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률 목사(함양제일교회) 올 봄에 엔진톱을 샀다. 생김새부터 살벌하게 생긴 녀석이 시동을 켜니 굉음을 내며 톱날이 사정없이 돌면서 굵은 나무등걸을 순식간에 무 자르듯 잘라버린다. 겁이 나서 도무지 쓸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 몇 번 해보니 이 녀석이 꽤 쓸만하다. 엔진톱의 강렬한 소리와 힘은 잡생각을 순식간에 달아나게 만든다.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큰 일 날 것만 같기 때문이다. 엔진 폭발음과 톱날 돌아가는 소리가 장난이 아닌데도 일의 삼매경에 빠져들다 보면 사방이 조용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무시무시한 녀석과 일심동체가 되어서 교회마당 한 가운데서 일에 몰두하다보면 마치 홀로 숲 속에 있는 것처럼 호젓하고 편안하다. 이런 순간들 때문에 촌에 어르신들께서 몸이 아프셔도 논밭에 몸을 파묻고 일하시는 것 같다. 오늘은 작업을 하다가 그동안 몰랐던 방법 하나를 터득했다. 지금껏 엔진톱을 두 손으로 힘껏 쥐고 내리누르면서 나무를 잘랐는데 작업을 하다가 어느 순간 힘이 빠져서 엔진톱을 가만히 잡은 채 나무에 올려놓기만 했는데도 팔과 톱의 무게 때문에 나무가 잘 잘리는 것이다. 신기해서 그 다음에도 똑같이 해봤는데 힘을 주고 내리 누를 때보다 훨씬 편하고 자연스럽게 톱날이 잘 먹힌다. 톱질뿐만 아니라 뭔 일이든지 힘을 좀 빼고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신경 곤두세우고. 너무 진을 뺀다고 일이 잘 되는 것도 아닌데 버둥거리며 안간힘을 쏟으며 살아갈 때가 얼마나 많은가. 너무 노심초사하지 말고 조금 느긋하게 살아볼 일이다. 그런데 해가 지고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니 마음이 급해지고 손이 빨라진다. 내일해도 되는데 일을 하다보면 그게 쉽지 않다. 매듭을 짓고 싶은 마음에 손이 빨라진다. 마음이 급해지니 나무를 틀에 앉힌 모양이 불안하고 톱을 든 내 모양새도 불안한데 얼른 톱부터 갖다 댄다. 시간은 없고. 마음은 급하고. 몸에 힘은 부치고... 사고는 그럴 때 나는 것이다. 그 모양새가 요즘 내 처지를 꼭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사십대 후반을 살고 있다. 내 나이를 가리켜서 누군가 말하기를 ‘뭔가를 새로 시작하기에는 조금 늦고 그렇다고 포기하기에는 조금 이른 애매한 때’라고 했다. 아직 젊음은 남았는데 시간은 많지 않고. 마음은 급해지는데 몸과 여건이 따라주지 않기 시작하는 나이다. 그러나 그럴수록 더욱 여유를 찾아야 한다. 이럴 때 조급하게 서둘러 괜히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제 명대로 못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부지런한 자의 경영은 풍부함에 이를 것이나 조급한 자는 궁핍함에 이를 따름이니라”(잠언 21:5)고 했다. 서둔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그저 하루하루 성실히.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가면 풍부한 열매를 맺는 날이 오는 것이다. 마음을 느긋하게 하고 일의 속도를 늦췄다. 남아 있는 나무들을 보지 않고 틀에 올려놓은 나무에 집중했다. 그렇게 몸에 힘을 빼고. 마음의 여유를 갖고 하나하나 잘라나갔다. 자세가 다시 안정되고. 그리 서둘지 않았는데도 해지기 전에 일이 다 끝났다. 오늘은 작업을 하면서 삶에 있어서 소중한 이치를 몇 가지 배웠다. 하다보니 저절로 알게 되고 하다보니 일이 된다. 살다보면 알게 되고 살다보면 되는 일들이 있지 않겠나. 몸에 힘을 빼고 조금 느긋하게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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