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길의 동자승> 문길 시인이 선화를 그리고 있다. 선화(禪畵)란 불교에서 '스님들이 수행을 목적으로 그리는 그림'. '마음 속 수행의 경지를 글과 그림으로 표현한 것'을 뜻한다. 구본갑의 지리산 여행기 9 1949년 경남 함양군 마천골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가정이 빈곤. 거지 때밀이 자장면 배달부 등 하류생활을 했다. 20대 전후 승려가 되려고 산문에 들어가. 용추사 백장암 월정사 등지에서 처사 노릇. 이후 하동 옥종에서 집배원 생활하다 정년퇴직. 현재 함양군 마천면 외마골 생가에서 은둔생활하며 시 창작. 선화 그리기에 몰두. 70년대 함양 거주 실존인물들을 소재로 한 소설 <거지 보고서>를 상재. 장안의 지가(紙價)를 올리기도 했다. 그가 본지에 밝히는 납량특집 지리산 귀신 이야기. 지리산 최고 명상터는 바로 이곳. 내 선화(禪畵)를 말한다. #1 안치환. <지리산. 너 지리산이여> 노래 속에 공포 호러 무속 드라마가 숨어 있다 눈보라 몰아치는 저 산하에 떨리는 비명소리는 누구의 원한이랴 죽음의 저 산 나는 운동권이 아니다. 그런데 운동권들의 애창곡을 들으면 괜히 가슴이 벅차 오른다. <백두에서 한라까지> 투쟁운동가요를 듣거나 부르면 부질없이 눈물이 난다. 아마 노래 속. 민중 원한살(怨恨煞)이 내 마음 속 깊숙이 들어와 눈물샘을 자극시키기 때문이리라. 내가 좋아하는 운동가요 하나 들라면. 안치환이 부른 <지리산. 너 지리산이여>. 왜냐고 물으신다면. 노랫말 속에 엄청난 무속 기운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눈보라 몰아치는 지리산에 떨리는 비명소리는. 누구의 원한이랴?” 무속인 문성 보살에 따르면 “지리산 속에서 기도를 하다보면 머리 산발한 수만여 벼락 귀신들이 비명을 지르며 산 속을 배회하는 걸 볼 수 있다”고 말한다. 본격적인 바캉스 시즌이다. 지리산 가 볼만 한 곳. 그런 정보는 이제 알만큼 알았으니까. 이번 참에 지리산. 귀신관련 이색 비화를 취재해보고 싶다. 그래서 몇몇 사람에게 이 분야 선수를 소개해 달라 했더니 10중 9가 문길(본명 병우) 시인을 추천한다. 이목일 함양예술마을 관장은 “그 양반 어무이부터 취재해야 할끼다. 그 어무이 생존시 지리산 최고 무당이었다 카더라. 문길 그 양반 역시 어무이 영향 받아 질역(疾疫). 물삼재(物三災) 퇴치하는 비술(秘術) 알고 있응케. 니(필자) 올해 팔자가 좀 풀릴지 함 물어 보거라" 이쯤에서 문길 시인 프로필을 잠깐 소개한다. 1949년 경남 함양 정승골에서 태어났다. 20세 되기 전 대도시로 가 거지. 때밀이. 중국집시다. 골동품 도굴. 짝패 4촌 등 전전하다 20대 중반 중이 되고자 산문에 들어선다. 그러나 영혼의 존재 문제에 회의를 느껴. 산문(山門)을 떠나게 된다. 다시 거리 부랑아로 전전. 뒤늦게 가족 부양코자 집배원 생활을 하다 정년퇴직 했다. 집배원 하면서 틈틈이 책을 많이 상재했다. 주요 저서로는 <거지 보고서>. <흰 고무신 위에 뜬 달>. <허사비가 보약 먹네> <흙파도> 등이 있다. 지금은 생가 경남 함양군 마천면 외마골에서 창작활동 중이다. 자. 