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의 요란지경 춤에 백신의 늦장어린 추임새는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생존의 위중한 경계선에서 오늘의 가치를 막장으로 입찰하게 하고 있다. 경제계와 정치계의 일선에선 혼돈의 안무가 자욱하다. 신문지 위에 올라온 뉴스들은 언뜻 보기만 해도 불편과 불쾌를 동시 유발하는 불청객들의 난무 같기만 하다. 세상의 안과 세상의 밖은 뒤집어져서 꼬여있는 무대 배경이 되어 심난함을 부추긴다.
엊그저께 아주 기쁜 일이 하나 생겼었다. 20여년 전에 잠깐 알아 뵈었던 한 스승님과 연락이 닿은 게다. 그 어르신의 소박하고 겸허한 존재감과 조용히 몸으로 흙을 철학하시는 모습을 지척에서 잠깐 알아 뵙고는 그 어르신을 존경의 마음으로 오랫동안 잊지 않았던 터였다. 근처 장수 마을에서 계시면서 인문 농사꾼으로서 살아오신 어르신은 최근 ‘소통신문’에 올리셨던 칼럼 기사 한편을 내게 공유해 주셨다. 그 어르신의 기사 내용 중 여러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고 싶은 귀한 글 문장들을 이 칼럼에서 나누고자 한다.
자연의 여느 풀숲 앞, 돌과 흙과 풀꽃과 벌과 나비가 담긴 소박한 풍경 앞에서 하얀 고무신을 신으신 채 유연하고 부드럽게 손짓하시면서 난세에 있는 우리네에게 속마음 깊은 꿈을 일깨워주시는 한 어르신의 조용한 지혜를 경청해 보자.
“단순 소박한 삶은 가난한 삶이 아닙니다. 부자유를 참아야 하는 불편한 삶이 아닙니다. 원시로 회귀하는 삶이 아니라 새 문명의 삶입니다. 달빛 아래 사랑하는 사람과 와인을 들며 멋진 음악에 취하는 낭만의 삶입니다. 비교 경쟁감이나 우열감에 방해받지 않고 잘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이 일치하는 자아실현의 삶입니다. 이웃과 자연과 사이좋은 삶입니다. 자유롭고 기쁜 삶입니다. 거품이 가라앉은 진실한 삶입니다. 예술적 감성과 우애의 정을 깊고 넓게 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이 지닌 최고의 능력입니다. 돈으로 진정한 우애와 감성을 살 수 없습니다. 단순소박한 삶 속에서 더 잘 키워집니다.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과 친교를 나눌 수 있고, 지구의 모든 아름다움이 내 감성을 깨웁니다. 사람과 사람, 나라와 나라의 경계가 점차 사라져 ‘사랑과 평화’가 강처럼 흐르게 될 것입니다.해와 달이 뜨고 지는 것에서도, 이름 모를 산새의 지저귐이나 야생화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데서도, 그 감각의 순도가 높아져 세상이 있는 그대로 최고의 예술이 됩니다. 사람들은 우주 자연계 안에서 자신이 지닌 특성을 가장 잘 발휘하게 될 것입니다.”인용문 출처 : 소통신문 590호 이남곡의 ‘단순소박한 삶은 우리 모두의 생존과 행복의 길’ 중 일부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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