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1일부터 다시 천안에 있는 고려신학대학원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직원들과 이야기를 하던 중 이번 겨울 직원 연수회 장소를 정하지 못했다고 해서 함양으로 올 것을 제안하였다. 천년의 숲 상림 숲도 한번 걸어보고 거창군 가조에 있는 백두산 온천에 가서 온천목욕도 하고 온천에서 돌아오는 길에 “거창 크리스마스트리 축제”도 구경하고 EBS “한국기행”이라는 프로에 방영된 화림동 계곡 산책로도 완주하면 1박2일 코스로는 손색이 없다고 적극적으로 추천을 하였는데 받아들여져서 그렇게 하기로 하고 계획을 세웠다. 막상 추천을 하고 보니 여러 가지 책임감이 생겼다. 어려운 시간을 내어서 휴식시간을 가지는데 혹시나 실망하지는 않을까 하는 조바심이 생겼다. 상림 숲은 안심이 되었다. 사계절 나름대로의 운치가 있고 군에서 깨끗하게 잘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언제 누가 가 보아도 한 번쯤은 볼 만한 곳이라는 나 나름대로의 자신감이 있었다. 가조 온천도 여러 번 가 보았기 때문에 안심이 되었다. 거창 크리스마스트리 축제도 정말로 정성들여 예술적으로 조형물을 만들어 조명을 해 놓았기 때문에 분명히 보는 사람들의 입에서 탄성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을 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화림동계곡” 산책로였다. 여름에 일부구간만 산책을 해 보았기 때문이다. 나뭇잎이 우거져서 따가운 햇볕을 가려 주었기에 그런대로 산책하는 기쁨이 있었고 초록빛으로 물든 신록들과 계곡의 흐르는 물들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어서 나름대로 아름다운 경관을 흠뻑 만끽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특별히 내가 학교직원들에게 추천한 곳이기도 하고 또 안내해야 할 입장에 있는지라 직접 완주해 보기로 하고 집을 나섰다. 거연정에 도착해서 전체적인 산책로 안내도를 살펴보았다. 약 6Km 되는 거리이고 “거연정”에서 “동호정”을 지나 “농월정”에 이르는 길이었다. 만만치 않은 거리이기에 마음을 단단히 먹고 거연정에서 출발을 하였다. 그런데 막상 직접 걸어보니까 멀리 차를 타고 달리면서 보던 산책로와는 사뭇 달랐다. 함양에서 오래 살아왔고 이 지역의 지리를 어느 정도 알고 있는 필자도 어디로 가야할지 잘 모를 정도로 이정표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서 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조금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겨울이라 그런지 썰렁한 느낌이 들었고 오래된 나무들의 쓰러져 있고 부러져 있는 모습들이 청소되어 있지 않는 집처럼 을씨년스러웠다. 그리고 고속도로에서 쌩쌩 달리는 차들의 소리도 예상외로 크게 들렸다. 그래도 이왕 걸어보기로 했으니 끝까지 걸어보기로 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설상가상이었다. 호성마을을 지나 산책로로 진입하자 정자가 하나 나왔는데 정자 옆에 쓰레기봉투에 쓰레기가 담겨 있었고 거기 머물다 간 사람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그리고 거기서부터 농월정에 이르는 산책로는 그야말로 산책로가 아니었다. 흐르는 물을 바라보면서 걷는 즐거움이 큰데 이것은 마치 쓰레기 전시장을 보는 것 같았다. 물에 떠내려 온 온갖 잡다한 쓰레기들과 스티로폼 박스들이 물가의 나뭇가지에 얽히고 섞여 있는 것이 적나라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여름에는 그런 것들이 나뭇잎에 가려 보이지 않았지만 잎이 다 떨어진 겨울나무 사이로는 숨기려고 해야 숨길 수가 없는 것이리라. 6Km를 완주하는데 1시간이 조금 넘게 걸렸다. 원래 계획은 걸어서 왕복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그만 두었다. 육체적으로 힘겹기도 했지만 정서적으로 힘들었다. 온 길을 다시 걷고 싶지 않았다. 거연정 맞은편 마을에 있는 친구목사께 전화를 하여 내 차가 있는 거연정까지 태워 달라고 하였다. 차를 타자마자 회림동계곡에 왜 그렇게 쓰레기가 많은지 모르겠다고 하자 그 목사님도 늘 그것이 마음에 걸린다고 하였다. 거연정에서 호성마을 까지는 그런대로 괜찮은데 호성마을부터 농월정까지는 너무 심하다고 했더니 해마다 여름에 교회에 봉사활동 하러 온 청년들을 투입해서 쓰레기를 수거하는데 올 여름에는 큰 쌀 포대로 50포대를 수거했다고 한다. 쓰레기가 너무 많아 호성마을 밑으로는 손을 대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하였다. 마음도 상했지만 이것을 어떻게 해야 하나하는 고민이 생겼다. 학교에 올라가서 화림동계곡 산책은 일정에서 빼자고 하여 제외시켜 버렸다. 차마 내 입으로 쓰레기가 너무 많아서 그렇다고 말은 못하고 산책로가 길어서 힘들 것 같아서 그렇다고 빙 둘러서 말하였다. 화림동계곡 전 산책로를 겨울에 직접 걸어보고 난 후 청정함양에 산다고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던 함양인으로서 지금도 마음 한 구석에 한 가지 부담이 자리 잡고 있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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