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19일의 초복(初伏)에 이어 29일 중복(中伏)을 지났고 오는 8월8일 말복(末伏)을 맞는다. 말복 전날인 8월7일은 경인년 가을의 시작 기준으로 삼는 입추(立秋)에 해당되는 날이어서 벌써 가을이 코앞에 다가섰음을 예고하고 있다. 우리 함양 고을은 비교적 고도가 낮은 함양읍만 해도 해발 150m에 달하는 전반적 산악고지대인 관계로 다른 고을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덜 더운 편이긴 하지만 그래도 명색이 삼복더위인지라 더위를 이겨낼 슬기로움이 요구되는 시기이다.기이하게도 복날이라는 한자의 엎드릴 복(伏)자에는 사람 인(人)자와 개 견(犬)자가 나란히 자리하고 있어서 아마도 복날 무슨탕을 즐기는 이들의 구실(口實)을 제공하고 있으나 지혜로운 우리 선조들께서 그리 가르쳤을 리는 만무할 것이고 다만 삼복 중에는 가급적 덜 움직여서 더위 먹거나 더위로 인한 건강상의 문제를 야기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권유를 담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체력이 저하되면 더위를 이겨내기 더욱 어려워진다는 의학적 판단에서 고단백 식품의 섭취 필요성을 제기했을 것이고 인삼. 황기 등을 첨가한 보양식 삼계탕을 위시하여 몇 가지 음식을 개발해 전해준 것으로 보인다.음식이야 자신의 기호에 따라 즐기는 것이고 누가 왈가왈부할 문제는 아니지만 그래도 예로부터 이름 난 학자와 훌륭한 도인(道人)들이 어느 지역보다도 많다는 지리(智異). 덕유(德裕) 양산 사이의 별유천지 비인간의 승지(勝地)에 사는 사람으로서 사람을 제 애비 어미보다도 더 잘 따르고 집 잘 지키며 의리를 중시하는 견공(犬公)을 내 몸보신하기 위해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팽(烹)한다는 것은 아무리 궁리 해봐도 못할 짓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는 필자 개인의 취향에 따른 생각이긴 하지만 그래도 사람과는 촌수가 다소 먼 느낌이 드는 닭이나 오리 등 고단백 식품은 적지 않은 만큼 무슨탕 드실 계획을 짜고 있는 분들은 자비심(慈悲心)을 내어 재고해보시기를 조심스럽게 제안해본다.아울러 좀 특이한 피서법이기는 하지만 필자의 이열치열(以熱治熱) 피서법(避暑法)을 참고하면 좀 덜 더울 것으로 판단된다. 열대야니 뭐니 하면서 덥다고 아우성치는 요즘 필자는 매주 주말이면 어김없이 산을 찾아 계곡이나 산등성이에서 시원한 바람을 쐬는 게 아니라 깎아지른 바위벼랑으로 접근해 수직의 절벽을 오르곤 한다. 카라비너 확보기 로프 등의 암벽등반장비들을 담아 대략 13㎏ 가량 무게가 나가는 배낭을 지고 산길 2∼3km를 등반하여 높은 바위 밑까지 접근하면 이미 온 몸은 땀으로 뒤범벅되곤 하지만 어차피 가만 앉아 있어도 줄줄 땀이 나는 것을 피하지 못할 바에는 잠시 숨만 돌린 뒤 더욱 땀나고 숨찬 수직의 바위벽 등반을 시작한다.물론 일반 등반보다 훨씬 숨이 더 차 오르고 생 땀이 나며 팔 다리 어깨 등 곳곳이 결리고 손가락 끝은 온 바위벽에 문질러대는 바람에 까지고 닳아서 쓰리긴 하지만 그러나 정신은 한시도 느슨함의 여유를 누릴 틈이 없다. 암·빙벽 등반의 역사를 통해 한 번의 방심과 그에 따른 실수가 얼마나 참혹한 결과를 부르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늘 칼날 끝에 선 마음가짐을 한 순간이라도 놓지 못하는 것이 바로 암벽등반이기 때문이다.어떤 이들은 그렇게까지 온 신경을 곤두세우면서 뭣하러 그 위험한 암벽등반. 빙벽등반을 하느냐고 묻기도 하지만 딱히 이렇다 할 그럴듯한 대답을 하기 어려워 그저 ‘소이부답심자한(笑而不答心自閑)’이란 이태백의 문답법대로 응대할 뿐이다. 암벽등반의 묘미가 어떻고 건강효과가 크다는 등의 미사여구(美辭麗句)를 동원한 일반적 대답으로 그 세계를 적절히 표현하기 어렵다는 게 근본 이유이지만 실제로 강력하게 권유할 성격의 행위도 아니기 때문에 그저 궁금하면 본인이 한번 바위에 매달려보는 게 가장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첩경이라는 생각이 든다.이태백(李太伯)의 시를 패러디 할 경우 대략 다음과 같은 시로 표현될 듯싶다. 問余何事登岩壁(문여하사등암벽)/笑而不答心自閑(소이부답심자한)/千峰磊石越苦處(천봉뇌석월고처)/別有天地非人間(별유천지비인간) 무삼일로 암벽을 오르냐고 묻기에/웃고 대답 않으니 마음 절로 편한 것을/천봉우리 쌓인 돌. 괴로움 넘은 곳에/별천지 펼쳐지니 인간세계 아니로세  <전주대학교대체의학대학 객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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