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봄이 다 가기 전에 봄꽃보다 더 귀하고 예쁜, 오월의 신록 같은, 아이들을 만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젊음을 주체 못한 일부 사람들 때문에 아이들을 만날 시간이 또 연기되어 여름이 다 되어서야 만날 것 같습니다. 컴퓨터 앞에서 아이들의 출결을 확인하고 인터넷 강의를 듣게 하고 SNS를 통해서 과제를 제시하고 확인하는 생활을 시작한 지도 벌써 한 달이 넘었습니다. 생동감 있는 아이들과 같이 지냈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학생들이 또래 친구들과 지내며 소중한 추억을 쌓아야할 시간들을 흘려보내는 것들이 얼마나 아쉬운지, 온몸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요즘 여기저기 온 몸에 초록빛 물에 흠뻑 적셔질 정도로 5월의 신록이 한창입니다. 주말에 고향에 다녀오면서 친구들과 모여 놀던 냇가 숲을 바라보았습니다. 푸른 물이 뚝뚝 듣는 듯한 그곳에서 우리는 숱한 추억들을 쌓았습니다. 친구들과 멱을 감기도 하고, 물고기를 잡아 어죽을 끓이기도 하고, 숯불을 피워 고기를 구워 먹기도 하고, 어른들 흉내 낸다며 주말이면 소주잔을 기울이며 유행가를 목청껏 부르기도 했습니다. 해마다 그 숲은 여전히 푸른데 그 시절 그 동무들은 어디에선가 다들 삶의 현장에서 치열하게 잘 살고 있겠지요? 테너 김성록의 목소리로 ‘친구 이야기’를 들으니 친구들이 더 보고 싶습니다. 살아가면서 친구 같은 좋은 인연들을 만나는 것은 큰 기쁨입니다. 저는 몇 년 전부터 70대 중후반, 60대 후반, 그리고 저 이렇게 연령대가 다양한 분들과 모임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아저씨나 삼촌 연령대인 분들과 모임을 같이 하고 있다니까 친구들은 어른을 모시는 것이지 그게 무슨 모임이냐며 이야기하데 저는 어느 모임보다 그 모임이 기다려집니다. 호칭은 큰형님으로 부르지만 저에게 기회를 준 것만 해도 고마운데 젊은 사람하고 친구하니까 젊어진 것 같다고 고마워하는 것을 보며 하늘이 준 큰 인연으로 생각하며 감사하고 있습니다. 사회생활 초년병 시절 저를 유난히 챙긴 형님이 있었습니다. 집에서 자려고 준비하던 중에도 그 형님이 부르면 시간과 관계없이 나가면 좋은 사람을 아는 것이 큰 재산이라며 이런 저런 분들을 소개해주셨습니다. 그 형님께서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시고 난 뒤 형님이 선물처럼 남겨 주신 귀한 분들과 지금도 좋은 관계를 맺으며 살고 있습니다. 그 중 한 분은 시간 날 때마다 지리산 중턱 산삼농장까지 초대해서 귀한 음식을 내어 놓으며 좋은 말씀을 전해 주시고 저를 형제처럼 챙겨 주셔서 고마움을 표현할라치면 “옳지 않아요. 그렇지 않아요.” 하며 손사래를 치시며 “이 선생 그렇답니다. 우리가 서로를 알고 지내는 것이 얼마나 소중합니까? 이 인연 잘 이어갑시다.”하며 늘 따뜻하게 품어 주십니다. 살아가면서 어떤 사람과 인연을 맺고 사는지는 참 중요합니다. 누군가를 안다는 것은 곧 그 사람을 판단하는 잣대가 되기도 하구요. 그 사람을 알려면 그 친구를 보라고 했습니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아가는 내 어릴 적 고향 친구들, 어느 누구보다도 가슴으로 품으며 열성을 다해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동료 선생님들,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벗으로 받아주고 늘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시는 선배님들, 선배로서 형님으로서 자랑스럽다며 깍듯하게 미안할 정도로 예의를 갖추는 후배들, 이런 사람들이 제 친구들임에 늘 감사하며 소중한 인연들 고이 간직하려합니다. 오늘 듣는 ‘친구 이야기’는 더 감명 깊게 들려옵니다. 많지 않아도/그리고 자주 만날 수 없어도/나에게 친구가 있음은/얼마나 소중한 것입니까//멀리 있어도/가만히 이름 불러 볼 수 있는/친구가 나에게 있음은//얼마나 행복한 일입니까//내 좋은 친구를 만날 때면/웃음마다 봄날 기쁨입니다./보고픈 친구를 생각할 때면/그리움은 잔잔한 행복입니다.//많지 않아도/그리고 자주 만날 수 없어도/나에게 친구가 있음은/얼마나 소중한 것입니까//내 좋은 친구를 만날 때면/웃음마다 봄날 기쁨입니다./보고픈 친구를 생각할 때면/그리움은 잔잔한 행복입니다//많지 않아도/그리고 자주 만날 수 없어도/나에게 친구가 있음은/얼마나 소중한 것입니까//얼마나 소중한 일입니까//양윤정 작시, 최종혁 작곡 ‘친구 이야기’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