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하순부터 함양읍 죽림리 삼봉산(해발 1187m) 자락 해발 5백여m 지점에 자리한 향토기업 인산가의 죽림연수원에는 경향 각지에서 현대 각종 암. 난치병 퇴치에 관한 ‘인산(仁山)의학’적 해법(解法)을 배우려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지난 8월 21~22일 1박2일 프로그램으로 열린 제1차 가을 쑥뜸수련회를 필두로 10월 16∼17일의 제5차 수련회까지 모두 다섯 차례에 걸쳐 참석하여 인산쑥뜸법을 위시해 다양한 인산의학의 요법들을 배우고 익힌 인원은 약 7백여 명에 이른다. 자신과 가족들의 암. 난치병의 활로(活路)를 모색하기 위해 찾은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일부 수행자들과 구도자(求道者)들은 ‘인산쑥뜸법이 직접 특정부위 경혈(經穴)의 살갗을 태우는 과정에서 견디기 어려운 고행(苦行)을 통해 정신세계 개척에 크게 도움된다’며 참가 동기를 밝히기도 했다. 이렇듯 수련회 참가 동기는 서로 다를지라도 인생을 살아가면서 피할 수 없는 질병과 고통. 죽음(非命橫死)의 해법을 스스로 찾고자 찾아온 사람들인 만큼 공부의 열기는 여느 모임이나 행사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서울과 부산에서 관광버스가 각각 출발해 죽림리 인산연수원에 도착하여 차에서 내리면서 터뜨리는 일성은 “아! 공기가 달구나!”라는 탄성이고 이어서 “이런 산 좋고 물 좋은 곳에 살면 무슨 병에 걸리겠냐?”라는 부러움 섞인 이야기들을 자주 화제(話題)로 삼곤 한다. 일행들이 점심식사를 마친 뒤 함양군 수동면 농공단지 내 죽염제조장을 견학하고 상림공원과 오도재. 지리산 벽송사와 서암정사 등을 둘러본 뒤 오후 4시 무렵부터 진행되는 시청각 교육과 강연. 체험담 발표는 밤 11시경에야 일단 끝나게 된다. 이튿날 아침식사를 한 뒤 좀 더 상세한 방법론을 배우고 오후 2시 함양을 떠날 때까지 참가자들은 심심산촌 함양의. 삼봉산의 맑고 단 공기를 한껏 향유하다가 아쉬워하며 각자 타고 온 버스와 승용차 편을 이용해 함양을 떠난다.함양을 찾는 이마다 함양의 아름다운 자연과 깨끗한 물. 맑은 공기를 예찬하거나 부러워하지 않는 이들이 없을 정도이지만 정작 이 고장에 사는 이들은 무덤덤하게 여기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소중함을 절실하게 인식하지 못하는 만큼 그 보물(寶物)을 향유하는 것도 제대로 못하는 실정이어서 함양군민의 한 사람으로서 적지 않은 아쉬움을 느낀다. 서울 등의 대도시 못지않게 보건소나 병원. 약국. 한의원 등에 의지해 살아가는 촌로들이 장날마다 정기적으로 의료기관을 찾아 주사 맞고 약을 타서 돌아가는 모습은 어느 고장이든 농촌에서는 이제 보기 드문 풍경이 결코 아니다. 혹자는 이런 의문을 제기한다. “아니 이렇게 산 좋고 물 좋고 공기 맑은 청정한 자연환경 속에 살아가면서 도대체 뭐가 부족해 질병에 걸리는 것입니까?”서울 부산 등 대도시는 말할 것도 없고 그 밖의 다른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아직도 농촌 소도시 농민이나 주민들의 힘겨운 삶의 내면을 들여다보지 못하고 가을 햇살에 누렇게 익어가는 황금물결의 벼와 과일나무 가지 끝마다 형형색색으로 매달린 잘 익은 과일들을 보면서 풍요롭고 행복한 삶을 누리는 것으로 간주하고는 늘 부러워한다. 골병들게 농사지어도 해마다 쌀 수매가는 도시인들의 주머니 사정을 생각해서 올려주지 못하고 곡식이든 과일이든 풍년들면 제 값 받기 어렵고 흉년들면 팔 물건이 적어서 근심걱정 속에 술이나 마시고 줄담배 피워대는 속사정을 알 길이 없는 것이다.더구나 농촌은 이제 초고령화 사회로 치닫고 있어서 그나마 농사지을 사람들마저 차츰 줄어드는 추세이고 보면 막막한 현실의 벽이 점점 높게만 느껴지는 일면을 지니고 있어서 그리 목가적인 분위기로만 볼일은 아닌 것이다. 도시인들이야 죽을 기를 쓰면서 등산을 하고 골프나 테니스를 치러 다니는 등 체력단련과 건강증진을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벌써 오래전에 희망을 잃어가는 우리 농촌의 현실은 분위기가 그렇지 못한 만큼 더없이 소중한 ‘건강’을 잃을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는 추세여서 이러한 대책 마련도 시급한 실정이다.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산 가까이 살면서도 등산을 하지 않던 이들이 일삼아 산에 다니고 자전거를 타며 잘 다듬어 놓은 상림 숲길을 조깅하는 인구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만시지탄이 있지만 건강한 삶을 위해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고 이러한 노력들이 우리 농촌의 건강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주대학교 대체의학대학 객원 교수>
Select count(idx) from kb_news_coment where link= and !re_id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