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이 속살거리는 날. 물 오른 꽃망울이 막 터지려 하는데 하루 종일 마을을 돌아 다녀도 만나는 사람은 두 서넛 밖에 되지 않는 조용한 마을이 있습니다. 지곡면 개평마을은 함양에서도 손꼽는 양반고을로 함양 정씨 가문 최고봉인 일두 정여창 선생의 생가가 있는 곳입니다. 진정한 선비의 모습을 찾고자 꾸준히 외부 방문객들이 드나들지만 정작 함양에 있는 사람들은 아직까지 모르는 분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작년 가을에 일두홍보관이 문을 열었습니다. 18평의 아담한 공간이지만 일두 정여창 선생의 발자취를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도록 그림과 설명으로 전시실을 꾸며 일두 선생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습니다. 한옥으로 지어진 공간은 소박하고 정겨워 유학자의 참모습과 닮아 있습니다. 잘난 척 하지 않는 겸손함이 고택과 홍보관에 묻어 있어 마을까지도 한 바퀴 돌아보게 하는 발길의 여유가 있습니다.마을을 끼고 물이 흐르는 다리를 건너면 일두 산책로가 시작되는데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감동이 길이 끝나는 곳까지 이어집니다. 소나무가 듬성듬성 언덕을 지키고 마을을 푸근하게 감싸고 있어 아무도 모르는 길을 혼자 걸어가는 호젓한 재미가 있습니다.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마을 정경은 정말 압권입니다. 장독대가 보이고 외로이 집을 지키는 강아지도 보입니다. 집 안에 걸어 논 빨래가 봄바람에 날려 오그라든 모양은 그림 속의 풍경화와 똑같습니다.봄을 찾아 사람들이 떠납니다. 멀리 가지 않아도 정신적 풍요를 느낄 수 있고 솜털 보송보송한 버들강아지를 사랑스럽게 만날 수 있는 개평마을에서 오래된 집과 작은 길을 따라 걸어 보면 어느 듯 봄은 마음에 머물고 있을 겁니다.  <전영순 문화관광해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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