주변취재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문길 시인 만나러 갑니다. 또 코멘트 할 사람 지금 빨리 말하세요! 익명을 요구하는 지리산문학회 회원 Q. “그 양반 젊었을 때 안의 용추사에서 말이다. 처사생활을 했는데. 그때 문길 그 친구. 사람 뼈가루를 묵었다카든데 와(왜) 뭣땜시(무엇 때문에) 그걸 묵었는지 자세히 함 물어보고 온나. 알긋제?” 어이쿠. 악령 귀신에다 사람 뼈가루까지? 이번 지리산투데이 흥미진진하겠다. 자. 인자(이제) 진짜 떠납니다. 문길 시인이 사는 마천행 버스를 탔다. 도시사람들이여. 시골 완행버스 타고 함양 유림 찍고 마천으로 가보세요. 안도현 시 <완행버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진경(眞景)을 감상할 수 있을 겁니다. 시인도 시인 나름. 콘크리트 밀실에서 그냥 붕어빵 찍듯이 시를 생산하는 서울 짝퉁 시인들하고는 게임이 안돼 부려. 지리산 계곡물 철철철 흐르는 데 발 담가놓고 문길 시인이 소지하고 있는 이색사연 보따리를 확 풀어 제쳐보자! ▲ 가수 김범수 아버지께 전해진 작품.#2 시인 어머니는 지리산 최고수 무당 호랑이 5마리가 산기도 보초 서 줬다네 귀곡산장이 따로 없다. 시인의 집 마당에 눈동자 파란 고양이 놈이 “야옹?”하며 방문객을 노려본다. 저걸 가리켜 적랑살(赤浪煞)이라고 하지? 아쭈? 뭐가 또 지나가네? 무시무시 살벌한 물체가 나타났으니. 산해경(山海經)에서나 볼 수 있는 직선털 곡선털 강아지가 이 나무에 휙! 저 나무에서 휙! 지나간다. 이 놈. 유체이탈 연습 하나? 마당엔 잡초가 무성타! 집이 을씨년스럽다 하자 문길 시인 “알고 보면 우리 집 원력도력 깊은 팔품행 무당 어머니가 지며주는 명당집이야. 어무이(최상금)? 생전에. 한도 많았던 할마시였다네. 왜정때 13세 나이에 일본 그 힘든 기계공장 일하다가 아버지 만나 우리를 낳았는데. 슬하 자식 넷을 잃었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버지는 노름 빚 때문에 금치산자가 됭기라. 여기에다 마. 어무이는 한 3년 신열을 앓고 마침내 몸주를 받아들여 신내림 받았지. 나이 40에 무당이 됭그라. 그때 나는 철이 없어 신들린 어무이가 얼마나 미웠던지 날이면 날마다 어무이한테 욕을 퍼붓고 그랬지. 이제와 생각하니 참 후회막급일쎄" 어머니 최보살은 영험했다. 최보살은 신중구령 하부소지(身中九靈 何不召之) 옥추경을 암송하며 신을 불렀다. “환자가. 우리 어무이 두 눈만 바라보아도 병이 거짓말처럼 싹 나았능거라. 아부지가 그러는데 어무이가 산기도할 때면 항상 지리산 호랑이 5마리가 어슬렁어슬렁. 어무이 옆에 다가왔다케! 호랑이들은 마치 탑돌이 하는 것 마냥 기도처 주변을 맴돌곤 했다 그라데? 그만큼 어무이 영(靈)이 맑았다 이거지” 문길 시인은 무녀 어머니를 위해 나중. 한 편의 헌시(獻詩)를 쓴다. 보고 싶다 낚싯줄에 작은 쇠스랑 하나 묶어 하늘에 두고 가끔 어머니 산 샘 옆으로 약초 보따리 짊어지고 하늘에 있는 쇠스랑 내리어 지팡이 삼아 걸어 다니며 약초를 캔다 먹어라 내 새끼들아 솥 안에 불을 지피고 있는 어머니 정(情)이란 이렇게 삶는 거다 나는 문길 시 <보고 싶다> 글귀 중 마지막 두 연을 주목했다. 