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관을 살짝 건드렸다. 그동안 누구도 언급하지 못했던 ‘지방도 1023호선 미 연결 벽소령 구간 개설’ 문제를 진병영 함양군수가 처음으로 공론화한 이야기다. 생태의 보고 국립공원 지리산을 관통해야 하는 난제 중의 난제여서 고차원 방정식의 해법이 필요해 그동안 금기시되다시피 해왔던 사안이다. 취임 6개월도 채 안 된 진 군수가 이처럼 민감한 문제를 들고 나왔으니 뇌관을 건드린 거나 다름없다. 물론 도의원 시절에도 주장해 왔지만 단체장 취임 초기에 인접한 지자체까지 찾아가 공동보조를 맞추기로 했다는 점에서 결이 다르다. 진 군수는 지난 10월 3일 하동군을 방문해 하승철 군수와 미 연결 벽소령 구간 지방도로 개설 방안을 논의했다. 함양군 마천면에서 하동군 대성리까지 미 연결 23.8km의 조속한 개설을 위해 양 군이 서로 협력해서 경남도와 중앙부처에 건의하는 등 적극적으로 힘을 모아 나가기로 했다는 내용의 보도 자료까지 냈다. 그는 지리산을 남북으로 연결하는 함양~하동 간 지방도 1023호선 중 벽소령 구간만 아직도 연결되지 못해 지역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점을 도로개설 이유로 들었다. 지리산을 경계로 두 지역이 이웃사촌이지만 직접 연결하는 도로가 없다보니 이동시간이 1시간 30분이나 걸리는 등 막대한 시간·경제적 낭비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조속한 도로 연결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나아가 진 군수는 “벽소령구간 도로개설을 통해 국내 최고의 관광인프라를 구축하고, 함양~하동·지리산 북부 한방항노화·남부 해양항노화를 연계한 경남 웰니스 관광산업 활성화와 서부경남지역을 비롯한 전라남·북도 권역의 국가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가지원지방도로 승격하는 방안을 제시한다”고 밝혔다.하승철 하동군수도 “‘지리산·섬진강 영호남 동서내륙 관광벨트사업’이 대통령 지역 핵심 공약에 선정됨에 따라 남부권 관광개발과 지리산권 종합 관광개발 차원에서 도로의 개설 취지에 공감하며 서로 협력해 나갈 것”이라며 “영호남 화합의 장으로서 벽소령구간 도로의 개설이 중요하다”라고 호응했다. 진 군수는 박완수 경남도지사를 만난 자리에서도 지방도1023호 개설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쯤 되면 진 군수의 확고한 의중이 드러난 셈이다. 하지만, 현실적인 벽소령 구간 도로 개설문제는 결코 간단한 과제가 아니다. 타당성 조사 등 행정절차나 예산확보에 앞서 당장 지리산의 생태환경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부터 나왔다. 환경단체 등에서는 “퇴행적이고 시대착오적인 발생”이라며 즉각 비판하고 나섰다. 이미 개설되어 있는 인근 지리산 성삼재·정령치 구간 도로도 이제는 생태적 차원에서 다시 복원해야 하는 시점에 무슨 소리냐는 것이다. 기후위기 시대 생태적 가치를 자원화 하는 세계적 조류와도 동떨어진 발상이라는 시각이다. 충분히 예견된 반응이다. 어떤 문제점 보다 우선시 되어야 할 요소가 지리산 생태환경훼손 문제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도로개설 형태에 대한 논의는 아직 없지만, 벽소령 작전도로를 확·포장하는 형식으로는 생태계 단절이나 환경훼손 때문에 사업추진이 어렵다. 얼마 전 개통한 산청 밤머리재 같은 터널 방식으로 추진된다하더라도 생태환경 훼손은 수반될 수밖에 없어 대대적인 반대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공론화를 제기한 진 군수의 복안이 무엇인지는 아직 확인할 수 없지만, 가장 먼저 고려되어야 할 부분이 바로 생태환경훼손 문제다. 도로 개설 명분으로 내세운 요소에 대한 구체적인 타당성분석과 지리산 자연생태환경 보전문제 둘 다 만족할 수 있는 방안이 도출되지 않는 한 진 군수의 구상은 무산될 공산이 크다. 누구보다 이러한 현실을 잘 알고 있을 진 군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벽소령 도로 개설’이라는 뇌관을 건드린 이유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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