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다. 들판에는 곡식이 익고 나무에 열매가 영글고 하늘은 더없이 높다. 시골의 가을은 특히 아름답고 풍요롭다. 함양군 함양읍 조동마을 들판은 가을의 한복판에 있다. 누렇게 익은 벼가 황금들판을 이루고 바람이 지나가면 물결이 일렁인다.이제 막 추수가 시작된 조동마을 앞 들판에 콤바인 한 대가 열심히 움직인다. 벼 타작을 하고 있는 양용득씨가 능숙하게 콤바인을 운전한다. 올해 74세인 양용득씨는 고향마을에서 평생 농사를 지었다. “쌀농사만 한 150마지기 정도 짓지. 혼자 하지, 부인이 도와주고 바쁘면 아들이 와서 손을 보태고” 조동마을 들녘은 예부터 함양의 종자뜰(들)로 불렸다. 모를 심어 종자를 할 수 있었던 들이 바로 이곳이다. “여기 들이 참 좋아. 햇빛도 잘 들고 밭이 널러도 물 걱정을 안 하던 곳이지. 역사가 깊은 들이야”양용득씨는 3만여평 농지에 황토쌀만 재배한다. 함양농협과 황토쌀 계약재배로 30여년 간 벼농사를 지어왔다. 지리산함양황토쌀은 함양농협의 통합브랜드 하늘가애 대표상품으로 2021년 경남브랜드쌀평가 대상을 차지한 농산물이다. 황토쌀은 추청벼 품종을 쓴다. 함양농협이 종자원에서 직접 받은 종자를 공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 종자가 고르고 일반수매보다 수매가도 높게 책정된다. 벼농사를 지을 때 너무 욕심을 내면 되려 일이 안된다. “비료를 많이 하면 키가 커서 태풍에 약해 잘 쓰러지지. 이날 평생 추청벼만 했는데, 나는 워낙 오래 지어서 안 쓰러지게 키우지. 멋모르고 농사지으면 다 쓰러져” 그러고 보니 양씨 어르신 논 옆으로 최근 태풍에 쓰러진 벼들이 듬성듬성 보인다. “노하우? 무조건 농협에서 시키는 대로 했지. 내가 구장을 24년 했어. 배운 것도 없고 기술도 없는데 같이 놀면서 배웠지. 그 사람들이 전문가야. 지금이야 인터넷으로 배우더만 나 때는 인터넷도 없었고” 함양농협육묘장에서 키운 모를 가져와 날짜에 맞춰 모내기를 하고 영양제를 주고 약을 친다. 일모작을 기본으로 수확시기도 정해준 날짜에 맞춘다. “심으랄 때 심고 베랄 때 배고. 타작하는 날도 맞춰야지 안 그럼 밥맛이 없어져. 시키는 대로 하는 것도 힘들다 카모 돈 벌라고 하면 안돼. 안 팔고 내가 먹는 거면 모를까” 하나부터 열까지 철저한 관리에 따라 그만큼 신경을 많이 쓰며 농사를 짓는다는 양용득씨는 벼 수매 때 항상 1등을 받는다. “너무 잘 되면 키가 훌쩍 커서 안 익는 놈도 있고 쭉정이도 있고. 균일하게 알이 꽉 차 돼” 함양군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함양농협 하늘가애만한 것이 없다는 양용득씨는 쉽진 않지만 농사를 지어도 질 좋은 농산물을 생산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소비자들은 이집저집 다 사 먹어보거든. 먹어보고 맛없으면 그 이듬해는 안 찾아. 그러니 질이 젤 중요하지. 거짓말도 하면 안돼. 물건 팔라고 속이면 다른 집으로 옮겨버려”여름 더위와 맞바꾸며 농사를 짓지만 농부의 땀과 노력에 비해 쌀값은 항상 낮다. 특히 농기계 값, 유류비, 인건비 등 모든 물가는 올랐어도 쌀 가격은 상승그래프를 타지 못한다. 이러한 현실에도 인심 좋은 농부는 “월급받는 사람들도 물가가 올라서 힘들지. 내가 농사를 지어도 쌀 팔아먹는 사람이랑 균등해야지. 농사짓는다고 나만 땅을 지키는 게 아닌 기라, 영세민도 땅을 지키고 월급쟁이도 땅을 지키고 살지. 우리 다 같이 땅 지키는 사람이니 내 욕심만 차리면 되겠는가. 농사짓는다고 내만 돈을 많이 받으면 쓰나” 농부와 소비자와 정부가 합이 잘 맞아야 대한민국이 잘 산다는 양용득씨. 당신이 대한민국의 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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