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 명산산행/지리산 칠선계곡漸入佳境의 청류 따라 仙境에 들다우리나라 삼대 계곡의 으뜸으로 손꼽히는 칠선계곡 가는 날은 새파란 하늘과 눈부신 햇살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한국의 삼대계곡은 지리산 칠선계곡. 설악산 천불동 계곡. 한라산 탐라계곡을 지칭하는데 ‘가장 아름다운 세 계곡’이라는 뜻의 삼미(三美)계곡으로도 부른다. 주간함양과 인산가 공동주관으로 한 달에 한 번 개최되는 함양명산 6월 산행이 지난 13일 함양을 위시하여 서울 대구 광주 등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50여명의 산행객들이 동참한 가운데 이뤄졌다.오전 8시 10분경 대절버스로 함양읍 용평리 보건소 앞을 출발하여 9시경 칠선계곡 들머리인 추성리 주차장에 도착해 산행 일정에 대한 간략한 안내가 있은 뒤 참석자들은 3개도 5개 시군 16개면에 걸쳐 자리한 웅장한 지리산 산군(山群)의 맹주 천왕봉을 우러러보며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곡식을 담는 나무그릇 ‘뒤주’를 닮은 지형에서 유래된 산속 마을 두지터를 경유하여 계곡과 만나게 되는 기본 코스대로 오르려니 초장부터 비탈길을 오르느라 모두들 숨이 턱에 차고 땀이 비 오듯 흐르는 고행(苦行)을 면하기 어렵다. ▲ 옥녀탕에서다들 사서하는 고생인데 누구를 탓하겠냐만은 아무튼 시원한 물소리 들으며 신선놀음 하는 계곡산행이려니 가벼이 생각했다가 당황스러워 하는 눈빛들이 역력한데 짐짓 모른 체하며 “쪼까 숨들 차시지요?” 했더니 “아이고 죽을 맛입니다”라며 가쁜 숨을 몰아쉰다. 처음에 우선 힘들다가 출발점에서 약 1.2km 거리의 두지터를 지나면서부터는 시원한 계곡물 소리를 들으며 신선놀음으로 오르는 이 코스를 굳이 이름 붙이자면 즐거움 다한 뒤에 슬픔이 생기는. 낙극생애(樂極生哀)가 아니라 쓴맛이 다한 뒤에 달콤함이 오는. 고진감래(苦盡甘來)의 코스라 할만하다.▲ 칠선계곡 정점. 위로는 개방이 불가하다추성리 들머리에서 다리를 통해 건넌 계곡물을 다시 만나 이번에는 쇠줄로 엮어 만든 흔들리는 다리를. 마치 술에 취한 듯 비틀대며 걸으면서 칠선계곡 특유의 청류(淸流)가 요술쟁이처럼 온갖 형상의 포말(泡沫)을 일으키는 마술쇼를 감상한다. 가끔 고개 들어 녹음을 짙게 드리운 풀 나무들의 초록빛 잔치를 보다가 유유히 흐르는 흰 구름 뒤편의 파란 하늘을 보기도 하면서 자연이 빚어내는 아름다움에 도취되어 힘든 줄 모르고 길을 걷는다. 한 시간 남짓 걸으니 추성리 시점 3.4km 지점의 선녀탕이 나타나고 나무다리를 건너 물가에 배낭을 내려놓은 뒤 삼삼오오 모여 앉아 담은 술과 맥주. 과일 등으로 목을 축이며 밀린 정담(情談)들을 나눈다. 대도시나 읍내에서 서로 만났다 해서 반갑지 않은 것은 아니겠지만 속세를 잠시 뒤로하고 대자연의 품으로 모여 함께 하는 시간은 더욱 반갑고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특히 한국인의 어머니 같은 지리산의 너른 품에서 만나는 인연들은 왠지 형제 또는 동지들 같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머나먼 옛적의 일이다. 천상의 일곱 선녀들이 하늘에서 지상에 내려와 너무나도 아름다운 이곳의 선경에 도취되어 모두들 옷을 벗고 비취빛 물 속으로 뛰어 들어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목욕을 즐기고 있었다. 이때 마침 이곳을 지나던 곰 한 마리가 선녀들을 연모한 나머지 부부의 인연 맺어지기를 갈망하여 옷을 감추어 버렸다. 목욕을 마친 선녀들이 다시 하늘나라로 올라가기 위해 옷을 찾아보니 옷은 감쪽같이 사라져버린 게 아닌가? 선녀들은 날개와 같은 옷을 잃어버리고 하늘로 올라갈 수 없어 애를 태우던 중 마침 곰이 감춰둔 선녀들의 옷을 들고 나타난 사향노루를 만나 옷을 찾아 입고 하늘나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곰이 나뭇가지인줄 알고 선녀들의 옷을 걸어둔 곳은 바로 노루의 뿔이었던 것이다. 하늘나라로 돌아간 선녀들의 주청에 의해 하늘나라에서는 이후 그 계곡에서 곰을 추방해 옆 골짜기 국골로 보내버렸고 사향노루 만 지리산의 진귀한 먹이들을 섭취하며 그곳에서 살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전한다. 이후 그 계곡을 ‘일곱 선녀들’이라는 뜻의 칠선계곡이라 불렀고 옷을 찾아 헤매다 사향노루를 만나 옷을 되찾아 하늘나라로 올라간 곳을 ‘선녀들이 하늘나라로 날아올라간 연못’이라는 이름의 비선담(飛仙潭)으로 불리게 되었다는 전설이다.전설 따라 오르는 계곡이어서 그런지 칠선계곡은 갈수록 더욱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점입가경(漸入佳境)의 선경(仙境)이다. 선녀탕 바로 위쪽의 옥녀탕과 5백m 거리의 비선담. 1.2km 거리의 칠선폭포 등은 모두 일곱 선녀들의 전설을 뒷받침해주는 아름다운 이름들이다. 비선담 옆 청춘홀이라 불리는 바위굴을 지나 휴식년제로 출입이 통제되는 통제소까지 총 4.3km 거리의 계곡을 두 시간여 걷는 동안 잠시나마 속세의 시름을 잊을 수 있었다. 산행을 마친 뒤 친한 이들끼리 모여 앉아 김밥과 음식 곡차를 곁들인 점심식사를 하고 손발도 씻으면서 한여름의 칠선시류위로 짙어 가는 녹음 속에서 동참자들은 행선(行禪)의 기쁨을 마음껏 누렸다.‘함양명산산행’이 추구하는 것은 앞사람 등 뒤의 등산배낭과 등산복. 등산화의 브랜드가 무엇이었는지 밖에는 기억나는 것이 별로 없을 정도로 숨 가쁘게 앞만 보고 냅다 뛰다시피 다니는 산행이 아니라 산행의 시종(始終) 즉 등산의 과정과 산길을 걸으며 나누는 대화. 산길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짐승. 새들의 노래. 초목의 꽃과 잎새들의 빛깔까지도 음미하면서 자연과 하나가 되어보는 그런 산행이다. 그래 시간을 여유 있게 잡다보니 산행이 다소 싱겁다고 여기는 이들도 더러 있겠지만 당초의 취지대로 여유로운 산행. 즐기는 산행. 자연과 하나가 되는 산행 방식으로 계속 진행해나갈 계획이다. 세상에서 제일 좋은 친구-산 친구를 만나 함께 잠시 속세를 떠난 선계(仙界)에서 즐거운 시간을 누릴 수 있는 ‘함양명산산행’에 적극 동참하시어 건강을 다지고 삶의 여유를 누려보시기를 기대해본다. <김윤세/본지 발행인. 전주대 대체의학대학객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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