具本甲의 지리산 여행기 18지리산을 안고 있는 함양. 무속 역술 보물단지가 수두룩하다. 이 보물들은 머지않아. 함양 레저 핵(核)으로 부상할 것이다. 함양에는 어떤 무속역술 콘텐츠가 있는가? 서상면이 낳은 불세출 점술사 제산 박재현. 그가 편찬한 <선불가진수어록>이 있다. 이 점술서는 불멸의 인간 수양서이자 선(禪)수련 지침서. 이 책으로 산상 뮤지컬. 대하소설. 판타지 연극이 가능하다. 이어. 국내 최고 풍수학자들이 극찬하는. 천왕봉 정기 품은 독바위가 있다. 이곳 주변에 기도발 잘 받는 동굴이 부지기수. 이 동굴들을  ‘세도나’ 능가하는 심성수련 레저 코스로 개발할 수 있다. 한편 드라마 <서울의 달> 김운경 작가는 마천면 명두 할머니 무녀 빙의 스토리에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 ▲ 천황할매굿당 격사(覡師) 칠금사가 삼지창에 돼지를 꽂고 있다. 무당은 이 삼지창을 들고 춤을 추면서 신을 기쁘게 하고 신의 위엄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잡귀 잡신을 쫓아내는데도 이 삼지창은 아주 중요한 무구로 사용되기도 한다. 타살거리에서는 제물로 바쳐진 소나 돼지에 삼지창을 던져 꽂기도 하면서 신의 위엄을 표현하기도. 특히 신들이 오늘 굿을 잘 받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하여 삼지창에다 소나 돼지. 떡 등 그날의 제물을 얹어 세우므로 신의 영검함과 위엄을 한꺼번에 나타내는 절정의 순간을 나타내기도 한다.  함양을 역술계 메카로 업그레이드 시킨제산 박제현은 누구인가? # 며칠 전 이러저러한 일이 있어. 함양군 서상면 부전계곡에 들렀다. 이왕 서상면에 온 김에 옥산리 제산 선생 덕운정사를 찾아보기로 했다. 여기서 말하는 제산 선생(이하 제산이라 칭한다)이란 역술가 고(故) 박제현이다. 그는 3공부터 김영삼 정부까지 한국 최고 명리학(命理學) 태두로 추앙 받았던 인물이었다. 덕운정사로 들어가는 문은 굳게 닫혀져 있었다. 내가 정사 밖에서 두리번대자 제산 장모님께서 다가와 “그기서 머하요? 도둑놈처럼?”나는 정중히 인사를 하며 덕운정사를 찾은 까닭을 전했다. 그러자 장모는 “하이고. 그런 인연이 있었소? 내가 문 열어주쿠마. 들어오소. 실컷 구경하소마. 우리 사위 참말로 무정한 사람잉기라. 우째 그리. 일쯕 갈끼 뭐꼬?”정사 뜨락엔 늠름한 금강송. 참 보기 좋게 서 있다. 나는 소나무 아래 작은 연못을 바라보며 제산과의 인연을 회상했다.# 91년 2월 3일. 전국적으로 엄청난 폭설이 내렸다. 전날 KBS 9시 뉴스 헤드라인은 <남녁지방. 전남 보성군 수백 동 축사 무너져 내려. 아비규환>이었다. 3일 아침. 나는 눈바람 맞으며 회사(서울신문 출판편집국)에 출근했다. 언제나처럼 무심코 책상 위에 놓인 오늘자 동아신문을 펼쳤다. 가쉽 코너 <표주박>에 눈길 끌만한 기사 하나가 눈에 띄었다. 내용인즉슨. “2월 2일 오전 11시 폭설이 휘날리는 가운데. 박태준 포철회장을 태운 헬리곱터가 경남 함양군 서상면 소재 서상국민학교 교정에 착륙했다. 박 회장 측에 따르면 (사실은 광양제철소 순시차 헬리콥터를 탔다. 엄청난 때문에 도저히 비행할 수가 없어) 안전상 시골 학교에 착륙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여의도 국회 참새 쑥덕공론에 따르면. 