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5일부터 함양의 산삼축제가 열리고 있다. 산 좋고 물 좋은 청정 지역 곳곳에 산삼의 씨앗을 뿌린 결과물들이 완성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우리네 전래 속담처럼 우리들은 반드시 심은 대로 거두게 되는 인과(因果)의 법칙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엄연한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봄에 여러 가지 씨앗을 뿌렸다고 해서 가을에 누구나 풍성한 결실을 거둘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물도 부족함 없이 대주어야 할 것이고 제 때에 김도 매주어야 잡초 속에서 영양 부족으로 쭉정이만 남게 되는 ‘헛농사’를 면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인류는 생존을 위한 농사를 지어오면서 오랜 세월에 걸쳐 자연의 현상에 대한 관찰을 통해 축적된 노하우를 지니게 되었고 후대로 이어지면서 면면히 전승되기도 하였다. 시대를 뛰어넘어 오늘날까지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것들 중에는 비단 농사나 학문 의료 문화뿐만 아니라 생활 전반에서 여전히 소중한 의미와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들이 적지 않다. 우리나라의 근대화. 현대화 과정에서 ‘영농의 과학화’는 자연스러운 추세여서 그것을 거부하거나 외면할 필요까지야 없다손 치더라도 과학화라는 미명 아래 토양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화학비료의 과다 사용과 제초제. 살충제 등 농약의 과도한 살포로 인해 생태계는 점점 ‘자연’을 잃게 되고 누구나 예외 없이 그로 인한 대가를 피할 수 없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일지도 모른다. 광복이후 6.25전쟁을 겪으면서 보리 고개를 넘어 생존하기에 급급했던 우리네 상황 속에서 ‘식량증산’이라는 절체절명의 난제 해결을 위해서는 상당 부분 불가피한 일면이 있었음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뒤 배부르고 등 따신 태평세월로 접어든 지도 꽤나 되었지만 우리 농촌은 아직도 여전히 보리 고개 넘던 시절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대부분 양(量) 위주의 농사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은 시대가 시대이니 만큼 경제도 외형 위주. 즉 매출액 높은 게 상책이 아니라 대부분의 기업들이 수익성 높은 것을 지향하듯 농사에 있어서도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많은 양을 생산하기보다는 유기농 농법을 위시하여 자연농법 등 생태계에 악영향을 덜 미치게 되는 친환경적이고 자연스러운 농법들을 도입해 농산물의 보이지 않는 질(質)을 높이지 않으면 안 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러한 시대의 변화 추세를 올바로 읽지 못하고 과거의 생각과 관행에 얽매여 소비자들의 새로운 요구를 외면할 경우 기다리는 것은 고난과 시련뿐일 것이다. 함양은 예로부터 북으로 덕유산과 남으로 지리산이라는 큰 산의 사이에 자리 잡은 탓에 근대화의 개발 바람이 미치지 못해 원시 자연 환경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청정지역에 속한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환경적 특성과 장점은 다른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치임에 틀림없는 것인데도 정작 함양에 뿌리박고 살아온 많은 사람들이 그 가치를 충분히 인식하고 활용하는데 미흡함을 보여 가치에 상응하는 수확을 제대로 거두지 못하는 실정이다. 물론 이런 이야기가 나오면 아무리 질 좋은 농림축수산물을 생산해도 팔아먹기가 어려워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하소연들을 한다. 언뜻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사실은 도심의 소비자들 역시 도대체 누구를 믿고 마음놓고 농림축수산물을 구입해 먹을 수 있겠느냐고 문제 제기를 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오랜 세월 도시민 위주의 정부 정책으로 인한 피해의식 속에 살아온 멍든 농심(農心)의 당연한 의심이지만 그 책임을 도시 소비자들이 몽땅 뒤집어쓰고 그 대가를 지불할 일도 못 된다는 점에서 좀 더 지혜로운 해결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으리라는 생각이다. 어쨌든 평생 정부정책의 잘못을 들먹이며 남 탓만 하면서 스스로 변화를 거부한 관행적 농사를 짓는 행위는 그리 바람직스럽지 못할 것이고 자기 가족들이 먹는 농산물에는 농약을 덜 치면서 내다 파는 것에는 듬뿍 살충제를 뿌린다는 사실을 들어 고향의 농부들을 끝없이 의심하는 도시인들의 태도 역시 훌륭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문제의 본질은 어떻게 서로가 서로를 신뢰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 우선은 농부들이 당분간은 다소 손해 보는 듯한 느낌이 들더라도 친환경적 농법을 도입하여 지속적으로 ‘건강 먹거리’ 생산을 위해 힘 써야 할 것이고 제대로 농사짓는 농부의 생산품들에 대해 제대로 된 값을 지불하면서 소비를 확대해 질 좋은 농산물을 생산하는 풍토가 이 땅에 정착되도록 다 같이 중지(衆智)를 모아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전주대학교 대체의학대학 객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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