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역의 문화·예술공간은 관람과 표현 장이라는 점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의미를 가지지지만 한편으론 지역민들에게는 삶의 중요한 한 조각, 먼 곳에서 찾아온 이에게는 새로운 세계 또는 발견의 순간이 되기도 한다. 일상과 예술의 경계가 점점 허물어지고 문화적 소비가 늘어난 현대사회에 들어서 문화 인프라는 곧 그 지역의 수준을 말한다고도 볼 수 있다. 수도권이 우리나라 문화 예술의 절반 이상을 담고 있는 이러한 현실에 군소 지역인 함양군에도 예술의 바람이 불 수 있을까. 함양지역 내 건립되었으나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다 최근 리모델링으로 새롭게 모습을 드러낸 함양용추아트밸리. 함양의 문화 예술을 꽃피울 미술관 함양용추아트밸리가 지역 문화·예술 공간의 또 다른 하나의 가능성이자 누군가의 소중한 보금자리로 자리 잡아가는 데는 긴 시간과 함께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본지는 같은 군 단위면서 다양한 특색을 가지고 있는 선진 미술관 및 예술촌 등을 찾아 그곳의 역사와 현재를 살펴봄으로써 함양용추아트밸리의 미래를 그려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1. 작은 미술관의 역할 화순군립석봉미술관2. 국내최초 군립미술관 보성군립미술관3. 미술관 운영의 성공사례 양평군립미술관4. 예술인과 전시회 관람하는 의령예술촌5. 나비축제와 함평미술관6. 함양용추아트밸리 변신을 준비하자 우리지역의 문화예술공간 함양군 안의면에 위치한 함양용추아트밸리는 함양3경인 용추폭포로 향하는 길에 있다. 미술관 1동과 창작실 2동으로 구성되어있다. 미술관은 종합전시장과 갤러리, 세미나실이, 창작실 2동에는 창작실 겸 갤러리 3관과 갤러리카페 1관 그리고 미술관 카페인 882카페가 있다. 이곳에서는 연간 6~7회의 전시와 공연, 예술교육과 일일체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 함양용추아트밸리는 예술가들의 창작 및 전시와 지역민의 문화향유를 위한 예술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매주 진행되고 있는 교육 프로그램은 수채화, 서양화, 공예, 아동미술, 전통민요, 인문학과 서예 등이다. 2007년에 창작동으로 시작한 함양용추아트밸리는 2017년까지 함양공예체험실로 운영되었다가 지역예술의 거장인 무진 정룡 선생이 돌아가시면서 공간이 비게 되었다. 그 이후에 안심마을 출신의 세계적인 수채화 화가 박유미 선생이 함양용추아트밸리의 이사장으로 오면서 2021년 5월 15일 지금의 모습으로 재개관했다. 함양에서 펼쳐진 세계적인 수채화 대회함양용추아트밸리는 예술공간을 기반으로 전시, 교육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 개발로 폭넓은 범위의 문화예술 사업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 2021년 9월 10일 함양에서 열린 제1회 IWS한국 세계수채화비엔날레는 31일간 47개국의 유명작가가 참여한 세계적인 규모의 대회다. 비엔날레 기간에 IWS 회원 640명이 수채화를 시연하는 퍼포먼스도 진행했다. 세계적인 규모의 대회를 함양에 유치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함양용추아트밸리의 이사장인 박유미 이사장의 개인역량 덕분이다. 안심마을 출신인 박유미 이사장은 안심마을의 물레방아를 그대로 표현한 수채화 그림으로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 레이스 작가로 불릴 만큼 섬세한 수채화 작품을 그리는 것으로 유명한 박유미 이사장은 한국수채화협회 이사장과 한국미술협회 부이사장, IWS한국 지부장을 역임한 영향력 있는 화가다. 박 이사장은 전국무대에서 활동하는 것을 점차 줄여가며 애향심으로 세계대회를 함양에 유치했다. 덕분에 전국의 수채화 작가들에게 함양은 ‘수채화의 고장’으로 거듭나고 있다.2022년 9월 2일에는 대규모 수채화행사인 남부워터칼라페스티벌을 함양에서 개최하게 되면서 함양용추아트밸리는 점점 그 위상을 높여가고 있다. 