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양군여성합창단 이경희얼마 전 새로운 군수취임식이 있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왔는지. 어떤 인사말들이 오고 갔는지 정확히 내 귀에 들리지 않았다. 오로지 긴장한 내 맘만이 식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 속에 떠다닐 뿐이었다. 순서에 맞게끔 합창을 준비하는 우리 합창단원들은 모두 긴장된 맘속에 시작과 끝을 잘 마무리 할 수 있기를 기도하고 있었다. ‘우리는 하나’ 와 ‘희망의 나라로’를 부른 후 서로의 마음과 눈은 뜨거워져 있었다. 뜻 깊은 날에 선곡된 노래 덕분이기도 하지만 관중과 하나로 뭉쳐진 뜨거운 맘이 뭉클뭉클 전파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날의 칭찬은 정말 과하지 않은 찬사였다. 무엇을 해냈다는 뿌듯함이 합창단원들을 뭉치게 했고 우린 정말 잘 할 수 있다는 새로운 자신감이 서로를 연결하고 있었다.합창을 주제로 만들어진 영화는 참으로 많다. 코믹뮤지컬 ‘시스터 액트’가 있고 여성들의 눈물샘을 한없이 열어 논 ‘하모니’가 있다. 이 영화들은 인생의 역경을 극복하고 그 매개체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목소리 합창이다.나에겐 좀 특별한 영화가 있다. 지금은 비디오방에서 찾아야 될 영화가 되어버렸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2차대전 말기 일본군 포로수용소에서 있었던 일이다. ‘파라다이스 로드’라고 1997년에 연기파 배우 글렌 클로즈가 주연한 영화이다. 여성포로들이 입을 맞춰 부르는 아카펠라곡을 들을 때는 눈물이 나도 모르게 글썽거려졌고 영혼을 울리는 재즈곡은 두고두고 마음에 남아 그 여운을 잊지 못한다. 포로들 사이에서도 노래를 부른다는 빈정거림과 일본군의 박해 속에서도 열심히 노래연습을 하며 첫 발표회를 열어 메마른 가슴에 감동의 눈물을 선사한 이들은 인간이 만들어 낸 작은 평화였고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였다. 합창은 그러하다. 내 아무리 높은 소프라노를 아름답게 노래할지라도 메조와 알토가 받쳐주지 않으면 하모니는 빛이 나지 않는다. 정말 조화가 필요한 것이다. 약간씩 처지는 부분을 받쳐주고 자신있는 부분이 살짝 낮춰줌으로써 전체가 돋보이는 것이 합창이다. 합창단원은 형제자매와 같은 일체감과 서로의 사정을 살펴주는 세밀함이 있다. 이것이 뒹굴고 뭉쳐져 소리를 만드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내 파트가 최고라고 뽐내고 노래만 연습했다면 절대 가질 수 없는 마음들이다. 단원들의 마음이 밑바탕이 되고 살피고 낮춰주는 겸손이 10년을 이어오게 한 소리의 원동력이다.유난히 짙은 보라색 합창단복이 사람들 관심을 끌 수 있었던 건 우리의 노래가 사람들 마음을 끌었기 때문이리라. 우린 또 다른 노래를 준비한다. 그리고 또 다른 무대에 올라 설 것이다. 합창은 혼자가 아니라 같이 만들어 내는 보살핌이고 배려이다. 그 속에 우리의 10년이 녹아 있다. 또 우린 조화로운 어울림으로 10년 보다 더 긴 세월을 또다시 찬찬히 걸어 갈 것이다.
Select count(idx) from kb_news_coment where link= and !re_id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