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한우 칠정교회 목사그동안 겨울답지 않은 포근한 날씨 때문에 별로 연말 분위기를 느끼지 못했었다. 그런데 이번 주 내내 추울 거라는 기상청의 일기예보가 있은 후에 정말 한겨울을 실감케 하는 엄동설한을 맞았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 맞이한 겨울 한파라서 그런지 마음까지도 더 차가워진 것 같다. 총총걸음으로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마음의 여유마저도 없어 보인다. 철없는 아이들은 허연 입김이 머리 위로 헝클어져 가는 것을 바라보면서 벌써부터 눈썰매장에 가자고 졸라대기 시작한다. 쌩쌩 소리를 내며 몰아치는 바람소리는 철부지를 나무라는 엄마의 앙칼진 목소리처럼 매섭게만 느껴진다.겨울다운 정취는 아무래도 길모퉁이 한쪽에 자리 잡은 포장마차에서 시작이 되는 것 같다. 사방에서 바람이 숭숭 들어오는 포장마차이지만. 멀건 국물 속엔 퉁퉁 불어 있는 꼬치들이 모락모락 김을 내며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학교공부를 마치고 돌아가는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포장마차 안을 가득 채우면 포장마차는 절로 신이 나서 한바탕 춤을 추는 것 같았다. 그러나 꼬치 몇 개씩 집어먹은 아이들은 이내 헐레벌떡 가방을 챙겨서 학원이라는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어가더니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대신에 먼지를 잔뜩 뒤집어쓰고서 하루 종일 추위에 떨며 일을 한 것으로 보이는 공사장의 인부 서너 명이 들어와 좁은 나무 의자 위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그들은 걸쭉한 욕을 한 바가지씩은 쏟아놓은 것 같았다. 밤이 점점 깊어질수록 포장마차의 불빛은 서서히 얼어붙기 시작했다. 그렇게나 잘 나가던 직장에서 해고를 당했다는 젊은 총각의 푸념이 포장마차 안을 썰렁하게 만들었다. 사업이랍시고 했다가 빚만 잔뜩 짊어지게 되었다는 어떤 사장님의 불만에 찬 목소리가 포장마차를 뒤엎어놓을 것처럼 거칠게 이어졌다. 무슨 사연이 있어서 여기까지 흘러들어 오게 되었는지 알 수 없는 다방 아가씨의 혀 꼬부라지는 목소리가 포장마차 안에서 고드름처럼 매달려 있을 즈음에 포장마차 주인아저씨는 커다란 돌을 하나 더 주워서 펄럭이는 포장 위에 단단하게 눌러 놓으며 헛기침을 해댔다.포장마차 아저씨는 초저녁부터 버르장머리 없는 아이들에게 시달리더니. 한밤중까지 자기 하고는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밤새도록 꽁꽁 언 손을 연탄불에 녹여야 했다. 그때까지 주머니 속에 들어 온 건 고작 몇 만 원뿐. 재료비를 빼고 나면 인건비도 안 나오는 적은 액수였다. 포장마차 아저씨의 말에 의하면 꼬치 서너 개씩을 팔아봐야 하루 일당을 벌기도 어렵다고 했다. 버석버석 얼어 있는 행주를 집어 들고서 얼룩진 탁자를 정리하던 포장마차 아저씨의 귀에는 반쯤 피다 만 담배꽁초가 초라하게 걸려 있었다. 어쩌면 바로 여기가 2009년의 베들레헴 말구유가 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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