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갑점 의원개신교 신자인 내 친구는 기도를 끝까지 소리내어 해 본적이 없단다. '하느님 아버지!'하고 기도를 드릴 때마다 아버지의 ‘아’ 하는 순간이면 어김없이 눈물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내일은 석가탄신일이다. 내 친구처럼 우리 할머니도 법당에서 절을 올리며 부처님! 부르기도 전에 목이 메이고 가슴이 떨려 기도를 못 하시겠단다. 살기가 어려울수록 종교를 가진 사람뿐만 아니라 종교가 없어도 신에게 이르는 길을 찾고 있는 사람들은 더욱 많아진다. 그것은 신이나 초자연적인 절대자 또는 힘에 대한 믿음을 통해 인간 생활의 고뇌를 해결하고 삶의 궁극적인 의미를 추구하는 문화체계인 종교의 사전적 의미에서도 알 수 있다.지리산으로 가는 길. 함양의 지리산 제일문 아래 오도재가 있다. 이 곳은 지리산 천왕봉이 한눈에 바라보이는 곳이다. 그 오도재에 얼마 전 지리산 천왕여신의 또 다른 친근한 이름인 마고 할미상이 안치되었다. 지리산의 최고봉인 천왕봉은 예로부터 경배의 대상이었다. 그것은 영봉 천왕봉을 감고 도는 성모설화에서 엿볼 수 있다. 성모 마야고는 <마고할미 전설>을 통해 지리산 능선 곳곳에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천왕봉에는 천년 전 성모사라는 사당이 세워져 성모석상이 봉안되었으며. 이 사당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성모상의 신통. 영험함에 의탁하여 질병의 치유를 빌기 위해 다양한 환자들이 성모사로 모여들어 치성을 드렸다. 그러나 성모상은 여러 차례 수난을 겪어야 했다. 국가 및 지역사회의 또 하나의 수호신으로서 온갖 수난을 겪으며 지켜온 성모상을 지리산 천왕봉인 제자리에 다시 모셔야 한다는 당위론에도 불구하고 1986년부터 중산리 천왕사에 모셔져 있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성모상은 그 어느 곳보다도 지리산 천왕봉에서 참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인 제약으로 당장 제 자리에 봉안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함양군은 지리산 천왕봉이 한눈에 바라보이는 마천면 오도재에 나라와 국민들의 안녕을 기원하는 발원 터로 만들고자 마고할미를 모시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예로부터 지리산 성모석상 앞에서 기도를 하면 기도발이 잘 선다는 말이 전해져 오고 있다. 또한 비가 오지 않으면 사람들이 산에 올라가 여신의 머리를 전라도 쪽으로 돌리면 전라도에 비가오고 경상도로 돌리면 경상도에 비가 온다는 이야기도 전해 온다. 우리의 믿음은 모두 자신들의 마음에서부터 출발한다. 마고할미를 오도재에 모시고 난 후 거짓말처럼 비가 내렸다며 이 지역 사람들은 좋아했다. 마고할미 덕분이라고. 그렇다. 억지라도 좋다. 믿어서 위안이 된다면. 내일 부처님 오신 날처럼. 세상사는 일에 지친 사람들이 지리산 마고 할미를 찾아 무거운 짐 하나씩 놓고 가기를. 부처님 앞에서 하느님 앞에서 마냥 눈물이 나온다는 사람들처럼 지리산의 여신. 마음씨 좋은 마고 할미 앞에서 맘껏 어리광을 부렸으면 좋겠다. 지리산 마고 할미는 우리가 찾고 있는 이상향을 열어주는 열쇠 하나를 던져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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