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일은 불기(佛紀) 2553년 석가탄신일이다. 석가모니부처는 인류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예수그리스도. 공자. 소크라테스와 함께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 가장 많은 사람들로부터 추앙받고 있는 세계 4대 성인(聖人)의 한 분이다. 전국의 모든 사찰을 형형색색으로 수놓는 연등은 어둠을 밝히는 등불처럼 세상의 무명을 밝힌 석가모니부처의 지혜를 상징하고 있다. 이날은 절의 신도이든 아니든 하루에 세 곳 이상의 사찰을 순례하며 가족들의 건강과 행복. 사업의 번창을 기원하는 풍습이 오랜 옛적부터 전해온다.  석가탄신일을 맞아 조계종총무원을 비롯해 전국의 모든 사찰에서 일제히 봉축법요식을 올렸으며 석가 탄신의 의미를 되새기고 가르침의 참 뜻을 전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마련해 불교를 널리 알리느라 분주한 나날들을 보냈다. 지리산을 위시한 함양의 여러 산기슭에는 동서남북의 어느 골짜기를 막론하고 저마다 기이한 전설을 간직한 사암(寺庵)들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남덕유산의 영각사를 필두로 지리산의 벽송사. 서암정사. 영원사. 도솔암. 상무주암. 문수암. 삼불사 등 명산 길지의 고찰들은 언제나 수행자와 신도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으며 정화(淨化)를 상징하는 향불 또한 끊이지 않고 타오르고 있다. 석가탄신일을 맞아 곳곳의 절에 가서 봉축행사에 동참하여 보시(布施)하고 기원(祈願)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이 날 더욱 잊지 말아야 할 일 중 하나는 자기 자신의 마음을 되돌아보는 일이다. 작금의 돼지 인플루엔자 소동이 보여주듯이 외부의 불순물들과 독이 여러 가지 병고(病苦)를 일으키는 것에 대해서는 온갖 부산을 떨면서도 정작 제 마음의 불순물들과 독에 의해 육신에 몹쓸 병을 초래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무방비 상태이고 ‘나 몰라라’로 일관하는 우(愚)를 범하고 있다.   이미 3천여 년 전에 이런 문제의 지혜롭기 그지없는 해결방안이 석가세존에 의해 제시된 바 있으므로 우리는 그 묘방으로 자신의 마음속의 여러 가지 독을 제거하는데 활용하면 되는 것이다. 우리 인류를 치명적으로 병들게 하는 마음의 세 가지 독(三毒)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탐욕(貪). 분노(瞋). 어리석음(痴)이고 이들 세 가지 독을 제거할 수 있는 묘방(妙方)은 자기절제(戒). 마음의 평정(定). 지혜(慧)로 요약되는 삼학(三學)으로서 이것이 바로 석가세존의 진단과 처방이다.  석존의 이러한 가르침은 불경(佛經)마다 쓰여 있고 역대 제대조사들의 법문(法門)과 깨달음의 선시(禪詩)에도 자주 등장함으로써 늘 보고 듣고 있으면서도 그 의미와 가치에 대해 무심(無心)한 관계로 그 훌륭한 묘방의 덕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마음의 세 가지 독을 다스리지 못하는 것은 언뜻 생각하기에는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질 수 도 있겠지만 사실은 우리 몸을 병들게 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고 그래서 석존의 가르침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기도 한 것이다.  함양 마천의 고담사 심진스님의 노래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전해주는 “청산은 나를 보고”의 노래는 청아한 곡조도 곡조려니와 그 가사는 말할 것도 없이 바로 석가세존의 해독(解毒)처방 삼학(三學)을 풀어 쓴 것이다. 원래 처음 삼학을 풀어서 수많은 이들에게 애송되도록 아름다운 가락의 시어(詩語)로 빚어낸 이는 고려 말의 고승 나옹 혜근(懶翁慧勤.1320∼1376) 선사(禪師)이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靑山兮要我以無語)/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하네(蒼空兮要我以無垢)/사랑도 벗어놓고 미움도 벗어놓고(聊無愛而無憎兮)/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如水如風而終我)/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하네/성냄도 벗어놓고 아쉬움도 접어두고(聊無怒而無惜兮)/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청산은 나를 보고(靑山兮要我)’라는 제목의 이 시는 나옹선사가 마음의 세 가지 독을 없애고 사랑과 증오의 갈등. 분노와 아쉬움의 미련을 초탈하여 담담하게 살아가는 자신의 심경을 잘 나타낸 선시(禪詩)로서 읽는 이들로 하여금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초파일 석가탄신일에 불러 볼만한 노래로 좋을 듯싶다. <전주대학교 대체의학대학 객원 교수 김윤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