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고향을 떠나온지도 10년이 넘어버렸습니다. 항상 마음 한구석에 자리잡고 있지만 귀향이라는 꿈은 쉽지 않네요. 부모님. 형제. 친구들 등지고 도시로 가서 생활하는 사람이 어디 저 뿐이겠습니까? 고향은 언제나 변함없이 따뜻함을 느낄 수 있어 객지 생활하는 저로서는 고향 가는 길이 설레고 향기롭습니다.같은 하루라도 생각을 바꾸면 무엇인가 또 다른 시간을 보낼 것 같아. 별다른 취미가 없는 저에게 등산이라는 단어는 항상 주변 분들이 좋다는 말밖엔 특별히 관심이 없었던 게 사실이었습니다. 더구나 날씨도 쌀쌀해지고 겨울산행이라 썩 마음 내키지는 않았지만 주간함양신문의 오봉산 산행에 고향 선후배들의 모임(한누리)을 같이 한다고 해서 기대반 걱정반으로 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출발지는 보건소. 우리 일행들과 고향 선배님. 후배들. 몇 명의 아주머니들과 버스에 올라 출발했습니다. 버스는 읍내를 벗어나 팔령고개를 넘어 흥부마을 입구에서 섰습니다. 하늘에서 흰 눈이 내리고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얼굴에 부딪칠 땐 꽤나 차갑게 느껴졌습니다. 신문사에서 준비한 김밥을 받고 일행들은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우리일행은 이날 전북과 경남의 도계인 팔령재인 흥부마을에서 시작하여 오봉산 종주코스를 택하여 약 13km로 5시간 가량 소요되는 각각의 봉우리를 넘어 천령봉으로 하산하는 산행을 감행했습니다. 오봉산(879m)은 항상 서리가 내린다고 하여 서리 산. 또는 상산(霜山)이라고 하며 오봉산을 바라보면 봉우리가 5개라고 하여 오봉산이라 불려집니다. 봉우리가 다섯이라 멀리서 보면 바위봉우리가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오봉산은 고려말 이성계장군이 황산벌 대첩에 앞서 정병 5천을 매복시켜 왜구를 대파한 곳으로 바위능선 중간에 장군대좌라는 지명이 아직도 남아 있으며 옛날에는 기우제를 지내는 성스러운 산입니다. 등산이라는 것이 힘들고 인내를 필요로 하는 것인데 첫 능선을 넘고 나니 고통을 즐기는 여유와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져 어느새 정상을 향해 가고 있었습니다. 잠시 쉬어갈 때 아주머니께서 주신 따뜻하고 향기로운 오미자차는 추운 몸과 마음을 녹이기에 충분했고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겨울산행의 풍경이 앙상한 나뭇가지와 산에서 불어오는 칼바람이 우리를 힘들게 했지만 점차 나뭇가지에 눈꽃이 피고. 차디찬 몸은 따뜻한 차 한잔으로 녹일 수 있었고. 힘든 줄 모르고 산행을 하다 보니 얼마 뒤엔 정상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그렇게 웅장하고 높지 않은 산이지만 여기저기 펼쳐진 풍경은 참으로 아름다워. 사진에 담고 가슴속에 담아 잠시 지친 몸을 위로 받기에 충분했습니다.능선을 따라 밟아보는 정상은 아래서 보는 것과 달리 평평한 바위봉으로 되어 있었지만 이날의 날씨는 기온 탓도 있었겠지만 함양읍의 기온과는 달리 10여도의 체감온도가 차이가 나는 듯 무척이나 추웠습니다. 특히 올 한해의 무사 안녕을 이끌어준 산신령님께 제를 올리는 동안 손과 발이 시려 제물을 못 차릴 정도로 기온은 급강하된 현장에서 우리 일행들은 재배를 하고 오봉산 최고봉을 내려와 2봉을 쳐다보며 이때부터 하산길에 접어들었습니다. 우리 일행 몇몇은 오봉이라는 다섯봉오리를 지나 천령봉까지 가기로 하고 2봉우리에서 라면을 먹기로 했습니다. 미리 준비한 뜨거운 물로 라면봉지를 그릇 삼아 물을 채우고 젓가락은 나뭇가지가 대신하여 선후배가 나누어 먹었던 설익은 라면은 생애최고의 라면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라면으로 허기를 채우고 산행을 계속했습니다. 산중턱을 걷는 동안 간밤에 내려준 눈들이 얼어붙어 상고대를 만들어 준 자연의 조화를 새삼 실감하며 일행들의 발걸음이 가벼워 보였습니다. 천령봉(556m)까지는 4km정도에 있는 작은 산으로 원래 산은 하늘에서 처음 내려오는 곳이고 땅이 하늘로 올라가는 곳의 마지막인데 이런 뜻을 잘 표현한 봉우리가 천령봉 인 듯 합니다. 이런저런 이야기와 주변풍경을 보면서 많은 사색을 할 수 있었고 어느덧 산행의 끝자락에 다다랐습니다. 오랜만에 고향으로 내려와 만나면 기분좋은 사람들과 함께 산에 오를 수 있었던 이번 산행은 올 한 해를 얼마 남겨두지 않고 저에게 찾아 온 선물같은 날이었습니다. 산행을 마친 일행은 근처의 황토 찜질방에서 마지막 피로를 풀고 술 한잔 곁들인 저녁으로 등산을 마무리했습니다.살면서 그때그때 현실에 젖어 버릴까봐 겁도 나지만 삼사십대의 꿈이 도시에서 어느 계층에 속하는 것이라면 오육십대는 이런 자연과. 작은 오두막집. 텃밭. 많은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고향이라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주간함양 신문사에서 주최하는 산행에 참여하여 더 많은 추억을 담아가고 싶습니다. 처음에 겨울 산행이라 두려워하고. 등산은 왕초보라 걱정을 하긴 했지만 일행을 챙겨주는 진행요원들과 그 동안 여러 번의 산행으로 노하우를 쌓은 경험자들의 도움으로 편안한 산행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산행을 위해 협조해주신 주간함양신문과 선배님. 후배들. 일행들께 감사를 전합니다.오봉산 산행을 다녀와서...김영대(안의갈비찜 수원지점 대표/ 함양중 4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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