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라 명의(名醫) 손사막은 “무릇 의사는 반드시 병의 원인을 찾아 음식으로서 먼저 치료 한 후. 그래도 낫지 않으면 약으로 치료하라”고 하였고. 그리스의 의학자 히포크라테스는 “음식으로 치료를 못하는 병은 약으로도 치료를 못 한다”고 하였다. 구태의연한 이야기 같지만 음식의 중요성을 이 보다 더 잘 표현한 말을 나는 아직 듣지 못하였다. 우리의 조상들도 제철에 나는 온갖 식재료들로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그저 한 끼를 때운다는 의미를 넘어. 건강을 증진시키고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등의 지혜를 발휘하면서 살아왔다. 집 주변에는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도 허투루 심지 않았으니 그 모두가 식구들이 아플 때를 대비해 약용으로 쓰기 위함이었다. 음식과 약은 그 근원이 같다고 생각하였으며 그 지혜와 관습이 전해져 오면서 현재에 이르러 약선(藥膳)이라는 말로 다듬어졌다. 약선(藥膳)이라는 말이 대중화되고 음식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우리는 주변에서 몸에 좋다는 음식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매스컴에서는 온 국민이 굶어 죽기라도 할 것처럼 다양한 음식점들을 소개하고 그것도 모자라 만병통치약과도 같은 수많은 식재료 이야기들을 여러 형태로 풀어놓는다. 다음날이면 대형마트 특정식품 코너에는 예외 없이 사람들이 몰린다. 한 예로 드라마 ‘허준’에서 역병에 좋다는 매실 이야기가 나오자 매실은 국민음료로 각광을 받다 못해 매실청(일명 매실효소)을 한 번쯤 담지 않은 가정이 없을 정도였고 농·산촌에서는 서로 다투어 매화나무를 심었다. 작년 6월 함양의 오일장 난전에서는 미처 팔지 못한 매실을 들고 나와 10kg에 1만원이라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불러 세우는 노인들이 계셔서 내 마음이 편치 않았었다. 여름에는 하루에 1∼2개씩 매실을 먹으면 생진해갈(生津解渴)하고 소화를 돕지만. 많이 먹으면 이가 상하고 몸 안에 담이 생길 수도 있으며 부녀의 월경기나 산전. 산후에는 매실 먹기를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또한 녹차가 다이어트에 좋고 암을 예방하는 인류 최후의 차인 양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면서 차 재배에 적합한 남방한계선 이남의 웬만한 곳에서는 야산은 물론이고 재배하던 작물마저 걷어치우고 곳곳에 차나무를 심기 시작하였다. 이제 우리나라의 녹차는 수요를 넘어서는 공급량 때문에 차 재배 농가들이 매화나무 재배 농가와 같은 곤란지경에 이르게 되었으며 궁여지책으로 초등학교의 음용수를 녹차로 하자는 제의를 하기에 이르렀다. 아무리 아이들이 양기(陽氣) 덩어리라지만 찬 성질을 가진 녹차를 상시 음용시키자는 발상에 나는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 어디 매실이나 녹차뿐이겠는가. 양파. 마늘. 호박. 식초 등 정력에 좋다든가. 미용에 좋다든가 아니면 고질적인 만성병들에 좋다고 알려진 많은 음식들이 정말 그렇게 좋기만 한 것인지 잘 살펴볼 일이다. 특별한 효능이나 약성이 있어 건강에 크게 도움이 되거나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음식이라면 그 효능이나 약성으로 오히려 해를 입게 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자면 약성이 뛰어난 음식일수록 그 약성이 어떤 사람에게는 아주 강하게 독으로 작용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오늘 내가 먹은 음식이 내일 내 건강을 나타내는 지표가 됨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내가 먹는 것이 바로 나이므로. 고은정 교수 소개온배움터(전 녹색대)에서 생명살림학과를 맡고 있는 고은정 교수가 이번 호부터 '밥상머리 Talk Talk'을 통해 칼럼을 연재한다. 글을 통해 건강한 식단운영을 선보일 고 교수는 계절별. 성장별 식단으로 가정마다 '착한 식단'을 선물할 것이다. 고은정 교수는 진안군에서 약선식당 창업을 위한 약선 교육을 매주 진행하고 있으며 농수산식품유통연구원(사) 산하 약선식생활연구센터 연구위원이다. 제1회 한국약선음식경연대회 입상. 제2회 한국약선음식경연대회 운영위원. 화순군 보건소에서 진행한 식당운영자를 위한 웰빙약선교육 강의. 진주산업대학 평생교육원 자연에서 얻는 먹거리 강의. 지리산국립공원북부사무소 등 여러 곳에서 강의를 부정기적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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