박 회장은 착륙 후 이 마을에 사는 역술가를 만났다 한다”나는 이 기사를 접한 후 잽싸게 뉴스 속 인물 역술가 취재하기 위해 사건현장 함양을 찾았다. 아니나 다를까. 기사 속 역술가는 정치 스캔들에 휘말리지 않으려고 어디론가 피신해 버렸다. 그날. 나는 온종일 옥산리 마을 사람들을 만나. 박태준 회장 점봐 준 역술가 신상을 취재했었다.“본명은 광태잉기라. 저그 형은 저기서 농사짓고 산다. 광태. 아마 고등학교 졸업 후 산에 들어갔을 기라. 전북 남원 온봉에 가면 Q 약방이 있는데 그 약방 주인이 광태 행장을 잘 알끼다“ 다음날. 나는 상경했다. 내가 제산을 추적하고 있다는 정보를 전해들은 포철 홍보팀. “제발 기사화 하지 말아달라”신신당부를 했다.“차기대권 문의차 함양에 절대 가지 않았다. 박씨 문중 일 논의차 갔다. 괜히 박회장이 점쟁이 만나 차기대권 문의했다는 기사를 내 보내면 세계적 기업 포철 이미지가 어찌 되겠는가?” 나는 잔꾀를 부렸다. “좋다. 기사화하지 않을 터이니 대신 그 역술가 친견시켜 달라” 기사를 안 쓴다는 약속 하에. 나는 서울 연희동 백궁다방에서 화제의 역술가를 만났다.제산(霽山) 박재현. 그는 복채 2. 3 만원짜리 점쟁이를 뛰어넘어. 정재계 내로라하는 걸물들을 좌지우지했던. 예사롭지 않은 역술가였다. 눈매가 매서웠다.“나. 평생 기자놈들 만난 적이 없는데 오늘 자네를 만나게 되었네? 그참. 나. 오늘 점보는 일 그만 때리치우 뿔란다. 당신을 만나게 될 줄 전혀 몰랐능기라. 한치 앞 못 내다보는 기 무슨 점쟁이고?”의외로 제산은 화끈했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다. 그래. 나를 해부해야. 자네가 신문출판계에서 거목이 될 수 있다? 그래 내가 자네를 거목으로 키워줌세. 나에 대해서 무얼 묻고 싶나? 나는 백운산 자락 아래 함양땅 풍광 어린 서상면 옥산서 태어나 서상국민학교 진주농림 나왔네. 뜻한 바 있어 선도를 익히고 역술계에 입문했지. 3공초 박정희 전대통령. 장덕진 농수산 장관. 이병철 삼성선대회장. 역술 자문역을 했다네. 삼성 후계자 선정할 때 내가 깊숙이 간여 했는데. 나는 끝까지 장자 맹희씨를 밀었다 아이가(이하 생략)“며칠 후 나는 이 내용을 기사화했다. 제산 관련 기사가 보도되자 정치계. 여성계에서 대소동이 일어났다. 당시 야당에서는 “일국의 대통령 꿈꾸는 자가 일개 역술가 찾아가 대권운을 물어봤다? 정권 잡아 혹세무민하기 딱 좋겠네?” 박태준 회장을 향해 매서운 공세를 펼쳤다.한편. 강남 아줌마들은 제산을 (요즘 버전으로) 본좌로 받들어 모셨다. 강남 유한마담들은. 시도때도 없이 나에게 찾아와. “천하제일 역술인 제산 선생 한번 친견케 해달라” 애원을 해댔다.제산 신드롬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장안 1류 정론지. 흥미진진 주간지 <일요신문>에서 제산 그는 누구인가? 후속기사를 생산해냈다. 당시 일요신문 헤드라인은 “박태준 포철회장 대권 훈수함으로써 63빌딩보다 유명하게 된 제산. 그를 키운 함양은 어떤 곳인가?”이었다. 함양이 제산이라는 역술가 때문에 일약 톱스타(?)로 부상하는 순간이었다. 