시 구절을 놓고 유추컨대 시인의 어머니는 육신이 비록 돌아가셨지만 혼은 지금도 당신 집 주변을 배회하고 있는 듯 싶다. 그 혼은 지금도 이승을 떠돌며 산에 가 약초를 캔다. 그리고 집 부엌으로 가져와 자식을 위해 삶고 있는 것이다. 약성(藥性) 기운이 방안에 스며들었으니. 인터뷰 하다말고 나는 비스듬히 몸을 옮겨 작가의 방(그전엔 무당 어머니가 주무시던 방)에 누워 보았다. 거짓말인지. 독자들 여러분 직접 확인해 보시라. 약사여래불 팔품행(八品行) 문길 시인 어머니 훈김이 감돌고 있더라. 나는 분명히 느꼈다. - 문길 선생이 쓴 시 <안개잡이 비유법>을 보면 시인께서는. 죽은 친구 뼈를 가루 내어 술에 타서 먹었더군요? 대체 어찌된 일인가요? “25세 때 세상사 부질 없다싶어 용추사 백장암 등지로 전전. 처사노릇을 항거라. 그때 도반 여진(如眞)이란 중이 있었는데 그만 26세 나이로 죽었어. 하도 원통해 그 놈 뼈를 수거. 그 놈 혼이 내 몸에 스며들라고 그렇게 그 뼈. 가루 내어 먹었지” 뼈를 갈아 마신 후 시인은 사적환시(私的幻視)에 빠져든다. 그 감정을 시로 표현했으니. ▲ 지리산은 무속의 보고. 화려한 계곡만 찾지 마시라. 지리산 곳곳에 산재해 있는 기도처를 찾아 새로운 무속기운을 받는 것도 여행의 참맛! 그날. 사물들 모두 꽃으로 보이더니 꽃이 된 친구 반야봉에 솟고 새 한 마리 달빛 묻혀 노랗게 날아다녔다 <안개잡이 비유법> 일부 인용 너무 호러(horror=공포) 납량기사로 치우친 것 같다. 화제를 바꿔 그림 이야기 좀 하자. 시인은 최근 들어 선화 삼매경에 빠져들어 있다. 시인은 7월11일 서울 청운공원에서 독특한 선화를 선보여 장안의 화제를 모았다. '선화(禪畵)'란 불교에서 '스님들이 수행을 목적으로 그리는 그림'. '마음속 수행의 경지를 글과 그림으로 표현한 것'을 뜻한다. 문 시인이 그린 일련의 선화를 훔쳐보니 패운성(敗運星) 기운이 감돈다. 패운성이란 <육갑경>에 나오는 말로써 풀이하면 세파에 찌들어 힘겨운 황혼객이 지친 심신을 이끌고 거센 소용돌이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다시 제2. 3의 새로운 운명적 시도를 도모하려는 자에게 힘을 주는 별자리다. 그 기운을 받으면 재기 기운을 얻을 수 있다. 즉. 나처럼 동가숙서가숙하는 자들에게 벽사화 같은 존재로 다가오는 그림이다. 문 시인에게 내가 그렇게 “당신이 그린 선화를 보았소” 하니까 “그렇다면 그렇게 본 거죠. 좀체 나. 잘 낫다 그런 말하는 사람이 아니지만 그래도 선화 그릴 때만은 지리산 기(吉祥)와 어머니 약성(藥性)을 내 몸에 받아들여 그 기운으로 그리려고 합니더. 남이 알아주든 말든" #3 문길 시인이 직접 추천한다 “내가 쓴 시 가운데 이 시가 가장 좋더라” 귀곡산장 문길시인 집에서 서향 쪽을 보니 저 멀리 한신계곡이 보인다. 뭉게구름 두둥실. 문길 시인에게 단순담백하게 물었다. -시인께서 창작한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가 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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