데 말로만 듣던 그 계곡에 아빠가 빠지신 것이다. “아빠! 흑흑.”>지리산 기독교 환경연대는 매년 여름 어린이 생태캠프를 열고 있다. 올해로 6회째를 맞이하여 좀 더 알차고 신선한 프로그램으로 좋은 호응을 얻었다. “강물아 흘러 흘러라”라는 주제로 열린 캠프 셋째 날 지리산 국립공원 관리 사무소에서 직원들이 나와서 지리산에 깃든 생명들 이야기를 해주었다. 대부분 곤충들에 관한 설명과 함께 한 가지 실험을 하였다. 촛농을 이용하여 다리에 기름기를 만들어 준 소금쟁이를 물에 띄웠더니 진짜 소금쟁이처럼 물에 떴다. 거기에 계면활성제를 한 방울 떨어뜨리는 실험이었다. 놀랍게도 계면활성제가 한 방울 물에 떨어지자 여유 있게 떠있던 소금쟁이가 그대로 물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너무나 놀랐다. 그동안 세제가 강물을 오염시킨다는 것은 알았지만 내가 무심코 사용하던 샴푸와 세제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눈앞에서 똑똑히 본 것이다. 인간의 욕심으로 익사한 소금쟁이에게 이 짧은 글을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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