기자들은 제산을 만나려고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제산은 일체. 타 언론과 접촉을 피했다. 그이를 만날 수 있는 인물은 오로지 나 혼자 뿐이었다. 이런 특혜(?)에 힘입어 나는 수시로 제산을 만나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 함양군 서상면 옥산리 덕운정사(德雲精舍). 조선일보 칼럼니스트 조용헌. 허문도 전 청와대정무수석. 박종탁 신라박씨 종친회 청년회장 등이 즐겨 이곳을 찾았다. 금강송이 일품이다.삼성그룹 후계자 선정에 깊숙이 간여“장자 우선이라. 끝까지 맹희씨를 옹립했다!”- 어떤 계기로 역술계에 입문했나요? “역술학을 우습게 보는 이가 많은데 아닐쎄. 역술은 고품격 학문이네. 그냥 수박 겉핥기식으로 역술공부 해가지고. 역술가입네 행세하는 놈들 때문에 역술이 제대로 대접을 못 받아서 그렇지. 역술은 오묘한 학문이니라. 역술을 제대로 하려면 달마가 면벽수련하듯 정신수양을 해야 하며. 도올 김용옥. 옴베르트 에코(소설 <장미의 이름> 저자)처럼 수천권 책을 본 후 단 한줄 글 쓰듯 그렇게 수많은 고전들을 읽어야 해. 그리고 고전 속에 담긴 깊은 의미를 재해석할 줄 알아야 진정한 점쟁이라고 할 수 있능기라”아니. 이 양반? 엠베르토 에코도 아시네? “이 친구하곤. 내가 그 양코배기만 아는 줄 아나? <논형> <회남자> <육갑경> <황제 음부경> <천선금단심법> 첫대목부터 마지막 구절 까지 졸졸 다 외우고 있다 알긋냐? 이런 걸 왜 읽느냐? 이러한 고전을 숙지해야 인생학. 건강유지법. 정치파워게임. 정치 낙마후 처신. 타인과의 관계설정 등을 이해하고 간파할 수 있다네”- 선생께서는 깊은 산에서 영통하셨다는데 어떤 수련을 해 영통하게 됐나요?“에끼 이 사람. 영통은 무슨 영통. 마음수련을 한거지. 내고향 함양군 서상면에 백운산이 있네. 그 산 꼭대기에 기도발 잘 받는 상연대가 있지. 상연대. 이곳은 전국 내로라한다는 도인들이 한번쯤 머무르며 도 닦고 싶어 하는 영험한 데라네”제산을 연구하는 학자에 따르면 제산 박재현은 상연대에서 <구령삼정주> 주문을 외운 후 영통했다고 한다.- 선생님. 제 관상을 좀 주세요. “구고일탁이라(九顧一啄)이라. 하늘에 나는 짐승 중 가장 머리가 영리한 놈이 꿩이다. 네 놈은 영락없이 꿩상(像)인데. 오늘 자네에게 복채 안 받고 자네가 평생 품고 살아야 할 명심보감 하나 선사하마. 그 꿩은 하늘 선회하다가 지상에 놓인 먹이를 발견하면 딱 아홉 번 생각에 젖어드네. 저 먹이에 덫이 놓여있지나 않을까. 먹이 속에 비상 같은 독약은 없나. 저 먹이란 놈 남 해꼬지 해. 해꼬지 당한 놈한테 우사(창피) 당한 적은 없나 그렇게 아홉 번 생각하네. 그렇게 아홉 번 심사숙고 한 끝에 먹이를 집는다네. 자네. 꼭 구고일탁을 마음에 새기게나”나는 제산 때문에 뜻하지 않게 많은 공부를 하게 되었다. 제산은 나에게 <논형> <자미두수> <명리학개론> <회남자>. 그가 편찬한 <선불가진수어록仙佛家眞修語錄> 읽는 법을 지도해줬다.나는 제산에 대한 회상에서 깨어난 후. 덕운정사을 빠져 나왔다. 다시 한번 덕운정사를 바라보니 제산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사무친다. 나는 감히 주장한다.“제산은 함양이 낳은 엄청난 인적 보물이다. 