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소요유도 이런 소요유가 없다. 깊은 산속에서 알콩달콩 살아가는 노종환 이홍경 부부.>구본갑 지리산 여행기 31함양군 지곡면 덕암저수지에 가면 누구라도 시인 화가가 된다.민들레 장아찌 안주 삼아 안의 막걸리 한잔 하노라니 “내가 꽃인가 나비인가?”살강 도예촌 노종환 이홍경 부부 사는 모습 아름답구나!안의한의원 정연탁 원장. 카페 살강…이렇게 노래한다.“맞아. 그래. 양선희. 생각난다. 고향이 함양군 안의랬지. 눈망울이 초롱초롱했지만 뭔지 모르게 우수에 찬 얼굴…”지난주 <주간함양> 피플난에 이색인물이 소개되었다. 함양출신 양선희 시인이 에세이집 <엄마 냄새>를 펴냈다는 기사다. 양선희 시인은 내가 다녔던 학교후배이다. 어느 해 봄날. 채호기 문학과지성 대표. 이명세 영화감독과 술 한잔할 일이 있어 서울 종로 주점에 들렀다가. 양 시인을 소개받았다. 그때 나는 함양사람한테 몰매 맞을 말을 했다. “하이고 함양이라꼬. 완전 시골 중 왕시골에서 올라 왔구먼? 너그 부모 고생고생 뙤약볕에서 농사짓고 있는데 (들릴락말락) 고작 한다는 기. 돈 안되는 시 창작 하나?”이때 채호기 사장이 나를 내 허리를 꼬집으며 “얌마. 양선희 시인 시집 한번 읽어봐. 함양 산골풍경 얼마나 멋지게 소묘했는지!”폐일언하고. 3월 어느 날. 양선희 시인 에세이집 <엄마 냄새>를 구해 함양초교 앞 느티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양 시인은 꽃을 무척 사랑했다. 에세이집에는 함양 상림공원 연꽃풍경. 고향 안의 곳곳에 피어있는 찔레꽃. 라일락. 치자꽃 옥잠화 사진이 실려있다. 양 시인이 직접 촬영한 것인데 찔레꽃 사진이 너무 아름답다. 아. 이 아득한 봄날. 양선희 찔레꽃 사진을 감상하노라니 장사익 노래 찔레꽃이 절로 나오는구나!“하얀 꽃 찔레꽃 순박한 꽃 찔레꽃 별처럼 슬픈 찔레꽃 달처럼 서러운 찔레꽃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요 그래서 울었지 목놓아 울었지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요 그래서 울었지 밤새워 울었지 찔레꽃 처럼 울었지 찔레꽃…” ▲ 덕암저수지 풍경. 봄이 오면 저수지 하늘. 흩날리는 꽃잎으로 가득하다. “벚꽃 찔레꽃 옥잠화 수두리빽빽 함니더"# 순간. 나는 직업의식(?)이 발동했다. 그래. 이번 주 지리산 여행기. 주제는 봄꽃이다!함양 만물박사 기당 김원식(서각가)에게 전화를 해 함양 꽃 무릉도원 한곳 소개해라 했더니. 이노마자슥 어깨 힘 팍 주며 “덕암저수지라꼬 들어봤닝교. 그쪽에 가몬 노종환 선배 카페가 있는데요. 카페 주변에 벚꽃 찔레꽃 옥잠화 연짓빛 복사꽃 기타 등등 수두리빽빽함니더. 가서 꽃구경만 하이소. 그 꽃 좋다고 꺾어. 게줌치(바지주머니)에 새비오몬 절대 안됩니더”노종환. 그는 함양의 자랑거리. 설치미술가이다. 그는 즐겨 폐철을 이용. 난로를 만든다. 외모가 마치 소련 작가 솔제니친처럼 생겼다. 