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절)이 다가왔네요. ‘설’이 다가오면 마음이 설레고 기분이 좋아지는 건 왜일까요? 아직 어려서일까요? 6세, 3세 두 아이 엄마인데도 마음만은 항상 유년의 추억들이 현실의 엄혹함보다는 더 그립고, 기다려지는가 봅니다. 설이 되면 제사 음식에서부터 친지들 식사와 접대 등 온갖 궂은일을 다 해야 하는데도 마음 한 켠 어릴 적 새 옷 입고, 세뱃돈 받던 기억에서부터 맛난 음식 먹고 친지, 가족, 친구들 신나게 놀던 기억들이 이맘때만 되면 아련한 추억 한 켠의 그림책처럼 살며시 그리움 되어 솟아나네요.그런데 한국에서의 10년 세월들은... 그 세월 속에서의 저의 설(명절)은 제사 음식 장만, 설거지, 친지들 접대, 아이들 챙기는 일들, 시아버지 삼시세끼 진지(식사) 챙겨 드리는 일들과 같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들이면서도 열심히 해도 칭찬 받아보기 힘든, 어찌 생각해보면 어릴 적 기다려지는 설(명절)과는 다른, 오히려 설이 부담 되는 한숨지어보는 중압감의 설로 살아온 것 같아요.그런데 이제 시아버지께서 돌아가신지 1년이 지나고 어른이 안계신 탓으로 제사도 모시지 않고, 찾아올 친지도 없고, 접대도 하지 않아도 되고, 힘든 일도 없는데도 마음이 왜 이리 허전하고 우울한지 모르겠네요. 시아버지를 모시고 살면서 단 한 번도 싫다 표현해보지 않고, 당연하다는 듯이 열심히 공손히 모시고 살던 세월이었는데 막상 돌아가시고 나니 시아버지께서 주시던 세뱃돈, 네팔 친정에 갈 때 주시던 용돈, “잘 살아라”는 덕담 생각이 왜 이리 그리운지 모르겠어요. 남편의 가족 중에 유일하게 진정으로 우리 가족을 걱정해 주시던 분이 지금 생각해봐도 시아버지셨던것 같아요. 남편의 뒤늦은 후회와 한숨, 살아계실 때 좀 더 잘 해 드리지 못한 아쉬움들이 저에게도 전념이 되었나봅니다. 친정 엄마가 한국에 같이 살고 있어 큰 위로가 되지만 설을 앞두고 이제 며칠 후면 고향으로 떠나시니 그 빈자리가 또 얼마나 될지 걱정이랍니다. 동내 할머니께서 “사람이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하시더군요. 아마도 그럴 듯 싶네요. 한창 공부할 어린 나이에 불쑥? 한국으로 시집와서 남편의 바쁜 일상에 동행하면서 숨 돌릴 틈도 없이 살아온 세월들이 벌써 10년이네요. 고향을, 추억을, 유년을, 생각할 틈도 없었던 것 같아요. 아이들 키우는데 정신없고, 일하기 정신없고 설 앞 이 시간(0시30분) 남들은 뭘하며 살까 잠시 궁금하네요. 곶감 작업 포장하고 택배 보내는 일들이 매일같이 밤12시 넘어야 마치는 요즘같은 설 앞 우리집 풍경은 매년 반복되는 일이거든요. 농사일이 큰 돈을 버는 것도 아니어서 작은 불만도 있지만 그저 남편 의지에 맡겨 따라가는 형편이랍니다. 남편은 농부로서의 꿈이 있는데. 저에게도 조금씩 전념이 되어가고 있나 봐요. KBS인간극장에 출연하여 평생단골 100명을 만드는 게 꿈이라고 했던 남편. 착한 가격으로 오랜 단골을 만들고, 우리 함양 농산물을 정직하게 판매하여 판로에 대한 걱정을 줄이고, 고정된 수입을 점차 확대해 나가는... 지난 10년간 남편의 곁을 지켜보면서 단골분들이 자꾸만 많아지고 판매도 많아지고 농사 규모도 자꾸만 커져가는 현실 속에서 이제 한국에 처음 올 때의 희망을 현실로 꿈꾸게 되는가봅니다. 무엇보다도 남편의 정직한 노력,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저에겐 희망이랍니다. 그래서 사회에 나가 봉사도 하고, 때론 단체 모임에 나가 술 한잔 하고 들어와도 이젠 결혼 10년차 주부로서 당연히? 이해하려 노력 한답니다~^^ 10년 전 네팔에서 처음 한국 땅을 밟을 당시 시골 산골짜기 함양 땅에서 어찌 살까 걱정하고 한숨짓던 기억들이 이제 희망으로 바뀌고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어요. 농사를 하던 부모님 밑에서 농사가 얼마나 힘든지를 이미 코흘리개 시절부터 경험했던 터라 그저 먹고 살면 그나마 다행인 농사로 사시는 네팔 고향 부모님과 그 주변 풍경들. 설 앞 이 시간 네팔 고향에서는 아마도 설 준비로 마음들이 들떠 있을 듯 싶네요. 즐겁고 행복한 함께하는 설. 온 동네가 축제가 되는 설. 네팔에서의 설은 한국보다 하루 빠른 27일이랍니다. 한국에서의 설은 저에겐 고향에서와는 또 다른 느낌인데 아직도 온전히 적응이 안되는 건 사실이랍니다. 설 앞 고향이 그립네요. 하얀 설산이 올려다 보이고 다락논 밭이 즐비한 산. 돌탑과 진흙, 돌계단 산길, 천길 아래 계곡물줄기가 바라보이는 높은 곳의 고향 집. 고향 가는 길이 그립습니다. 설은 마음의 고향을 불러 주는가 봅니다. 주간함양 독자님~ 그리고 저의 글 읽어보시고 격려 주시는 많은 분들~ 즐겁고 건강하고 행복한 추억의 설 명절 보내세요~^^ 네팔댁 다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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