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밥백전면에 있는 학교에서 나와 군청 방향으로 가다보면 길 양쪽에서 하얗게 피어오르는 백련의 꽃들을 만난다. 물론 상림에서 만나는 연꽃들과는 비교할 수도 없이 소박하지만 길을 오가는 중에 만나는 흰 연꽃들을 감상하는 기쁨은 일부러 먼 길 찾아가서 맛보는 기쁨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래서 나는 이맘때의 출퇴근길이 제법 가볍게 느껴진다. 흰 연꽃들이 피고 지면 그 자리엔 깔때기처럼 생긴 주먹만 한 열매가 열릴 것이니 꺾어다 잘 말려두었다가 화병에 꽂거나 벽에 걸어 두고 보아도 좋고 아니면 속 알갱이(일명 연자 혹은 연실)들을 꺼내어 약재로 쓰거나 식재로 쓸 수 있을 것이다. 황해도 연백이 고향이신 친정아버지께서 어린 시절 살던 곳에는 연이 자생하던 연못이 있었던 것 같다. 직업군인이라 바쁘셨던 아버지와 어쩌다 같이 밥상머리에 앉아 밥을 먹을라치면 자주 고향 이야기를 하셨는데 그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바로 연밤(연밥)이었다. 어린 나는 잘 알지 못하여 밤처럼 생긴 연밤(연밥)이 따로 있는 줄 알았지만. 커서 알고 보니 바로 연의 씨를 말함이었고 그곳에서는 연자를 삶아 밤처럼 먹었다고 하셨다. 그럴라 치면 어머니께서도 지실 새라 개암나무 열매 이야기를 꺼내곤 하셨는데 이제는 그렇게 둘러앉아 먹는 밥상을 만날 수 없음이 안타깝다. 생으로 먹는 연실은 생밤의 밋밋한 고소함과 개암의 아삭한 고소함을 같이 가졌으나 조금 다른 고소함이 있으며 삶아 먹으면 그 또한 밤이나 개암과는 약간 다르지만 매력적인 맛을 가졌다. 그러므로 약재로 뿐 아니라 약이 되는 음식의 재료가 되어 우리의 밥상에 자주 오르게 된다. ▲ 연밥연밥(蓮子肉)은 떨어진 기력을 보(補)하고 소화기와 심장을 튼튼히 해주므로 오래 먹으면 몸이 가벼워지고 노화가 억제된다. 그러므로 늘 먹는 밥이나 죽 또는 떡으로 만들어 먹으면 좋다. 연자와 쌀을 1:5의 비율로 잡아 밥을 해서 먹으면 소화기를 보해줌은 물론이고 기억력을 강화시키며 눈과 귀를 밝게 해준다. 아울러 심신을 안정시키고 기력을 돋워주고 병에 대한 저항력도 키워주니 성장기 어린이나 심신이 허약해진 노인들의 보양밥으로 좋을 것이다. 거기에 마를 더한다면 소화기를 보하는 힘이 더욱 커질 것이며 지구력도 생겨나게 되므로 수험생을 위한 음식으로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심을 제거한 연밥을 가루 내어 보관해 두면서 죽을 쑤어 먹거나 미숫가루에 섞어 먹으면 좋다. 신선들이 즐겨 먹었다는 아홉 가지 약재들로 만들어진 구선왕도고라는 떡의 재료로도 쓰인 연밥은 차로 즐겨도 나쁘지 않다. 연밥가루로 만든 떡 한 조각에 연잎으로 만든 차 한 잔 앞에 놓고 앉으면 여름 더위에 지친 몸을 식힐 수도 있으며 여름 더위로 인해 떨어진 기운을 보해줄 것이니. 가까이 있으나 자주 만나지 못하는 친구가 있다면 불러 우정을 돈돈히 해봄직하다. - 녹색대학 생명살림학과 고은정 ggum2345@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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