휴대폰 속에서 김원식 (기차발통 삶아 먹은듯한) 고함 소리가 들려온다. “행님요. 노종환 선배 카페 찾아갈 때 안의막걸리 한통 사 가지고 가몬 좋은 일이 생길 겁니다. 막걸리 가져가몬 노선배가 그 뭐시기냐 야생 민들레장아찌를 내놓을 깁니다. 저수지 물 바라보며 그 꽃 사이로 뜬 밝은 달 아래서 탱자탱자하몬서. 1 주(酒)해 보이소. 술은 익어가고 도는 깊어질 깁니더! 알겠닝교” 덕암저수지는 함양군 지곡면 교수정 앞을 지나는 옥계 상류에 위치해 있다. 서각가 김원식 훈수 받들어. 안의막걸리 3통에 노가리 구해 노종환 카페를 찾았다. 카페 이름이 참 예쁘다. 살강. 살강은 부엌의 부뚜막 및 조리대 위의 벽 중턱에 대나무로 발을 엮거나 통판으로 만들어 밥그릇이나 반찬그릇을 올려놓고 쓰기에 편리하도록 기다랗게 드리운 선반을 말한다. 함양 솔제니친 노종환이 나를 반기며 “좀 더 있어야 봄꽃이 피는데. 너무 빨리 온 것 같심니더. 취재는 무슨. 그냥 저수지로 가. 막걸리나 드십시더”잠시 후 족집개 도사 김원식이가 예언한대로 민들레 장아찌가 출현했다. 염치불구하고 손가락을 수저 삼아 민들레 장아찌 한점 입속에 넣었다. 씁스름하지만 입 속을 향긋하게 해준다. 주재료는 민들레. 고춧가루. 붉은고추. 찹쌀풀 . 생강. 감초물. 들깨죽. 소금.“노형. 촌구석에서 설치미술 해 봐야 알아주는 사람도 없을끼고. 해서 하는 말인데 이번 참에 민들레김치 사업 한번 해보시게. 내가 서울 메이저 언론 음식담당 기자 총동원. 노종환 민들레김치 PR해 주쿠마”함양 솔제니친 노종환은 비시시 웃으며 “나는 그냥 마. 저수지 바라보며 한평생 살랍니더”소요유(逍遙遊) 하시겠다? 그래 맞아. 세상. 뭐 공명심 재물 그런 것 추구한다해서 반드시 행복한 것도 아니더라. 양지바른 곳에서 따뜻한 볕을 쬐며 좋은 책 읽거나 자네처럼 대자연을 캔버스 삼아 설치미술하는 것 그 자체가 큰 행복이야. 노종환은 덕암저수지 기슭에 오두막집을 지어놓고 토끼(?)처럼 눈 맑은 아내와 자식들 손잡고 소요유를 즐기며 사는 것 같다. 덕암저수지 풍경들이 너무 좋아. 이곳에 와 시심을 키우는 사람이 꽤 있다. 인터넷 검색창에 카페 살강을 탁 치면. 전국 내로라 하는 레저 논객이 쓴 살강 방문기. 열람할 수 있다.주간함양 <지리산여행기> 초대손님 안의한의원 정연탁 원장 경우 이곳을 주제로 한 연작시를 여러 편 창작했다. 정 원장 시를 감상해보자. ▲ 도예작가 이홍경. 창작에 몰두하고 있다. 창밖에는 순식간 피었다지는 산벚꽃. 낙화 낭자하고. 비오는 날엔 살강에 가자 오늘처럼 비가 사선 그으면 살강에 가자. 물안개 자욱히 호수 차고 일어나 기지개 켜고.잔뜩 물오른 푸른 산. 허리 숙여 연신 호수 속으로 자맥질 할 것이다.원앙새떼 줄 지어 호숫가 외로이 섰는 물푸레나무에 농을 걸고 카페 여주인 도공은비에 젖은 자귀나무 분홍 꽃술 속으로 들어. 모처럼 찾아온 객마저 밀쳐낸다 해도바쁠 것도 없는 비 하루 종일 내리는 날 한가한 것들만 모여 있는 살강에 가자.비마저 푸르게 젖어 있는 살강에 가자.설치미술가 노종환. 그가 저수지 옆에 지은 오두막. 구조가 퍽 이채롭다. 바닷가에 버려진 통통배 요트를 가져와 오두막집 베란다 삼았다.