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운영의 중대사를. 국민을 대표하여 처리해달라고 뽑은 국회의원들이 허구한 날 ‘남 탓’이나 하며 보기에도 민망스러울 정도의 추태를 보이고 있다. 진정 ‘국가의 주인이 국민’이라는 엄연한 사실을 국회의원이 된 직후에 잊어버리기라도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비단 필자 뿐만은 아닌 듯싶다. 말로는 늘 상생(相生)정치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도 실제로는 늘 ‘너 죽어야 나 산다’는 또는 ‘너 죽고 나 죽고 다 같이 죽자’ 이런 상충상극방식의 정치 행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면에는 오랜 세월 누적된 불신(不信)의 골이 깊숙하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가정사나 사회생활이나 국제관계를 가릴 것 없이 서로 간에 믿음을 준다는 것은 도덕 윤리 차원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더없이 중요한 가치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런 줄 알면서도 머리 따로. 가슴 따로. 손발 따로 움직이는 기이한 시스템의 인간형들이 우리 사회에 대거 늘어나면서 지금은 그 누구도 대책을 세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신뢰와 신용. 신의가 송두리째 붕괴되고 있는 작금의 현실을 직시한다면 지금부터라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자신과 가족들. 자기당 소속의원들의 신뢰성을 높이는 중차대한 일에 올인하지 않으면 안 되리라는 판단이 든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의 감(感)은 들지만 이제부터라도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과 투자를 서두르는 게 급선무라 생각된다. 인체의 오장육부(五臟六腑)와 지켜야 할 다섯 가지 미덕(五常). 다섯 가지 방위(五方)는 서로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동양 전래의 음양오행설이요. 뿌리깊은 한의학의 기본 원리이다. 즉 간(肝)심(心)비(脾)폐(肺)신(腎)과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은 간과 동방 목(木) 인(仁). 폐와 서방 금(金) 의(義). 심장과 남방 화(火) 예(禮). 콩팥과 북방 수(水) 지(智). 비장과 중앙 토(土) 신(信)으로 짝을 이룬다는 얘기이다. 이 가운데 신은 인체의 중앙인 비장이요. 오방의 중앙이며 오행의 토에 해당되는 개념으로서 단순 그림으로만 판단해도 그 중요성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의학에 있어서 과거에 영양 부족으로 인해 폐결핵 등 온갖 질병에 걸려 고생한 사례가 비일비재하고 영양실조와 소화불량에 의해 만병이 오게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 일이다. 그런데도 신의(信義)를 헌 신짝처럼 저버리는 철새 정치인들이 수두룩한가 하면 비즈니스에서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는 사업가들 역시 적지 않으며 금융거래에서 자기 신용(信用)을 제대로 지키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분류된 많은 사람들이 그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면서 고생하고 있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하여 지나친 것은 모자란 것이나 다를 게 없다고 말한 옛 어른들의 중용(中庸)정신에 비추어 다소 무리한 일면은 있지만 역사상 신의(信義)의 상징처럼 회자되는 일화가 있다. 고사성어로 미생지신(尾生之信). 또는 포주지신(抱柱之信)으로 널리 알려진 미생고의 얘기다. 춘추시대 노나라에 미생 또는 미생고(眉生高)라 불린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어느 날 다리 밑에서 만나자고 한 애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때마침 장대비가 쏟아져 불어난 물에도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 다리 교각을 붙들고 버티다가 급류에 휩쓸려 사망하였다는 고사를 말한다. 이 사건은 장자 도척(盜拓) 편과 사마천의 소진(蘇秦)열전에 각각 등장하는데 장자에서는 유명한 도둑 도척의 입을 빌어 혹평을 서슴지 않는다. “나무에 매달려 맞아죽은 개나 물에 떠내려간 돼지 아니면 쪽박을 들고 빌어먹는 거지같은 짓이다. 작은 신의에 구애되어 소중한 목숨을 소홀히 하는 것은 진정한 삶의 도리를 모르는 자이다.” 이에 반하여 전국시대의 대표적 세객(說客) 소진은 연나라 소왕을 설득할 때 신의 있는 사람의 본보기로 미생의 일화를 들어 신의의 중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요즘처럼 각박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미생처럼 할 필요도 없을 것이고 누가 그렇게 하지도 않겠지만 아무튼 신의의 중요성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는 점에서 미생의 고사를 한 번쯤 음미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전주대학교 대체의학대학 객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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