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한 시간의 흐름을 타고 항해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현재가 아닐까 싶다. 언제 시작됐는지. 언제 끝날 지 아무도 알 수 없는 거대한 시간의 물결의 흐름에 자아(自我)를 맡긴 채 우리는 다 같이 어디론가 쉼 없이 흘러가고 있다.그 시간의 흐름을. 우리네 삶의 인식과 진행에 편리하도록 단위별로 나누어 한 해. 한 철. 한 달. 한 주일. 하루. 12시간. 24시간 등으로 구분 지어 그 시간표에 따라 인생을 영위해간다. 시간의 흐름은 달라진 게 없이 그저 묵묵히 흘러갈 뿐이지만 우리들의 마음은 끊임없이 시작과 마무리를 반복하면서 ‘뭔가’를 열심히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일희일비(一喜一悲)하는 ‘몽생(夢生)의 여정(旅程)’을 이어 가고 있다.꿈속에서 일어난 일. 꿈속에서 하는 일은 그 꿈에서 깨기 전에는 그것이 꿈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꿈에도 하지 않기 때문에 그 어떤 각성도 없이 인생을 단꿈 속에서 보내는 예가 적지 않은 것 같다. 적어도 하루. 또는 한 주간. 또는 한해를 돌이켜보면서 철두철미한 자기반성을 통한 각성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그 하나의 단위 시간의 시작은 그저 그렇고 그런. 별다른 의미 없는 출발이 될 것이고 그런 출발이라면 결과 또한 뻔 할 것이 아니겠는가?다사다난했던 기축년(己丑年) 한 해를 마무리하고 대망의 경인년(庚寅年) 한 해를 맞이하겠다는 송구영신(送舊迎新)의 분위기가 고조되는 이즈음에 한 번쯤 이런 유의 성찰을 해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에서 몇 마디 드리고자 한다.끝나가는 한 해에 대한 아쉬움으로 서로들 모여 한 해를 회고하며 위로와 격려를 나누는 망년회다. 송년회다 하는 연말모임이 가뜩이나 피로에 지친 심신을 더욱더 혹사하는 계기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들뜬 분위기 속에서 돈을 물 쓰듯 하고 술을 물먹듯 하며 요란하게 송구영신 행사를 한답시고 몸과 마음이 병들어가거나 황폐화되는 것조차 외면해도 되는 것인지….대나무를 다른 나무들에 비해 높이 쳐주는 까닭 중의 하나는 그 절도에 있다 할 것이다. 속(마음)을 비워 거센 태풍에도 순응하는 데다 자랄 적의 마디마디가 절도 있는 삶의 자세를 그대로 드러내 보여준다는 점에서 무절제한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에게 무언(無言)의 교훈이 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술과 음식과 분위기를 즐기되 그 어지러움 속에 휩쓸리지 않을 정도의 자기 절제가 이렇듯 들뜬 분위기에서는 반드시 필요할 것 같다. 공든 탑 무너뜨리기는 얼마나 쉬운가. 자식 낳아 금지옥엽처럼 귀히 여기고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누이며 잘 길러서 사회에 진출 시켜준 부모의 은혜로 건강에 이상 없이 살고 있음을 감사해 한다면 제 몸 관리에 좀 더 신경 써야 하지 않을까?부모와 형제. 주변 친지들의 염려와 보이지 않는 보살핌의 공덕으로 건강하게 열심히 일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수많은 주위 사람들의 정성으로 쌓여진 건강의 공든 탑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은 또한 얼마나 쉬운가. 그러나 한 번 무너진 건강은 우리가 막연하게 알고 있는 것처럼 의학적으로 정상 회복시킨다는 게 그리 간단치 않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되리라. 건강문제를 쉽게 생각하고 무심히 살다가 현대난치병으로 말없이 사라져간 고귀한 목숨들을 우리는 주변에서 얼마나 많이 보아 왔는가?40대 간암 사망률 세계 제일이요. 그 간암 사망의 대표적 원인이 술이라는 결론이 나왔음에도 자신들의 나쁜 술버릇을 고치지 못한다면 한 마디로 쓸데없는 객기(客氣) 부리다 천수(天壽)도 다 누리지 못한 채 명을 재촉해 저승길로 속행하는 어리석음이라고 밖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겠다.기축년 경인년의 경계선에 이른 요즘의 연말연시를 맞이하여 모든 분들께 간곡히 당부 드린다. 이제부터는 사는 것도 순리(順理)와 자연(自然). 일하는 것도 순리와 자연. 병 고치는 것도 순리와 자연에 따르시기를 바란다. 귀중한 우리 모두의 생명을 현명하게 잘 경영하여 병 없이 천수를 다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전주대학교 대체의학대학 객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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