그 요트 베란다를 보노라니 신비롭기만 하다. 저 배는 열반으로 가는 배인가? 이렇듯 신비로운 멋을 접하노라면 표현할 수 없는 희열이 일어난다. 그것은 오르가슴에 버금간다.지붕에는 장독으로 쌓아올린 탑이 몇 개 있다. 벽돌로써 표현할 수 없는 유연한 곡선을 연출하고 있다.탑은 탑파(塔婆)의 약칭. 인도 고대아로는 스투파. 스투파는 신골을 봉안하여 흙이나 돌로써 높이 쌓아올린 분묘를 말한다. 중국에서는 이를 의역하여 방분(方憤). 원총(圓塚) . 고현처(高顯處)라 한다. 그렇다면 노종환은 저 탑 속에 무엇을 봉안했을까?그는 나의 우문(愚問)에 현답(賢答)을 하지 않았다. 나는 겸연쩍게 웃으며 아마. 밤이 되면 하늘에 핀 별들이 기러기 행렬처럼 저 탑 속으로 내려와 노종환 식구 어찌 사나 훔쳐보겠지? …그런 동화적인 생각을 했다. # 노종환 아내 이홍경은 도예가이다. 안의여중고를 거쳐 계명대 미대 공예과(부전공 도자공예 금속공예)를 졸업했다. 현재 거창 샛별초등학교에서 전교생 상대로 미술과목 전담. 특별실 미술수업 그리고 방과 후 도자기 교실을 강의한다. 슬하에 노휴빈 (딸. 15세. 거창혜성여중 2학년 재학중). 노시존(아들. 11세. 거창샛별초등학교 재학중)이 있다.한편 이홍경 작가는 지난 해 12월11일부터 20일까지 10일간 예술마을 갤러리 ‘다’에서 ‘흙으로 빚는 이야기’란 주제로 전시회를 열었다.이홍경 작가는 미술도 미술이지만 야생초 요리의 지존. 덕암저수지에서 나오는 야생초로 만든 각종 음식. 야생초차. 뚝방에 봄이면 빼곡하게 깔리는 민들레를 이용한 장아찌. 정금으로 담근 황홀한 빛깔의 술 제조에 일가를 이룬다. 이홍경 작가에게 전원생활의 즐거움에 대해 물어 보았다. “아무래도 도자작업은 대자연 품속에서 해야지 제대로 된 작품이 나오지요. 대자연속을 산책하노라면 미술 영감이 마구마구 떠오른답니다. 스쳐 지나가는 바람소리. 무덤가에 핀 할미꽃 그것을 바라보며 작품구상 하는 즐거움. 어찌 글과 말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 거창 샛별초등학교에서 미술을 지도하고 있다.나는 이홍경 작가를 몇 달전에 안지라 그의 심성 인물됨됨이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이 분야 베터랑 안의한의원 정연탁 원장에게 긴급 SOS를 타전했다. 다음은 정 원장이 말하는 작가 <이홍경>. “도공의 아내가 얼음 동동 띄운 매실차와 아직 덜 익어 단내 덜 하다는 포도 두 송이를 겸손으로 내어놓으며 약속도 없이 찾아간 낯선 이방인을 하늘처럼 환대한다. 솟대 하나 깎아다 문패 대신 세우리라는 소박한 소망 하나 아직 남았다는 눈 깊던 도공의 아내. 영혼이 맑고 고운 사람들. 낯선 기척. 짖지도 아니하는 개들을 들꽃처럼 기르며 마당까지 찰박거리는 청녹색 호숫가 작은 목 의자 하나 펴둔 채. 고사목 같았던 나무 위 푸른 새잎 올리면서 진실만을 이야기하는 땅을 헤집어 영혼을 산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지상에 공개할까 말까?