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상세히 서술한 생태계의 변화를 나타내는 수학적 모형인 로지스틱 맵(logistic map)은 매우 간단하지만 카오스의 본질적 특성을 모두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점은 카오스 속에 내재하고 있는 질서다. 로지스틱 맵 xn+1=rxn-rx2n에서 매개변수 r은 토끼 한 마리가 평균적으로 매년 낳는 새끼의 마리수이다. 상식적으로 r<1 이면 다른 어떤 조건과 무관하게 토끼는 결국 멸종할 수밖에 없다. 즉 n이 증가함에 따라 마리수를 나타내는 값 xn은 0으로 수렴하게 된다. 이제 매개변수 r의 값을 증가시켜가면서 xn의 최종 값(라고 하자)을 알아보자. 일단 1<r<3일 때 는 하나의 값으로 고정된다. 이 상황은 시간이 충분히 지나게 되면 토끼의 마리 수는 해가 바뀌어도 변함이 없게 된다. 그런데 r=3.2가 되는 순간 x값은 고정되지 않고 2개의 값이 번갈아 나타나게 된다. 즉 2년에 한 번씩 같은 숫자의 마리 수가 반복된다. 계속 r을 증가시켜보자. r=3.51이 되면 4년, r=3.548이 되면 8년, r=3.548이 되면 16년마다 한 번씩 같은 숫자의 마리 수가 반복되는 흥미로운 결과가 나타난다. 이런 현상을 ‘주기 배가(period doubling)’이라 부른다. 마리 수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주기가 특정 값이 될 때마다 2배씩 증가하며 주기가 증가함에 따라 특정 r값의 간격은 점점 좁아진다. 급기야 r=3.56994 에 이르면 주기는 무한대에 이르게 된다. 주기가 무한대란 말은 주기-없음을 의미하며 이는 곧 카오스 상태를 말한다. 아무런 규칙성이 없다는 말이다. 이 모형에서 마리 수의 변화는 모든 경우에 카오스를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r=3.65를 넘어설 때 나타난다. r이 작은 값으로부터 증가함에 따라 고정된 값으로부터 주기-2, 주기-4, 주기-8, 주기-16... 의 주기배가 과정을 거치며 카오스에 이른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카오스라는 현상은 무작위적(random)인 것이 아니라 주가배가를 거쳐 도달한 상태를 말한다. 즉 규칙성을 의미하는 주기가 무한히 커짐에 따라 도달하는 상태, 또는 무한히 많은 질서들이 만들어내는 불규칙성이자 무질서이다. 이는 역으로 카오스는 무한히 많은 질서들의 모임으로 나타낼 수 있다는 말과 같다. 이 변화를 그림으로 나타낸다면 그림과 같이 될 것이다. 주기-8까지만 그린 것이지만 실제로는 주기는 무한대에 이를 때까지 계속 분화되어 결국 카오스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이 도형은 가지가 반복적으로 둘로 갈라지는 모습을 가지기 때문에 ‘쌍갈래질 도표(bifurcation diagram)’이라고 부르며 카오스의 상징처럼 인식되어 있다. 그런데 카오스와는 별도로 이 도형은 매우 흥미로운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 도형의 전체의 모습과 일부분의 모습이 완전히 동일하다는 것이다. 부분이 전체를 닮은 상황, 이를 ‘자기유사성(self-similarity)’이라 부르고 이러한 특징을 갖는 도형이 바로 ‘프랙털(fractal)’이다. 반복적 질서와 혼돈의 연결고리를 담당하는 오묘한 기하학적 도형인 프랙털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소개할 것이다. 카오스의 또 다른 현상이 나비효과다. 이 모형에서도 첫 해의 마리 수 값에 대해 아주 근접한 두 값을 넣고 계산해보면 해가 지날수록 그 차이는 점점 벌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처음의 약간의 차이가 계속 증폭되는 나비효과가 정확히 나타난다. 카오스 현상을 보이는 자연의 사례는 생태계와 같은 복잡한 경우가 아니더라도 매우 많다. 자연은 태양을 돌고 있는 행성이나 오차 없이 반복되는 시계추처럼 언제나 질서정연한 현상과 더불어 규칙과 질서를 내재적으로 담고 있는 혼돈적 현상, 즉 카오스가 공존하고 있으며 그러기에 더욱 아름다운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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