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란하도록 눈부신 봄 햇살이 가득한 4월입니다. 그런데 이토록 아름다운 4월을 왜 사람들은 잔인한 달이라고 얘기할까요? 빛과 향기 가득한 4월. 봄은 아름다운 꽃들을 비롯해서 수많은 생명이 태어나지요. 많은 시인들은 이를 아름답다고 표현한 반면 T.S. 엘리엇(Eliot)은 수많은 생명들이 이 땅에 태어나 온갖 고통을 받기 때문에 오히려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했습니다. 이 땅에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고통 받지도 않았을 것이었다는 것이지요. T.S.엘리엇은 그의 장시 '황무지(荒蕪地)'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잘 잊게 해주는 눈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구근 (球根)으로 약간의 목숨을 대어주었다... (중략)”고 읊고 있습니다.모든 생명에 새로운 물기가 흐르고 자연의 섭리와 더불어 화사한 꽃들이 피어나는 황홀한 사월이 낭만파 시인들에게는 예찬의 대상이었지만. 더 이상 뿌리내릴 한 뼘의 땅조차 없던 엘리엇에게는 생명있는 모든 것들이 마모되어져 더 이상 진정한 꽃을 피울 수 없게 된 황무지 같은 현실을 바라보며 절망과 몸부림으로 인하여 비판적인 절창을 노래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또한 평생 정신병자이며 무녀(巫女)였던 아내 비비안의 침묵은. 바라보는 사람들을 지치게 하기에 충분하였습니다. 우리 모두는 빛 뒤편의 어둠을 바라봅시다. 고층 빌딩 뒤편 일조권을 상실한 초가삼간은 봄이 왔건만 더욱 춥고 어둡습니다. 성장과 개발이라는 미명 하에 자연은 훼손되고 생활의 터전을 잃어버린 숱한 고달픈 인생들을 돌아봅시다. 경제논리가 지배하는 이 땅에 영광스러운 하늘 보좌를 버리시고 낮고 천한 이 땅에 오셔서 죄와 어두움의 문제를 해결하시고 십자가의 고난을 감당하사 3일 만에 부활하심으로 우리에게 산 소망을 안겨주신 승리하신 예수님을 바라봅시다. 윌리암 펜은 “아픔이 없이는 승리도 없고. 가시의 고통이 없으면 왕좌도 없다. 쓴 고통이 없이는 영광도 없고. 십자가가 없으면 왕관도 없다.”고 했습니다. 생명을 담보로 한 소모적 논쟁은 중단하고 상생의 기쁨을 나누는 새봄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어느 4월'이라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가 생각납니다. "숲이 다시 향기를 내뿜는다. /날아오르는 종달새들이 /우리들의 어깨를 내려 누르던 하늘을 높이 높이 /끌어 올린다. /가지 사이로 보이던 낮의 빛에는 공허가 있었는데 /오랫동안 비가 오는 오후가 지나면 /금빛으로 넘치는 /더욱 신선한 시간이 온다. /이러한 밝음에서 달아나기 위해. /멀리 마주 보이는 집들에서는 /상처를 입은 모든 /창문들이 소심하게 문짝을 파닥거린다. (중략)"잔인한 4월이 아니라 숲이 다시 향기를 뿜고 종달새가 노래하는 기쁨의 4월이 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