# 이홍경 작가는 나에게 자신이 최근 창작한 연꽃도자를 보여주었다. 연(連)은 영어로 로터스(Lotus). 풀이하면 연 열매를 먹으면 각종 괴로움을 잊고 즐거운 꿈을 꾸는 상상 속의 식물이다. 언젠가 다(茶)연구가 이상철은 말했다. “연차를 마시면 세상사 시름 모두 내려놓을 수 있다”그렇다면 이홍경 작가의 연꽃 도자를 바라보면 괴로움 거(去)하고 즐거움 래(來)하는 걸까? 나는 이홍경 연꽃 도자를 통해 평범한(ordinary) 것(도자) 속에 감추어진 비범한(extraorinary) 것을 해독하려고 애썼다.그녀가 창작한 도자그림 속에는 작가 자신이 덕암저수지를 관조하며 터득한 사유의 결정체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것은 결코 과장이나 욕망으로 들끓거나 관습적인 미술언어로 무장되거나 기교적인 공예주의로 풀려는 것이 아니라 지극히 자연적이라 보는 이의 마음을 상쾌하게 해준다. 인터뷰를 마친 후 나는 이홍경 작가에게 지난해 봄 촬영한 덕암저수지 꽃 사진 있으면 좀 보여달라고 했다. 그녀가 인터넷을 켜니 우와! 거의 환상적인 봄 풍경 사진이!벚꽃가루가 흩날리는 저수지에서 아들놈이 두 팔을 펼치며 환호하는 모습. 마치 폭설처럼 낙화한 꽃들이 한밤중. 카페 살강을 향해 대진격 해대는 풍경. 김기덕 영화 <봄여름가을겨울> 저수지보다 더 환상적인 덕암지의 한적한 모습들이 파노라마처럼 인터넷 속에서 펼쳐지고 있는 게 아닌가?나는 잠시 고민했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지상에 공개할까 말까?기사화하면 얼치기 놈들이 오메 좋은 것! 저 저수지 가서 흑돼지 삼겹살 구워먹자! 설레발을 까면 곤란한데. 어쩌누? 함양 만물박사 기당 김원식. 니 생각은 우떻노? 기당은 도끼로 참나무를 빼면서 어깨힘 팍 주며 이렇게 말한다.“가서 꽃구경만 하이소. 그 꽃 좋다고 꺾어. 게줌치(바지주머니)에 새비오몬 절대 안됩니더. 그랬다가는 내가 마 이 도끼로?”들어셨죠? 김원식 이 친구 공수부대도 아닌 천하무적 특공대 출신입니더. 이번 봄 덕암저수지 가서 그냥 꽃 바라보며 소요유를 즐기시길 바랍니다. 나는 이번 봄날. 소리 안 나는 꾕가리 하나 구해 덕암저수지 카페 살강에 가. 하늘을 바라보며 기차발통 삶아먹는 소리로 장사익 노래 <꽃구경> 힘차게 불러볼 생각입니다! “어머니 꽃구경 가요. 제 등에 업히어 꽃구경 가요. 세상이 온통 꽃 핀 봄날. 어머니 좋아라고. 아들 등에 업혔네. 마을을 지나고 들을 지나고 산자락에 휘감겨 숲길이 짙어지자. 아이구머니나 어머니는 그만 말을 잃었네.봄구경 꽃구경 눈감아버리더니 한 움큼 한 움큼 솔잎을 따서 가는 길바닥에 뿌리며 가네어머니. 지금 뭐 하시나요. 꽃구경은 안 하시고 뭐 하시나요. 솔잎은 뿌려서 뭐하시나요.아들아. 아들아. 내 아들아. 너 혼자 돌아갈 길 걱정이구나. 산길 잃고 헤맬까 걱정이구나" 본지칼럼니스트busan7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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