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월호 침몰사고와 관련하여 초동조치 부실과 안일한 대응으로 국민들로부터 많은 비난과 불신을 받았다. 정부의 모든 부처가 비난과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가장 기본 역할은 정부의 어느 한 부처에서 전속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치안도 마찬가지다. 경찰이 치안을 담당한다면 그 인프라는 국가와 지자체에서 조성을 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세월호의 여파로 잠시 잊혀졌지만 지금도 우리 주변에서 4대사회악의 하나인 가정폭력으로부터 고통을 받고 갈 곳이 없는 피해자들을 볼 때 현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현실적인 예를 들면, 가정폭력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은 가해자와 피해자를 격리시켜 경찰관서에서 일시적인 보호조치와 조사 후에 피해자가 갈 곳이 없는 경우가 흔히 발생한다. 이는 가정폭력이라는 특수성 때문인데, 결국 가정이라는 울타리에서 외면을 당하면 갈 곳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야간의 경우 더 난감한 경우가 발생한다. 보통 남편이 가해자이고 아내가 피해자라면 감정이 가라앉지 않은 상태에서 재차 집으로 들어가는 것은 제2의 피해를 당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쉽사리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심지어 찜질방 등지에서 밤을 세고 그 다음날 집으로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보호시설로 인도할 수도 있는 안전한 방법이 있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주변에 피해자보호시설을 찾기가 힘들다. 경남도내에 몇 개소의 보호시설이 있으나 대부분이 도시권에 있는 관계로 농촌지역에서는 현실적으로 이용이 불가능하다. 가정폭력상담소와 이와 유사한 조직은 난립해 있으나 이는 상담과 연계의 역할을 할 뿐 대부분 야간에 발생하는 가정폭력의 피해자를 보호해 줄 수 없으므로 현실적으로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피해자 보호시설이다.
이런 현실은 가정폭력의 피해자에 대한 사실상의 방치행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의 관한 법률 제4조 국가 등의 책무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예방 및 피해자보호에 관한 규정이 명시되어 있고 피해자보호를 위한 보호시설의 설치운영에 관한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이유에서든 보호시설이 도내에 몇 개소 밖에 없다는 것은 되새겨볼 필요가 있는 부분이다.
안전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은 경제의 논리 즉, 수요와 공급의 논리가 적용되어서는 곤란하다. 또한 예산과 사업의 필요성 관계에서 보더라도 예산이 부족하다는 핑계는 국민들의 정서로 이제는 수긍하기 힘들 것이다.
세월호참사 이후 정부에서는 안전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 중이고 아울러 각 부처 간의 유기적인 공조도 강조하고 있다.
겉으로 드러나 보이지는 않지만 지금도 가정폭력의 피해자들은 돌아갈 곳이 없어 고통을 받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며 조속히 보호시설의 설치와 확대를 촉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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