그가 편찬한 <선불가진수어록>은 불멸의 인간수양서이자 선(禪)수련 지침서이다. 한편. 그가 세운 옥산리 소재 덕운정사. 도학(道學)의 전당으로 손색이 없다. 제산학에 일가를 이루고 있는 어느 학자가 나타나. 덕운정사에 사람들을 모아놓고 <선불가진수오록> 강해한다면 이 자체. 이슈가 될 것이다. 그리고 덕운정사는 함양의 이색 레저 명소로 조명을 받게 될 것이다…” ▲ 천황할매굿당 너머 독바위가 보인다. 독바위에 오르려면 통락문을 통과해야 한다.굿당 제단. 팔선녀 그림과 독바위 출입처 통락문을 아시나요?# 주간 함양 연재물 <지리산 여행기> 쓴지도 벌써 18회(回). 나는 이 칼럼을 쓰면서 언젠가 제산 선생 같은 도사를 취재해 보리라 그런 마음을 먹었다. 그러나 좀체 그런 인물이 내 수사망(?)에 걸려들지 않았다. 그랬는데 주간함양 최경인 실장이 “언젠가. 휴천면 독바위 아래 송전리 천황할매굿당 취재간 적이 있었어요. 그때 어느 격사(覡師=속어로는 박수무당)가 기기묘묘한 주문 외우며 삼지창에 돼지 꽂는 걸 봤는뎁쇼. 그런 분. 살아가는 이야기 한번 취재 보시죠?”나는 격사보다 독바위에 방점을 찍었다. 격사를 취재하려면 적어도 수차례 그의 내공. 도력을 탐문해야 하는 법. 격사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묘사할 수 없어. 이번 참에는 독바위 굿당과 관련된 야화를 밀착취재하기로 했다. 독바위. 어디서 많이 들어본 지명이다. 그렇다. 언젠가 풍수학자 야은거사가 나에게 말했다. “지리산 천왕봉 기는 독바위를 거쳐 용유담 쪽으로 흘러들어 간다네. 이곳에 엄청난 산기가 흐르지. 전국 난다긴다하는 무속인들에게 물어보라. 우리나라 최고 기도발 받는 명당이 어디요? 십중팔구는 용유담 독바위라고 답 할끼라”독바위는 해발 1120m에 위치해 있다. 지리산 동부능선 주릉이 산청 독바위를 지나 1315봉에서 웅석봉으로 동진하기 직전에 북쪽으로 가지를 쳐 놓은 지릉의 한 마루금에 솟아 있다. 찾아가는 길이 쉽지 않고 길도 험해 몇몇 전문 산꾼들 외에는 독바위를 찾는 이가 없다. 그만큼 신령스런 곳이란다. 최 실장과 함께 독바위가 보이는 송전마을을 찾았다. 우리를 실은 차가 휴천면 사무소를 지난다. “바로 저것이 독바위입니더. 독바위 정상에 오르려면 두 손 크기만 한 구멍 속으로 들어가야 함니더. 구멍 이름? 안락문. 통락문이라고 하지예. 독바위 좌(左)는 상대날등 우를 황새날등이라고 부르는데 그 사이로 펼쳐져 있는 지리산. 천하일품임니더”독바위 아래에는 문수보살 영험도량 문수사가 있다. 몇년전. 이 절에 반달가슴곰이 보무도 당당하게 쳐 들어와 사찰을 배회. 화제를 모았다. 이윽고 차는 송전마을 천황할매굿당에 당도했다. 이 굿당은 송전리 이장 석연상. 이영자 부부가 운영하고 있다. 그날. 거창 건설업자 사업번창굿이 있었다. 굿이 진행되는 동안 나는 굿당 주변에 설치되어 있는 무속 상징물들을 구경했다. 제단 위에 팔선녀 그림이 놓여 있었는데 이 그림에 나는 그만 필이 꽂혔다. 그림을 감상하는 데에는 크게 4가지 방법이 있다. 관객은 그림으로부터 정서적(emotional) 감동을 받거나 지각적(perceptual) 쾌감을 얻거나 지성적(intellectual) 자극을 받거나 그리 흔하지 않지만 영성(spirtual)울림을 얻기도 한다. 