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버스를 타고 함양읍에서 마천이나 안의 쪽으로 이동할 때가 있다. 모처럼의 버스 나들이는 시간과 상관없는 느긋함이 있고 마을에서 마을로 이어지는 풍경엔 눈요기가 많다. 봄바람을 맞아 장터로 나온 새댁들의 재잘재잘 이야기와 환한 웃음소리에 버스 안은 금방 훈훈해진다. 어린 아이를 품에 안고 비슷한 또래의 새댁들이 나누는 이야기는 언뜻 알아듣기가 힘들고 우리말로 의사표현이 제대로 되지 않을 땐 즉각 자기네 모국어로 얘기를 하기 시작한다. 20대에서 30대 초반의 여성들인데 결혼으로 우리나라에 온 외국인 여성들이다.이젠 어딜 가나 외국인 여성들을 쉽게 만난다. 그래서인지 다문화 가정이란 용어도 낯설지가 않다. 사실 다문화가정이라고 하면 민족적. 문화적 배경이 다른 사람들로 구성된 가정을 통칭하는 말로 그 형태는 외국인 이주 노동자 가정과 국제결혼 이주자 가정. 새터민으로 이루어진 다문화 가정이 있다. 그러나 함양처럼 농. 산촌의 경우 한국 국적을 가진 남성과의 결혼을 통해 한국으로 이주한 외국인 여성이 대부분이다. 2009년도 7월을 기준으로 함양군의 여성결혼이민자 현황을 살펴보면 많은 외국인 여성들이 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220명의 외국인 여성이 이주하여 771명의 가족 수를 이루고 출산 자녀수를 따져 보아도 전체적으로 230명이나 된다. 외국인 여성들의 출신 국적도 상당히 다양하다. 베트남. 중국. 네팔. 필리핀. 일본. 캄보디아. 우즈베키스탄. 몽골 등 이렇게 많은 나라에서 시집 온 외국인 여성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이다.물과 땅이 낯선 이 곳에서 그들이 겪는 애로사항은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 한번쯤 짚어볼 문제이기도 하다.함양에서는 2008년도에 함양문화원을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로 위탁을 하여 함양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로 명칭을 변경하여 많은 사업을 하고 있다. 전문 인력 종사자와 지도사로 한국어 교육과 아동양육 등 활발하고도 꼭 필요한 도움을 주고 있는데 아이돌보미 인력도 별도로 배치되어 있다. 이렇게 진취적이고 역동적인 모습은 2009년 전국 다문화지원센터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는 경제적 어려움과 지리적 접근이 어려운 결혼이민자와 그 가족을 대상으로 맞춤형 교육 서비스를 제공한 센터의 부단한 노력이기도 하다.우리나라의 국제결혼 행태가 외국사회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은 지는 오래되었다. 국제이주기구는 한국의 결혼이주여성들이 겪는 열악한 인권실태를 개선하라고 촉구한 바가 있고 얼마 전 캄보디아 정부는 자국인과 한국인의 결혼을 전면 금지하기까지 했다. 국제결혼 중개업자가 캄보디아 여성 25명을 모아 한국인 1명에게 맞선을 보여 당국에 적발된 게 단초가 되었다고 한다. 여기에다 한국인과 결혼한 캄보디아 여성들이 가정폭력과 학대. 빈손으로 이혼당한 사례 등이 알려지면서 비판의 여론을 키웠다. 타국 여성들을 마치 물건 수입하듯 취급하고 있는 메마른 인성이 무섭고. 언어문제로 의사소통도 원활하지 못한 남자와 여자를 그저 한 집에 같이 살게 하는 것으로 결혼의 모든 준비가 완성되었다고 생각하는 무모함이 많은 비극을 초래하기도 한다.다행히 함양의 다문화가족지원센터 프로그램을 보면 많은 희망이 있다. 단계별로 나뉘어진 능력별 한국어교육이 빨리 우리 글과 말에 익숙하게 도와 주고. 행정기관을 비롯한 단체와 연계성 지원으로 다문화 요리체험. 다문화가족 한마당 축제. 생활체조교실 등을 열어 결혼이민자들이 한국생활에 조기 정착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고 있다.친정어머니 맺어주기 프로그램은 심리적 안정을 주고 영상편지 보내기를 통해 모국의 그리움을 달래기도 한다. 또한 자립의지를 높이고 사회적 의식을 담은 여성결혼이민자의 취업교육지원까지 아끼지 않고 있다. 이제 한국사회는 다민족 다문화사회로 이동한다. 현재와 같이 인적교류가 전 지구적 차원에서 급속하게 진행되는 시점에서 한국인과 결혼해 가족을 이루고 살고 있는 결혼이민자들의 다양성과 우리 문화의 특성을 공존시키는 방안을 마련해 재창조하는 것은 훌륭한 경쟁력이 될 수도 있다. 골짝 마을에서 만나는 우리말이 서툰 외국인 여성에게 따뜻한 웃음을 보여 줄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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