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 일이 다 있네요. 저녁 먹고 깜박 잠이 들었다 깨어 습관처럼 폰을 보는데 스토어에 곶감 주문이 잔뜩 들어와 있는 겁니다. 뭐지? 하며 쓱 훑어보니 불과 10분 동안에 주문이 잔뜩 들어왔는데 목록이 페이지를 넘기고 또 넘깁니다. 어찌된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해서 내역을 살펴보는데 모두 첫 주문입니다. 곶감 농사 20년에 단골이 많이 생겨 평소에는 재주문 비율이 절반은 넘는데 도대체 이 신규 고객들이 귀감을 어떻게 알고 스토어에 들어와 이렇게 단체로(?) 주문을 했을까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딱히 떠오르는 게 없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주문한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봤으면 바로 알았겠지만 그 때는 그런 생각도 못하고 이건 필시 고마운 누군가가 힘을 써서 생긴 일이라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어쨌든 초저녁 잠 깨고 보니 아들과 함께 사흘은 부지런히 택배 포장을 해야 할 엄청난 양의주문이 들어와 있는 겁니다. 누구 덕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주문이 들어와 있었고 주문서대로 배송을 해야 합니다. 나는 좀처럼 자랑하는 성격이 아니지만 이번 경우는 좀 특별한 경우라 입이 근질근질했습니다. 이 거짓말 같은 참말을 자랑하고 싶어서 보는 사람마다 붙잡고 침을 튀겼습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곶감 주문이 잔뜩 들어와 내가 갑자기 바빠졌으니 급한 일 아니면 말 시키지 말라고 너스레를 떨었답니다. 그런데 한 고객의 전화를 받고 실타래가 풀렸습니다. TV에 함양곶감이 나와서 곶감을 사고 싶다는 겁니다. 알고 보니 내가 초저녁잠을 잤던 딱 그 시간에 TV에 함양곶감이 소개되었던 겁니다. 내가 방송에 나가지는 않았지만 방송을 본 전국의 시청자들이 인터넷에서 함양곶감을 검색해서 함양곶감을 만드는 농부들 중 한명인 나에게 주문을 한 것입니다. 아들의 말에 의하면 우리는 그냥 아다리가 맞아 덕을 봤다고 합니다. 짐작컨대 그 방송 덕에 아다리가 맞은 함양곶감 농부들이 한 둘이 아닐 겁니다. 방송의 힘 대단합니다. 십 수 년 전 나도 이 방송의 힘을 빌려 곶감을 쉽게 팔아보려고 방송에 나간 적이 있는데 정말 방송 중에 바로 전화가 오더군요. 그런데 그 때는 구식전화라 한꺼번에 수백 통 넘게 오는 전화는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인터넷으로 쉽게 찾아서 주문서까지 남길 수 있는 좋은 시절이 되었습니다. 아다리만 맞으면 잠자면서도 주문을 받을 수 있는 겁니다. 지난 주말 아들과 부지런히 택배 포장을 했습니다. 어제도 오늘도 눈이 많이 내렸지만 땀 좀 흘린 덕에 택배차는 안전하게 올라왔습니다. 앞으로 며칠 더 전국에 폭설이 내린다니 배달도 쉽지는 않겠지만 냉동식품인 곶감 배송에는 겨울 추위가 나쁘지 않습니다. 기온이 많이 내려가면 과일, 채소를 판매하는 농가들은 포장에 신경을 더 쓰게 되지만 곶감은 냉동식품이라 아무리 추워도 걱정이 없습니다. 아무쪼록 아다리가 맞은 함양곶감이 고객들에게 안전하게 배송이 되어 함양곶감을 방송하느라 애쓴 사람들의 보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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