나는 팔선녀 그림을 본 후. 그야말로 폭포수같은 영성 쓰나미에 휩쓸려 버리고 말았다.8선녀는 옥황상제의 사자로서 우리네 가슴 속에 얼키고 설킨데를 풀어주는 약사여래불같은 존재이다. 그림 속. 한 선녀는 비파를 타고 또 다른 선녀는 광휘를 두르고 허공에 떠 있다.이러한 동작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구세주 옥황상제의 강림을 예고하는 걸일까?마침내 굿이 끝났다. 나는 굿 집행한 격사(법명=七金寺)를 만나 “왜 많고 많은 굿당 중 독바위 아래 송전리 천황할매굿당에서 굿을 하고 기도를 하느냐“고 물었다.격사는 그 이치를 아주 쉽게 설명해준다.“지리산 천왕봉 좋은 기 흐르는 루트부터 설명하죠. 천왕봉 기는 독바위. 문수사를 거쳐 바로 굿당 저편 바위구멍 속으로 들어갑니다. 저 동굴. 천왕봉 강렬한 기 담아놓는 창고이지요. 척. 보기에도 바위와 동굴이 영이해 보이지 않습니까? 우리가 주문을 외우면 저 동굴 소으로 많은 영들이 들어오지요. 선생 눈에는 안 보이지만 우리네 격사 눈에는 분명코 선신이랄까. 정령들이 보입니다“나는 격사와 함께 기도처 동굴 속으로 들어갔다. 격사는 말한다.“혹시 김성동 소설 임권택 연출 영화 <만다라> 보셨나요? 기승(奇僧) 지산스님이 동굴 속에서 기도 하다 마귀를 만나지 않습니까? 그렇듯이 우리 격사들도 동굴 속에서 기도 하다가 신령(太陽日精結隣帝君. 金闕化身蕩鬼天尊 등 수많은 고급령)들과 조우합니다“ - 그 고급령에게 무슨 부탁을 하나요?“예. 그 신령님께. 예를 들면 노 아무개 아픈 곳을 치유하고 싶은데 방법을 알려달라 청을 하면 신령께서 종이를 꺼내 처방전을 적어주거나 환자 아픈 부위에 이런 안마를 해줘라. 메시지를 전달해주죠. 또. 재액초복(除厄招福)을 위한 부적을 적어주기도 합니다. 즉 신령들이 기도자에게 궁극적인 지혜(ultimade wisdom)을 주는 겁니다. 세속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증언이 판타지만화같아 보이겠지만 어쩝니까. 동굴 속 기도터에선 이런 일이 실제 빈번히 벌어지니”문수사에서 본 <화광동진> 글씨 보고 여류화가 D 킴을 생각하다 - 어떤 자세로 기도합니까?“마음을 맑게 하고 정기를 바르게 하고 소리를 조절하며 주문을 외웁니다. 주문은 힘써서 단정하게 엄숙하게 해야 합니다. 이렇게 해야 신령들이 감응을 해. 우리 곁으로 다가옵니다.- 신령(산왕대신)들은 어떤 모습으로 옵니까?“명패를 들고 줄을 잡고 얼굴에 상처가 있으면 있는대로 제각각 모습으로 옵니다”- 기도를 하면 어떤 효험이 있지요? “선생께서는 잘 이해가 안갈 겁니다.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설 옥추경을 삼가 공덕 100회를 독송하면 모든 악귀가 모두 소멸합니다. 부탁컨대. 이런 무속 행각을 너무 업신여기지 마시고 깊은 애정을 가지고 지켜봐 주세요. 그리고 심신수련 차원에서 기도하는 법을 배워 행(行)해 보세요. 마음과 몸이 청정해질 겁니다”칠금사와의 본격적인 취재는 후일로 미루고 우리는 천황할매굿당을 빠져나왔다. 앞서 언급했듯이 굿당 지척에 문수사가 있다. 여기까지 온 김에 그냥 가면 바보 만득이. 최 실장은 자기 일이 아닌데도 기꺼이 문수사 향해 차를 몰았다. 