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외사촌 형님으로부터 문자가 왔는데 어머니가 별세하셨다는 문자였다. 나에게는 외숙모가 되는 분이시다. 순간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어린 초등학교시절 외갓집에 갈 때마다 귀여워해주시고 좋아해 주셨던 모습이 먼저 생각이 났다. 그리고 올해 초 설 명절 때 인근에 계시는 친척 분들을 찾아뵙고 인사를 드려야 하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다음에 하면 되지 하고 미루었는데 결국은 다시는 찾아 뵐 수가 없게 되었다. 우리 사는 세상은 왜 이리 바쁜지 모르겠다. 그리고 바쁘다는 핑계로 해야 할 일을 뒤로 미루고 나서 후회하는 일을 반복하는 미련한 삶을 계속 살아가는 나 자신이 한심스럽기도 하다. 장례식 날 장지로 찾아갔다. 요즈음 시골 장례식은 옛날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농촌 인구가 줄어들었고 노령화 된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옛날에는 온 동네 사람들이 장례식에 참석하여 슬픔을 함께 했는데 지금은 마을 사람들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모든 것이 돈만 있으면 다 해결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편리해 진 것은 사실이지만 끈끈한 이웃 간의 정과 마을 공동체의 동질감은 찾아보기가 힘들어 졌다. 상주들과 함께 이야기 하는 가운데 돌아가시게 된 사연을 듣게 되었다. 자초지종을 모르는 나는 상주들에게 외숙모는 그래도 살아생전에 크게 고생하지 않고 건강하게 사시다 돌아가셨다고 말을 하니까 그렇지 않다고 했다. 여러 가지 육체적으로 수술도 하고 고생도 하셨다고 한다. 우리 사는 세상이 다 그런 것 같다. 우리가 보기에는 어떤 사람들은 고통과 고난과 재앙이 없이 형통하게 살아가는 것 같지만 우리 눈에 그렇게 보일 뿐이지 다 남이 알지 못하는 고통과 고난과 예상치 못한 재앙을 당하기도 하는 것이 우리 살아가는 인생일 것이다. 때로는 홀로 눈물을 삼키며 슬픔을 이겨내기고 하고 때로는 가슴을 치기도 하며 그 어려움을 감내하며 살아가는 것이 우리 대부분의 인생이기에 우리가 어려움을 당하고 힘들 때 나만 그런 일을 당한다고 너무 자책하거나 한탄할 필요는 없다. 외숙모님은 돌아가시기 전에 한 달 이상 심한 고생을 하셨다고 한다. 시골에서 평생 농사를 지으셨던 분이라 몸을 조금만 움직일 수 있으면 그냥 계시지 못하셨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고 농사지을 시기가 다가오자 밭두렁을 태우러 나가셨다고 한다. 날씨가 추우니까 옷을 두껍게 입고 87세 되신 분이 유모차를 지팡이 삼아 밭으로 가서 불을 지폈는데 그 불이 옷에 붙어서 하반신 거의 전체가 불에 타서 치료를 받다가 패혈증이 발생해 돌아가셨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참 안타까웠다. 산불 감시요원들이 늘 차를 몰고 마을 마을과 골목골목을 다니면서 논두렁, 밭두렁 태우지 말라고 방송을 하는데 그 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던 모양이다. 옷에 불이 붙어서 살이 불에 탈 때의 고통과 병원에 입원해서 치료받을 때의 고통은 당해 보지 않은 사람은 가히 상상할 수도 없을 것이다. 본인의 당한 고통은 물론이고 그 고통을 지켜보는 가족들의 마음과 몸도 같이 타 들어갔을 것이다. 그런데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이것은 당하지 않아도 될 고통을 당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자신과 우리 주위와 우리나라를 한 번 주의 깊게 들여다보면 이런 일이 많이 있다는 것이다. 안전 불감증, 안보 불감증, 도덕 불감증 등 조금만 우리가 주의를 기울이면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일들이 그러지 못해서 우리 모두에게 크나큰 고통을 주고 있는 것을 지금 우리는 톡톡히 경험하고 있다. 우리 힘으로 애쓰고 노력해도 어쩔 수 없는 것들은 어찌 할 수 없다 할지라도 우리가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예방할 수 있는 것들은 막아야 한다. 오늘 우리가 처해진 상황은 “더 이상 소 잃기 전에 외양간을 고치는 현명함”이 필요하고 더불어 “미래를 위해 소 잃었어도 다시 외양간을 고치는 수고”도 동시에 감당해 나가야 하는 시대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댓글0
로그인후 이용가능합니다.
0/150
등록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름 *
비밀번호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복구할 수 없습니다을 통해
삭제하시겠습니까?
비밀번호 *
  • 추천순
  • 최신순
  • 과거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