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엔 눈이 많이 내리네요.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정말 오랜만이었습니다. 크리스마스에는 케익이라도 한 조각 먹어야하는데 눈 때문에 고립이 되어 나갈 수가 없어 집에서 있는 재료로 스콘을 구웠습니다. 제과점에 파는 스콘은 가격이 꽤 비싸서 쉽게 손이 가지 않는데 이 비싼 스콘을 가정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중력분에 치즈 넣고 계란과 생크림으로 반죽해서 20분 오븐에 구우면 끝입니다. 냉장고에 양파가 있으면 양파 조금 다져 넣고 쪽파가 있으면 쪽파도 어울립니다. 이번에 냉동 블루베리가 있어 해동시키고 반죽에 같이 넣으니 이것도 괜찮네요. 블루베리가 해동되며 풀어지기는 했지만 맛있게 잘 녹아들었습니다. 블루베리 생과로 하면 탱글탱글하게 더 맛날 것 같습니다. 며칠 전에는 블루베리 대신 넣은 곶감도 괜찮았습니다. 무엇이든 있는 재료로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스콘입니다. 예년 같으면 눈이 내려도 잠깐 부지런을 떨면 길이 열렸는데 이번 주엔 이틀간 고립이 되어 눈을 치운다고 치웠지만 차가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택배차가 오가지 못하니 곶감 작업도 급할 게 없어 이참에 며칠 쉬었습니다. 벽난로에 불 피우고 타닥타닥 나무 타는 소리 들으니 좋네요. 그럴 수만 있다면 추운 겨울엔 일을 하지 않고 이렇게 벽난로 앞에서 책 읽고 음악 들으며 고구마나 구워 먹으면 좋겠습니다. 올 겨울 추위도 만만찮지만 십 몇 년 전 한 해 기억에 남도록 추웠던 적이 있습니다. 그 해 곶감이 유난히 색이 붉고 맛이 오묘했습니다. 그 해는 곶감을 먹은 사람들이 인생 곶감이라고 할 정도로 잘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향기롭던 곶감이 그 다음해부터는 만들어지지가 않았습니다. 매년 겨울 날씨가 같지 않았던 게 원인이었지요. 그래서 날씨와 상관없이 그 곶감 맛을 재현해보려고 몇 년간 이런 저런 실험을 했습니다. 쉽지 않았지만 끈기있게 연구한 끝에 수년 전 드디어 알아냈습니다. 곶감이 특별히 잘 되었던 그 해 겨울 환경을 인위적으로 조성하여 곶감을 말리고 후숙시키는 과정을 여섯 번 이상 반복했더니 내 손을 거친 모든 곶감이 그해 우연히 만났던 귀한곶감 귀감이 되는 겁니다. 곶감은 차가운 겨울바람이 만들어주는 자연식품이지만 최적의 환경을 조성하여 제대로 만들어볼만한 가치는 있습니다. 이것은 좋은 책이나 아름다운 음악처럼 우리들의 삶에 색채를 더해주는 의미있는 일입니다. 영국 문학의 제왕인 줄리언 반스의 <또 이따위 레시피라니>를 지난 해 재밌게 읽었습니다. 반스는 유럽의 이름 있는 문학상을 휩쓴 권위 있는 작가지만 백 권이 넘는 요리책을 사 모으며 요리에 열중하고 그렇게 배운 요리를 삶에 적용합니다. 소설을 쓰듯 에세이를 쓰듯 요리를 하는 작가의 진지한 모습은 정말 인상적입니다. 따라쟁이인 나는 반스 덕분에 요리를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고 올 여름 요리교실에서 냄비 밥 짓는 것부터 파운드 케익 만드는 것까지 요리에 입문했습니다. 설날 전까지는 곶감 작업이 이어지기 때문에 바쁘기는 하지만 틈틈이 시간을 내어 요리교실에서 배운 것을 하나씩 복습하고 있습니다. 마침 아내가 스콘이 먹고 싶다고 해서 최근에 세 가지 버전으로 만들었는데 맛이 점점 좋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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