절 입구에 들어서자 여느 사찰에서는 불 수 없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일주문 인듯. 보현․ 문수보살상이 양편에 서 있다.문수 보살은 여래 왼편에 있는데. 여러 부처님네의 지덕(智德). 체덕(體德)을 맡고 있다. 보현 보살은 여래 오른쪽에 있는데. 이(理). 정(定).행(行)의 덕(德)을 맡고 있다.보현 보살 형상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크게 나누면 흰 코끼리를 탄 모양과 연화대에 앉은 모양의 2종이 있다. 흰 코끼리에 탄 모양을 많이 그렸으며 그 모습은 6개의 어금니가 있는 코끼리 등에 앉아서 손을 합장하고 있다.문수사 경내를 도는데. 내 시야를 사로잡은 풍경이 있었으니. 그것은 다름아닌 참회당 현판 글씨(화광동진(和光同塵). 풀이하면 “빛을 부드럽게 하여 속세의 티끌과 같이 함. 자기의 재능을 감추고 속세의 사람들과 어울려 동화함”이다.나는 한참동안 화광동진 글씨를 바라보았다. 그 글씨를 바라보노라니 내 뇌리에. 마천 명두 할머니 이름(신점 능력가) 석자가 떠올랐다. ▲ 문수보살 보현보살이 주석하는 문수사. 종소리가 신령스럽다. 죽은 딸 어머니 몸에 빙의.이런 말 전했다!마천 명두 할머니야말로 화광동진을 몸소 실천하는 분이다. 할머니는 방장 제1문 지나 마천면 가는 길 도로변에 산다. 함양 풍류꾼 방창호 어머니이기도 한다. 어쩌다 신점을 볼 뿐 본직업은 농사꾼이다. 7년전. 나는 함양 시인 김중기 형 소개로 명두 할머니를 알게 되었다. 할머니가 사용하는 무구(巫具)는 엽전. 오방기. 그리고 놋쇠로 만든 명두. 명두는 한쪽 면이 약간 둥글고 가운데가 볼록한 거울 모양을 하고 있다.  무속학자에 따르면 “명두는 신과 교감을 나누고 영적인 능력을 강화하려는 무당의 상징적인 도구로 신령의 얼굴을 상징한다”고 한다.명두에는 해와 달이 그려진 일월명두. 북두칠성과 초승달이 뒷면에 그려져 있는칠성명두 등이 있다. 할머니는 주발 뚜껑 크기로 뒷면에 아무 그림도 그려져 있지 않는 사낭명두를 소지하고 있었다. 자. 이쯤에서 할머니 왜 할머니가 화광동진인지 그 사유를 들려드리겠다. 나는 할머니의 신점 능력을 높이 평가한다. 그래서 점 좋아하는 주변 친구들이 나에게 지리산 만신 소개해달라는 부탁을 받으면 꼭. 1순위로 명두 할머니를 천거했다. 지난해 5월. 미국서 활동하는 여류화가 D 킴(49세)으로 연락이 왔다. “함양에 내려와 풍경 스케치하고 싶은데 길안내를 해줘요” 그래서 나는 두지터 문상희 집. 벽송사 서암. 마천석재에서 건축 중인 거대한 불상 등을 소개했다. 마침내 D 킴은 함양에서의 작업을 끝냈다. 그는 지리산에 온 김에 자신 앞날 운이 어떤지 알고 싶다며 함양 제1 만신을 소개해 달란다. 나는 마천 명두 할머니를 천거했다. 길을 모르니 같이 가자해서 같이 갔다. D 킴은 장애우다. 아기 때 보모의 부주의로 인해 곱추가 되었다. 명두 할머니가 엽전을 집으며 곱추 화가 D 킴에게 “뭘 알고 싶어 여기 왔느냐?”고 물었다. D 킴은 “저. 늙기 전에 아기를 생산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자 할머니는 점괘 풀 생각은 하지 않고. 