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읍에 귀농귀촌 사랑방이 생겼다. 도시에서 시골로 들어와 모든 것이 낯설고 생소한 귀농귀촌인들이 아무 때나 부담없이 들러 차도 마시고 필요한 정보도 구하고 이웃도 사귈 수 있는 사교의 장이 생겼다. 시골 그 중에도 함양이 좋아 함양으로 귀농귀촌 하고 싶은데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 지 모르겠다는 사람은 함양군청 근처 강산골이라는 간판이 걸려있는 사랑방에 가보시라. 일단 가보면 좋은 일이 생기게 되어 있는데, 거기는 이제 막 머리 깎은 귀농 신병부터 실전 경험이 풍부한 귀농 고참병장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시도 때도 없이 모여 차 마시고 밥 먹고 수다 떠는 곳이기에 필요한 정보뿐만이 아니라 내게 지금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까지 다 알 수 있겠기 때문이다.
농어촌 지자체들이 귀농귀촌을 경쟁적으로 장려하고 관련 정책을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는 좋은 수단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런 사랑방은 벌써 생겼어야 했다. 그것도 함양군에서 먼저 공간을 만들어 귀농한 사람들로 구성된 단체에 편의 시설로 제공하고 새로운 귀농인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물론 함양군은 다른 지자체에 비해 귀농귀촌 정책이 비교적 잘 되어 있고 이번에 새로 건립된 농업기술센터에 가면 귀농귀촌부서가 별도로 있어 귀농귀촌인이 정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보통 사람들이 관공서에 가는 것을 어렵게 생각하는 우리 보통 사람들의 정서를 감안한다면 아무래도 이런 도움은 먼저 귀농한 보통 사람들에게서 받는 것이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편할 것이다.
나도 처음 귀농할 때는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할 지 몰라 당황스러웠다. 학교에서는 멧돼지로부터 고구마를 지키는 방법 같은 것은 가르쳐주지 않았기에 귀농 첫해에는 고구마 농사랍시고 지었더니 멧돼지들이 크게 기뻐하며 사흘에 걸쳐 파티를 벌였다. 학교에서는 관리기를 이용하여 갈비뼈를 다치지 않고 밭을 가는 안전한 방법 같은 것도 결코 가르쳐주지 않는다. 그래서 진작 이런 사랑방이 있었더라면 나도 귀농 초기에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지금 함양에 귀농하려고 하는 사람이 정착과 관련된 현실적인 도움을 받으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농업기술센터에 있는 귀농귀촌계를 물어물어 찾아가서 조심스럽게 전문 상담사의 도움을 받는 방법이고, 또 하나는 강산골이라는 간판이 붙은 사랑방에 아무 때나 불쑥 찾아가서 “내가 이래 이래서 한번 찾아와 봤는데요~”하고 선배 귀농인들 틈에 슬쩍 스며드는 방법이다. 물론 두 가지 다 도움이 되므로 용기를 내어 첫 번째 방법을 실행하고 난 뒤 편안한 마음으로 두 번째 장소로 가보면 된다.
강산골이라는 간판이 붙어있는 그 사랑방에 가보면 로컬푸드 매장으로 꾸며놓은 어설픈 진열대에 온갖 농산물이 다 진열되어 있고 맘씨 좋은 누이가 주문받은 곶감을 포장하고 있을 것이다. 아니면 서리태랑 고구마 택배 포장을 하고 있을 것인데 이 분이 바로 강산골 사랑방지기이자 영농조합법인 대표이시다.(내가 이래이래서 한번 와 봤는데요~)하면 (어서 오이소~ 차 한잔 드릴까예~) 하고 반겨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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