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고을은 예로부터 ‘좌안동(左安東) 우함양(右咸陽)’이라고 일컬어지며 김종직. 정여창 등 많은 훌륭한 선비들을 배출해낸 한국의 으뜸 ‘선비고장’으로 자타가 공인하던 바이지만 지금은 이름만 존재할 뿐 선비다운 선비를 찾아보기 어렵고 그나마 자라나는 세대들에게도 ‘선비정신’의 싹을 엿보기 어려운 실정이어서 식자(識者)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함양 역시 제도권 교육에 있어서 이러한 ‘선비고장의 특장(特長)’을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국내 모든 여타 지역들의 학교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한국교육의 최대 병폐라 할 ‘학벌지상주의’. ‘일등주의‘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우리 국민의 교육열은 가히 세계 제일이라고 자부해도 좋을 만큼 대단한데 비하여 교육의 질(質)은 그에 정비례하지도 못할 뿐더러 고급 실업자를 양산하기에 적합할 정도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면서도 그 대책은 고사하고 아직은 원인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우리 교육현실이다. 자녀들의 적성에도 맞지 않고 소질을 살리지도 못할 4년제 대학 졸업장에 여전히 집착하는 학부모들과 그리 내키지는 않지만 그러한 기대에 부응하여 귀중한 인생의 시간과 경비를 낭비하면서까지 꼭 대학을 졸업하려는 학생들이. 공동으로 이 시대의 ‘일그러진 우리 교육 자화상(自畵像)’을 빚어내고 있는 것이다. 오늘 이 시대의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가 바로 다양성이고 학력(學歷)의 시대가 아닌 학력(學力)이 요구되는 글로벌 경쟁시대임에도 제 장점과 소질을 생매장시키면서 엉뚱한 것을 공부하느라 진을 빼고 국가 경쟁력 약화에 스스로 동참하여 한 몫을 하고 있는 것은 뭔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우리나라만의 기이한 풍조라 하겠다. 어릴 적 김연아를. 그 특기를 감안하지 않고 입시지옥으로 몰아넣어 S대를 비롯한 명문대학 입학만을 고집했다면 오늘의 김연아를 탄생시키지 못했을 것이고 박세리와 최 경주 선수를 명문대학에서 찾으려 했다면 아마도 그들을 발굴해내지 못했을 것이다.경쟁이 전혀 없다면 발전하기도 힘들 것이라는 점을 십분 감안한다 하더라도 브레이크 고장 난 기관차처럼 아무런 제어장치 없이 학벌주의. 일등주의로 치닫는 경쟁만이 세상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라고 착각하는 이 시대 다수인들의 허황한 집착은 시급히 버리는 것이 자신과 가족들. 사회 구성원들이 좀 더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하는 첩경이요. 사람 냄새 맡을 수 있고 인간미 느낄 수 있는 정상적인 세상으로 가는 지름길이라 하겠다. 지방에서 부모님들이. 자녀들만은 자신들처럼 고생스럽게 농사짓지 않고 명문 학교 졸업해 좋은 직장 다니기를 염원하여 전답(田畓) 팔아 도시로 올려 보내 공부하게 한 뒤 며느리는 물론이고 자식 얼굴 보기조차 어려워지고 어쩌다 만나도 자기 자식이 아니라 손님 같고 남 같아서 자연스레 왕래가 뜸하게 된 사례들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다. 지식(智識)은 많고 부귀(富貴)를 누리기는 하되 온갖 희생을 무릅쓰고 자식 잘되기만을 기원하며 자기 자신을 뒷바라지한 부모에게조차 자식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도리를 외면한 채 지극히 이기적(利己的) 면모를 보이는 그러한 인간 군상(群像)들이 나라와 지방자치단체. 기관 등의 공적(公的)인 일을 잘할 것이라고 그 누가 믿겠는가? 굳이 ‘인성(人性) 교육’이라는 거창한 단어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많이 배우고 부(富)와 권력을 누리는 사람들 중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는 기본적인 사회적 매너는 고사하고 제 부모에게 만이라도 크게 불효(不孝)하지 않는 정상적인 사람들조차 만나보기가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은 우리 교육이 지향하는 바가 과연 무엇인지를 되묻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번듯한 4년제 대학에 입학 못하면 사회적으로 낙오자라도 되는 양 호들갑을 떨며 자녀들을 입시지옥으로 몰아붙이는 부모나 그렇다고 그에 부응하여 자신의 적성과 특기를 살리기보다는. 소신을 접고 내키지 않는 학과에라도 진학하고 보자는 눈치작전으로 요령껏 인생을 영위하려는 학생들도 이제는 좀 생각을 바꾸었으면 하는 바람이다.함양인들의 DNA라 할 수 있는 ‘선비정신’은 논어(論語)에 나타나는 공자(孔子)의 가르침대로 이익 앞에서 자기 몫을 먼저 챙기기에 앞서 과감하게 정의(正義)에 따르는 용기를 보여주는 것(見利思義)이요. 기본을 바로 세우면 방도는 저절로 정립된다(本立道生)는 등의 소신과 철학에 따라 바르게 행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겠다. 이제 물질적 풍요를 넘어서 정신적 부(富)를 함께 누릴 수 있는 ‘진정한 복지 함양’을 위해 오랜 역사를 통해 전해내려 온 우리네 전통 유학(儒學)의 장점과 고결한 선비정신의 함양(涵養)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함양교육의 특장(特長)’을 살릴 방도를 강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주대학교 대체의학대학 객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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