한참동안 D 킴을 바라보기만 했다. D 킴과 나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오랫동안 침묵이 흘렀다. 이윽고 할머니는 말문을 연다. “자네를 보니 내 죽은 딸이 생각나는구나. 내 딸도 자네처럼 그렇게 등이 휘었다 아이가. 나이 스물도 안돼 시름시름 앓더니 그만 이승을 떠났네. 자네. 아기 낳고 싶은 마음. 충분히 이해하네. 그러나 낳지 말게. 이유는 묻지 말고. 나. 자네 앞날 잘 풀리게 신령님께 정성 바쳐 기도해줌세“이때. D 킴 얼굴이 보니 눈물이 글썽.두 여인은 한 3분 정도 서로 하염없이 서로 눈이 마주 쳤다. 일순. 할머니 눈에 서기가 분출하더니만. 슬그머니. 할머니가 D킴에게 다가간다. 그리곤 D 킴을 뜨겁게 포옹하는 게 아닌가? 순간 D 킴 얼굴이 아주 마치 방긋 웃는 아기처럼 평온해진다! 왜 갑자기 이런 현상이 빚어지는 걸까?나중 할머니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D 킴의 앞날에 변고가 없길 염원하며 무침(巫鍼)을 놓았다 한다. 그리고 기가 막힌 이야기를 내게 들려주었다. “그날 그 시각. 죽은 내 딸 혼이 내 몸 속으로 들어왔닝기라. 딸내미가 나한테 말하길 어머이요. 저 손님 몸이 나처럼 불쌍하네. 몸 때문에 속상한 기 많을 낀데 그래서 설움도 많을 낀데. 어머이 여하튼. 저 아줌마 아기 못 낳는다. 아기 낳다 큰 사고 난다. 어머이 내가 좋은 약성(藥性) 기운 주쿠마. 저 손님 좀 전해 주라마. 그라능기라. 그래서 내가마. 딸내미가 준 기운 전해줄라꼬 그 여자손님을 꽉 껴안응기라” 나는 할머니의 이 말을 듣고 “아하. 죽은 딸. 빛이 되어 속세 티끌 속으로 들어와 티끌을 껴안았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뭇 전설 속에서나 나올 법한 시츄에이션이다.▲ 격사 칠금사가 장고. 징을 치며 산왕대신을 부른다.나는 이 에피소드를 방송작가 김운경(<황금사과> <서울의 달> 집필). 영화감독 김재수. 여행테마 발굴전문가 유성욱 프로듀서에게 들려주었다. 김운경 작가는 “명두 할머니와 죽은 딸 그리고 장애우 여류화가 빙의 스토리. 너무 감동스럽다. 이 에피소드 잘 포장하면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능가하는 호러물이 탄생해질 것 같다”라고 코멘트 했다. 김재수 감독은 기회가 되면 “함양에 내려와 모녀 관련 무속 테마를 수집. 영화화하고 싶다 ”. 유성욱 프로듀서는 “함양판 무속 실크로드 개발이 가능할 것 같다. 마고할미. 독바위 기도터. 굿당 팔선녀 그림 구경. 마천 명두무녀. 서상 덕운정사 루트. 멋있잖은가?”라고 말한다. 이렇듯 지리산을 안고 있는 함양에는. 신화 무속 역술 보물 소재가 수두룩하다. 이 보물들은 머지않아 분명코 함양 레저의 핵으로 부상하게 될 것이다. 이른바 무속 판타지 레저시대 그때를 대비해서 관계당국은 격조 높은 무속 역술 관련 논문. 자료. 사진 그리고 게임 플러스 엔터테이먼트 콘텐츠를 마이마이(많이많이) 구축해 놓길 앙망(仰望)하나이다! 忘言多謝!구본갑|본지칼럼니스트busan7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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