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표이사 김윤세젊은 시절에 한 때. 인도의 현대 4대 성인(聖人)의 한 사람으로 일컬어지는 크리슈나무르티의 애인이기도 했던 헬렌니어링과 재혼하여 이후 53년 동안 자연을 벗삼아 미국의 산골마을에서 자연의 섭리대로 살다가. 태어난 지 1백년 되던 해에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거두어 저 세상으로 떠난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경제학과교수를 지낸 스코트니어링(Scott Nearing. 1883∼1983)의 죽음은 진정한 존엄사(尊嚴死)의 한 전형으로 전해져온다. 인공 구조물들과 콘크리트가 싫어서 산 속에 흙과 돌과 나무를 이용해 손수 집을 짓고 자연과 동화(同化)되어 살면서 그곳을 찾아오는 이들에게 인위(人爲)가 아닌 ‘무위자연(無爲自然)’의 소중한 가치를 일깨워주는 것을 낙(樂)으로 삼았던 자연주의자. “평생 병원 약국을 멀리 하고 일체의 의약품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도리어 건강할 수 있었다”는 경험적 사실을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하는가 하면 심지어 설탕조차도 단풍나무의 수액을 달여서 시럽을 손수 만들어 당분을 취할 정도로 철저한 자연주의로 일관한 그들 부부의 삶은 한 폭의 아름다운 풍경화 그 자체다. 이들 부부의 풍경화의 마지막 장면은 스코트니어링이 스스로 선택한 그의 존엄사이다. 스코트니어링은 1백 살이 되던 해에 즉 탄생 1세기를 넘긴 뒤 점차 기력이 쇠하는 등 여러 가지 징후들을 감안할 때 이 세상을 떠나야 할 시기가 되었음을 직감하고 새로운 출발을 위한 준비에 들어간다. 삶의 종말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시작인만큼 절대로 슬퍼하거나 괴로워할 필요가 없으며 더구나 의료술을 동원해 아무런 의미를 부여할 수 없는 연명(延命)치료를 할 필요가 없다고 선언하고 자신이 존엄성을 잃지 않고 자연스럽게 떠날 수 있도록 의료인이나 종교인을 입회시키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한 뒤 일절 곡기(穀氣)를 끊은 채 며칠 지내다가 자신의 1백살 생일(1983년8월 6일)을 지난 지 18일 만인 8월24일 유유히 세상을 하직하였다. 자연주의자. 근본주의자. 무정부주의자로 불리거나 한편으로는 평화주의자. 채식주의자. 사회주의자로 불리기도 하는 스코트니어링의 이러한 죽음이야말로 자타가 공감하는 존엄사의 한 전형이라 할 것이다. 자연의 섭리를 외면하거나 무시한 채 산소호흡기 등을 통해 진정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치료인지도 불분명하고 참으로 어떤 의미도 찾기 어려운 무리한 연명치료를 고집하다가 대법원의 최종 판결에 의해 마지못해 산소호흡기를 제거하면서 '존엄사' 운운하는 것은. 공감은 고사하고 이해 납득하기조차 쉽지 않은 처사이다. 굳이 꼭 자신들의 의료행위를 정당화시키고 미화(美化)시키고 싶다면 그 누구의 공감도 얻지 못하고 비웃음만 더 살 무리한 용어보다는 인위적 인공적 연명치료를 중단함으로써 자연 수명을 마치게 되었다는 의미의 ‘자연사(自然死)’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릴 듯싶다. 우리들의 삶에서 인위(人爲) 인공(人工) 등 비자연적 요소들을 제거함으로써 우리는 더 중요한 가치인 자연(自然)으로 돌아갈 수 있고 자연의 섭리에 따라 살다가 자연의 섭리에 따라 떠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얼마나 사느냐'라는 삶의 양(量)보다는 ‘어떻게 사느냐’라는 삶의 질(質)을 더 중시하기 시작한 시대적 흐름을 감안해서라도 의료에 종사하는 모든 이들은 차제에 상업적 의도 또는 의료적 편견에 기인하는 것으로 의심받을 수 있는 무리한 연명치료를 지양(止揚)하고 환자가 떠나야 할 때 떠날 수 있도록 환자와 그 가족들을 배려해주었으면 한다. 어떻게 해서라도 목숨을 연장시켜 고쳐보려는 의자(醫者)로서의 의료 욕구를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산소호흡기에 의지하여 산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죽은 것도 아닌 생불여사(生不如死)의 삶을 몇 년씩 이어가게 하는 것은 굳이 대법원의 판결이 아니더라도 합리적 처사가 못 된다는 것을 자각해야 할 것 같다. 의료계 자체적으로 ‘자연사(自然死)’에 관한 분명한 기준을 만들어 자연의 섭리에 따라 떠나야 할 때 떠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합리적이요. 문제 해결의 상책(上策)이라 하겠다. <전주대학교 대체의학대학 객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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