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정이 되려면 아직 20일 정도는 더 남아 있다. 해마다 설이 되면 어른들이나 아이들이나 할 것 없이 제일 많이 하는 말이 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말이다. 보통 세배를 하면서 하는 말인데, 세배를 하지 않더라도 새해가 되면 누구나 하는 인사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이다. 세배하는 아이들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하는데, 얼핏 잘못 들으면 “세뱃돈 많이 주세요!”라는 말처럼 들릴 정도다. 누구나 새로운 것에 대한 기대는 있게 마련이고, 특별히 새해가 되면 막연하나마 나름대로 거는 기대가 있다. 지난해까지는 어찌되었던지 간에 새해에는 좀 복을 많이 받고 싶다는 것이다. 2015년이 시작된 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났지만, 그래도 음력으로는 아직 새해 첫날을 맞이할 수 있는 기회가 남아있으니 참 다행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양력과 음력을 같이 사용하고 있는 우리나라와 같은 경우에는 언제나 두 번의 기회를 누릴 수 있어서 좋다. 양력으로는 벌써 새해를 맞이했지만, 첫 단추를 제대로 잘 끼우지 못한 사람들은 다시 음력 설날을 기대하면서 새 출발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필자도 양력 1월 28일과 음력 정월 초나흘 두 번의 생일을 챙겨 먹고 있다. 생일이 되면 모든 사람들에게 축하와 축복의 말을 듣는 것이 그렇게 기분 좋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사람들이라면 누구든지 좋아하는 이 ‘복(福)’이라는 것, 그것이 도대체 무엇이기에 다들 ‘복, 복, 복…’ 그러는 걸까? 하다못해 이빨이 좋은 것도 오복 중에 하나라고 억지로 우겨대는 것을 보면서 복이 과연 무엇일까 생각하게 된다. 대부분의 경전들이 그렇겠지만, 특히 성경에는 온통 복에 관한 기록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런데 기독교의 복은 우리가 알고 있는 복과는 개념이 다르다.
하루는 예수님께서 무리를 보시고 산에 올라가 앉으시니까 제자들이 예수님께 나왔다. 예수님께서 입을 열어 가라사대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요!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위로를 받을 것임이요! 온유한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땅을 기업으로 받을 것임이요!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배부를 것임이요! 긍휼히 여기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긍휼히 여김을 받을 것임이요, 마음이 청결한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을 볼 것임이요, 화평하게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임이요! 의를 위하여 박해를 받는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라!”우리 상식으로는 부자가 되어야 복을 받은 것 같은데, 가난한 사람이 복이 있다는 것이다. 날마다 기쁘고 즐거운 사람이 복이 있는 것이 아니라, 울며 슬퍼하는 사람이 복이 있다는 말씀이다. 편안한 사람보다는 남에게 박해를 당하는 사람이 복이 있다니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 말씀이다. 이것이 소위 기독교에서 말하는 ‘팔복의 말씀’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복과 성경에서 말씀하고 있는 복은 어떻게 다른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세상의 복은 달콤함이 기본이지만, 하늘의 복은 고난이 따른다는 것이 다른 점이다. 세상의 복은 눈에 보이는 복이지만, 하늘의 복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손에 잡히지도 않고 귀에 들리지도 않는다. 그러나 하늘의 복은 영원히 마르지 않는 샘물 같아서 모든 사람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는 참된 복이다. 그러고 보니, 정말 교회 다니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다 잘 먹고 잘 사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신앙생활을 하다보면 언제나 평안하고 잘 되고 대박나기 보다는 고난당하고 일이 꼬여서 잘 안 풀리는 경우가 많다. 대박은커녕 쪽박만 찰 때가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신앙생활을 잘못해서가 아니다. 누구보다 헌금도 많이 하고 누구 말마따나 새벽기도나 금요철야기도까지 다 해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 밖에 없다. 이 땅에서 잘 먹고 잘 사는 것을 복이라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말씀처럼 조금 불편하고 조금 힘들어도 세상을 거꾸로 사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는 방법대로 살지 말고, 세상 사람들과 정반대로 살아보는 것이다. 어쩌면 ‘거꾸로 사는 인생’이 정말 복된 인생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남들이 대도시에 있는 큰 학교로 아이들을 보낼 때, 시골에 있는 소규모 학교로 아이들을 보내고, 남들이 과외 시킬 때 우리 아이들은 마음껏 뛰놀게 하고, 남들이 대기업에 취업하지 못해서 애를 쓸 때 과감하게 귀촌을 결심해서 자기의 꿈을 펴는 것, 이것이 궁극적으로는 복이 된다.
지금 힘들고 어렵다면, 그건 복을 받기 위한 전초전일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가난도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남들이 잘 나가고 잘 되어도 부러워하지 말자! 죽은 물고기는 물이 흐르는 대로 떠내려가지만, 살아있는 물고기는 폭포수라도 거슬러서 올라가지 않던가? 사랑하는 우리 함양신문 애독자들이 세상을 거꾸로 사는 배짱을 가지게 된다면, 2015년은 정말 복된 삶을 살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