용추아트밸리 변신을 준비하자앞서 살펴봤던 선진 미술관과 예술촌의 사례들을 살펴보면, 여러 공통점이 있다. 현대의 작은 지역 미술관은 단순 전시를 하는 공간을 넘어서서 작가와 관객이 소통하는 공간, 예술을 체험하는 공간, 예술을 배우는 공간, 작가와 관객이 쌍방향으로 소통하는 공간이 되었다. 함양용추아트밸리에서는 예술가들이 체류하며 창작 및 전시를 하기 때문에 예술을 생산하는 작가층과 소비하는 지역민들이 교류할 수도 있고 진행되는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민은 예술에 흥미를 갖게 되기도 한다. 또한 한 달에 두 번 정도 전문가과정을 열어 지역거점 예술공간으로써 젊은 지역작가를 발굴하고 기반을 마련해주기도 한다.앞서 기술했던 제1회 IWS한국 세계수채화비엔날레는 2020년 열린 함양산삼항노화엑스포 기간에 함께 열렸으며 이번 남부워터칼라페스티벌 역시 2022년 열리는 함양산삼축제 기간에 함께 열릴 예정이다. 함양용추아트밸리는 우리지역을 대표하는 축제 기간에 대규모의 예술행사를 함양에 유치하며 지역민에게는 풍부한 예술 체험의 기회를 지역에게는 대외적인 지역홍보라는 큰 결과를 만들었다.함양용추아트밸리는 재개관 이래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예술공간으로 차근차근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용추아트밸리가 넘어야 하는 산다만 함양용추아트밸리가 계속 순탄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함양용추아트밸리는 비영리단체인 협동조합의 위탁운영으로 진행되고 있다. 시설물을 제외한 전시와 운영, 강의료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함양용추아트밸리의 예술가들이 모두 메우고 있다. 재개관을 위해 리모델링을 하긴 했으나 부족한 것 투성이었다. 내부를 쓸모있게 꾸미고 추가로 인테리어를 하고 관리하는 모든 것은 함양용추아트밸리에 둥지를 틀기로 한 박유미 이사장과 협동조합 예술가들의 몫이었다. 박 이사장은 “제자들에게 ‘선생님 것도 아닌데 이렇게 열심히 하냐는 말’을 들을 정도로 우리 협동조합 예술가들이 다 같이 노력해서 우리 용추아트밸리가 반듯하게 자리를 잡았다”며 “큰 규모의 대회도 유치하고 함양을 이끌 후배도 품을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고 싶지만 힘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협동조합의 47명의 작가가 모여 폐교인 용추 대지초등학교에 4억 규모의 미술 공공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박 이사장은 “폐허에 가까웠던 대지초등학교를 아름답게 꾸며놨는데 주변에서 견제도 하고 욕심도 부리는 상황이라 이렇게 꾸며놓고도 사용을 못 하고 있다. 너무 난감하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우리 협동조합의 예술가들이 타 지역에서 돈을 벌어 와서 함양에 붓고 있다”고 농담을 하며 “함양용추아트밸리에 좋은 인력을 모셔 와도 유지가 어려운 상황이다”며 “용추아트밸리가 안전한 기반 위에서 탄탄하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위탁운영 형태가 아니라 공립미술관의 형태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한편 함양용추아트밸리는 (재)경남문화예술진흥원에서 주관한 2022년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지원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총사업비 7,600만원을 지원받아 군민들에게 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게 되었으며 현재 제15회 미방회 “봄나들이” 미방전을 진행하고 있다. 오는 6월 26일까지 함양용추아트밸리 미술관에서 관람할 수 있다. <연재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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