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열두 달 중 사랑과 감사가 가장 충만한 달이다. 노동자들의 노고를 위로하거나,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랑을 기념하고, 사람들을 가르치고 인도하는 스승을 기념하는 감사의 마음이 가득하다. 그중 으뜸은 어린이들이 슬기롭고 씩씩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어린이날’이라고 생각한다. ‘어린이’라는 용어는 1920년 방정환 선생이 처음으로 사용하였다. 당시에는 ‘어린이’라는 말은 없었고 ‘이놈’, ‘어린 것’이라 하며 아이들을 낮추어 불렀다. 그러나 아이들을 잘 자라게 하는 것이 독립 운동이며 하늘같은 어린이를 위해 평생을 바치리라 생각한 선생은 ‘늙은이’, ‘젊은이’라는 용어와 대등한 의미로 사용하기 위해 ‘어린이’라는 말을 처음으로 사용하였다. 더 이상 어른들에게 종속되는 존재가 아닌 ‘인권’을 가진 주체적인 인격체라는 인식의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100여 년이 지난 오늘 아직도 인권의 사각지대에 갇혀 있는 어린이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 부모니까 자식을 체벌해도 되고 어른이니까 아이들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잘못된 인식 때문에 죽음으로 자신의 상황을 알리는 안타까운 사연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온다. 작년, 입양한 16개월 여자 아이를 죽음에 이르게 한 정인이 사건은 재판이 시작된 후 양부모의 천인공노할 아동학대가 드러나면서 사회적 공분이 크게 일었다. 지속적인 양부모의 학대, 부실한 경찰의 대응, 홀트아동복지회의 사후 관리 부실, 허위진단서를 내린 의사 등, 사회 안전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누구보다 환한 웃음을 가졌던 작은 아이를 허망하게 하늘로 떠나보내야 했다.이런 험한 사건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얼마 전 함양의 한 공립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발달이 느린 아동을 학대한 사건이 보도 되었다. 작년 7월에 발생하였지만 현재 경찰수사 중인 것으로 뒤늦게 알려져 지역사회에 큰 충격과 분노를 안겨주었다. 사건이 어떻게, 어디가지 진행되었는지 알 수 없으나 부디 공정한 처벌을 내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학대 현장에 노출된 아이들이 정서적인 안정을 되찾을 수 있게 세심하게 살펴야 할 것이다. 1923년 방정환 선생은 5월 1일 제 1회 어린이날 선전문에서 어린이들을 대등한 존재로 인식하고 권리를 보장할 것을 촉구하면서 ‘어른들에게 드리는 글’을 발표했다. 어린이에 대한 깊은 통찰과 사랑이 깃든 내용은 100여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으나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깊은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1987년 7월 14일 독립기념관에 이 글을 세긴 비가 세워졌으며 반짝이는 아이들이 행복해야 할 푸른 5월에 어른들이 꼭 새겨듣기를 바라며 옮겨 본다. “어린이를 내려다보지 마시고 쳐다보아 주시오. 어린이를 가까이하시어 자주 이야기하여 주시오. 어린이에게 경어를 쓰시되 늘 보드럽게 하여 주시오. 이발이나 목욕 의복 같은 것을 때맞춰 하도록 하여 주시오. 잠자는 것과 운동하는 것을 충분히 하게 하여 주시오. 산보와 원족 같은 것을 가끔가끔 시켜 주시오. 어린이를 책망하실 때에는 쉽게 성만 내지 마시고 자세히 타일러 주시오. 어린이들이 서로 모여 즐겁게 놀 만한 놀이터와 기관 같은 것을 지어 주시오. 대우주의 뇌신경 말초는 늙은이에게도 있지 아니하고 젊은이에게도 있지 아니하고 오직 어린이들에게만 있는 것을 늘 생각하여 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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