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난 대 지진으로 인해 십오만 명 이상이 죽었다. 십 오만이라는 숫자 앞에서 무력감이 느껴진다. 내 아들과 딸을 생각해 보라. 내 어머니와 형제들을 생각해 보라. 단 한 명의 생명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지 이 세상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존엄과 신비를 지닌 귀하고 귀한 생명이다. 그런데 십 오만이라니.... 이번 겨울 한파로 떼죽음을 당한 양식 돔이 물 위로 떠오른 모습을 TV화면으로 본 적이 있다. 그런데 마치 이런 물고기 떼처럼 너무도 의미 없이 그 귀한 생명이 쓰러져 갔다. 그러나 어찌 의미가 없을까? 자신의 여자 친구를 찾아 헤매다 건물 잔해 속에 끼어서 죽어가고 있는 것을 발견하여 그 마지막을 함께 한 청년의 꺼져 가는 심지와 같은 허허로운 표정과 깊고 음습한 우물 속에서 올라오는 듯이 까라지는 목소리. 아내와 자녀를 한꺼번에 잃은 아버지의 맥놓은 허망한 눈길. 부모를 모두 잃었지만 아무것도 깨닫지 못하고 순진무구한 눈빛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그 둥그런 큰 눈의 어린 소녀......손만 뻗으면 닿을 것 같이 가까이 살고 있는 도시의 아파트에 살면서 오히려 더 큰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바로 현대인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때때로 자신이 홀로 바다 위에 떠있는 섬처럼 느끼며 고독해 한다. 그러나 섬들은 혼자 떨어져 있으되 혼자가 아니다. 섬들은 그 어느 섬도 홀로 바다 위에 둥둥 떠 있지 않다. 그섬은 뿌리를 깊게 땅에 묻고 있다. 그땅은 대륙과 연결되어 있다. 이렇듯이 나는 세상과 결코 동떨어진 존재가 아니다. 나는 세상과 내 이웃들과 저 밑바닥에서는 서로 굳게 연결되어 있다. 최근에 천오백만을 돌파했다는 3D영화 <아바타>에서는 지구와 비슷한 판도라 행성에서 자연과 그 속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나비족은 자신의 생명과 연결된 모든 생명체를 귀하게 여기며 다른 생명체들과 서로 교감을 나누고 서로 친구가 된다. 최근 들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북극의 빙하가 녹아 내리고 폭설이 쏟아지고 홍수가 난다. 게다가 잦은 지진까지.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이러한 소식들이나 폭발적 인기를 모으는 영화의 메시지는 모두 우리 인류는 이제 더 이상 ‘나’라는 존재는 ‘나’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고 있다. ‘나’라는 실체는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예수는 이미 2천 년 전에 이렇게 말씀하고 있다. “원수를 사랑하고 너희를 박해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 그래야만 너희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아들이 될 것이다. 아버지께서는 악한 사람에게나 선한 사람에게나 똑같이 햇빛을 주시고 옳은 사람에게나 옳지 못한 사람에게나 똑같이 비를 내려 주신다.”(마태복음 5:44-45) 나를 지키고 내 것을 챙기고 나를 해치는 사람이 원수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 바로 나는 나 혼자 따로 동떨어진 존재라는 생각이다. 이제 인류는 더 이상 이런 미망에서 깨어나 우리가 같은 뿌리에서뻗어나간 가지인 것을 깨달아야 한다. 이번 아이티 참사가 우리를 깊은 잠에서 깨우는 자명종이 되길 기도해본다.  
Select count(idx) from kb_news_coment where link= and !re_id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