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상림에는 다양한 생물들이 모여 작은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숲을 이루는 나무는 낙엽활엽수이다. 이들 한 그루는 모두 위대한 변화를 이끌었던 속씨식물의 후손이다. 속씨식물의 탄생은 지구에 생물 다양성을 안겨주었다. 상림에서 담담하게 숲을 받치고 선 고목들은 대략 200년 정도 묵었다. 숲의 나무들을 살펴보면 종류에 따라 여러 층을 이루고 있다. 숲의 맨 위에 키가 큰 교목층(참나무와 개서어나무 등), 중간에 아교목층(나도밤나무, 사람주나무 등), 아래에는 키가 작은 관목층(쥐똥나무, 회잎나무 등)으로 되어있다. 반기생식물인 겨우살이도 고목에 붙어산다. 숲의 바닥에는 아름다운 풀꽃들이 자라고 있다. 함양상림에는 대략 100여 종의 나무와 100여 종의 풀꽃이 어우러져 살고 있다. 눈여겨 볼만한 풀꽃은 연복초, 꿩의바람꽃, 큰애기나리, 가는장구채, 도둑놈의갈고리 3종류, 털이슬 등이다. 이팝나무와 개서어나무는 하천숲의 식생을 잘 보여주는 상림의 귀한 나무이다. 길가마지나무는 상림에 몇 그루 없을 뿐 아니라 지리산 주변에서도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남해안 지역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줄사철나무도 자란다. 까마귀밥나무는 숲의 남쪽에 치우쳐 자라고 있다. 마을 근처에서 가끔 발견되는 키작은나무이다. 이렇게 훌륭한 숲의 구조와 식물상은 자생의 숲에서나 볼 수 있다. 말하자면 상림은 자생의 숲으로 오랜 세월 이어온 것으로 의심해 볼 수 있다. 전국 마을숲으로서는 거의 유일하다. 상림은 시설이나 도로 등 이용 공간을 뺀 숲의 규모만 103,532㎡(3만4천여 평)이다. 전국에서 제일로 큰 마을숲이다. 곤충과 새 등 수많은 생물이 보금자리를 틀고 깃들어 있다. 그만큼 많은 생물을 관찰할 수 있다. 2002년에 함양상림의 곤충을 연구한 논문을 보면 곤충 수가 220종이나 된다. 남해 망운산, 진주 월아산, 거창 금원산보다 많은 종류라고 한다. 5년 동안 살펴보니 새의 종류도 상당히 많이 관찰되었다. 숲 가운데로 커다란 개울이 흐르고, 사이사이로 작은 물길이 숲 주변 연밭을 잇는다. 수서곤충들이 살 수 있는 좋은 환경이다. 숲 주변에는 물잠자리와 실잠자리 종류가 많다. 이 외에도 여러 종류의 잠자리와 나비들이 활개를 친다. 매미는 한여름의 숲을 달군다. 향수를 부르는 참매미와 쓰르라미 소리도 들려온다. 매미는 부화해서 애벌레의 상태로 땅속에 머문다. 7년째에 어른벌레가 되어 세상에 나와 짝을 찾는다. 이 기간도 겨우 한 달 정도다. 그래서 매미는 비속에서도 울기를 멈추지 않는다. 미국에는 7년, 13년, 17년 매미가 있다고 한다. 모두 소수(素數)가 되는 해에 나온다. 자연환경이 점점 나빠지면서 땅속에서 지내는 기간이 늘어났다. 한꺼번에 나와서 천적과 마주치는 기회를 줄이기 위한 전략이다. 생명의 끈을 이어가려는 매미의 노력이 가상하다. 우리는 이러한 환경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상림 숲에는 찾아오는 새들도 상당히 많다. 숲 동쪽의 연밭과 서쪽의 위천에도 사계절 다양한 물새들이 찾아온다. 위천 수원지에 아주 가끔 수달이 나타나기도 했다. 요즘은 보지 못했다. 또 개구리와 뱀, 쥐와 족제비도 볼 수 있다. 장마철이 지나고 나면 많은 종류의 버섯들이 저마다의 갓을 두르고 솟구쳐오른다. 버섯은 땅속에 있던 균사체가 포자를 퍼뜨려 번식하려고 피어난 꽃이다. 땅속 균사체는 영양분이 적어지면 땅 위로 버섯을 피워올린다. 숲에 나타나는 버섯으로 토양의 영양분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버섯은 송이버섯 같은 공생균과 등갈색미로버섯 같은 부후균으로 나눌 수 있다. 상림에는 주로 낙엽이나 죽은 나무를 분해하는 부후균류 버섯이 보인다. 자생에 가까운 숲의 다양성은 계절의 변화에 따라 각양각색의 자연풍경을 연출한다. 그래서 상림은 계절에 따라 팔색조의 옷을 갈아입는다. 그 속에는 온갖 자연의 소리와 먹이 경쟁 등 생명의 꿈틀거림이 있다. 서로 얽혀서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모습이다. 이러한 숲은 우리의 오감을 자극한다. 심리적 긴장을 풀어 안정되고 여유로운 활동을 가능하게 한다. 이런 것들이 모두 생태적인 자연환경 치유인자이다.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 있는 숲인가? 요즘 우리 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외래곤충 3총사가 있다. 갈색날개매미충, 미국선녀벌레, 꽃매미이다. 이 곤충들은 온난화로 기온이 높아진 틈을 타고 부쩍 늘어났다. 아직 이들의 천적은 없다고 한다. 바이러스와 곤충의 이상 출현은 인류의 무절제한 생활과 환경파괴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2년 전 상림에도 갈색날개매미충이 많이 나타났다. 작년에는 꽃매미도 나타났다. 이 곤충들의 애벌레는 나뭇가지에 떼로 붙어서 수액을 빨아 먹는다. 상림에도 이들 곤충의 피해가 나타났다. 특히 때죽나무들은 잎이 검게 그을려 광합성을 제대로 하지 못해 죽어가고 있다. 이 외에도 함양상림은 도시화 된 고립무원의 위기에 있다. 위에서 본 다양한 생물상도 우리와 공존해야 할 귀한 생명들이다. 우리 삶의 또 다른 일부에 관심을 가져 보자. 눈을 떠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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