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과에 속하며 덩굴식물인 오이는 인도 북부가 원산지로 추정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1500년 전에 중국을 거쳐 들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에는 과학의 발달로 비닐하우스를 이용하여 거의 1년 내내 수확이 가능하며,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생산하고 소비하는 대표적인 열매채소이기도 하다. 나라마다 오이의 여러 가지 품종을 선택적으로 기르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무침이나 나물, 혹은 오이지를 담는 용도에 맞게 키워왔다. 하지만 음식에도 글로벌시대로 접어든 만큼 외식이나 교육을 통해 장아찌와는 다른 피클이 우리의 식탁에도 자연스럽게 오르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우리의 식생활문화가 달라진 것과 달리 오이의 품종은 큰 변화 없이 생산되고 있어서 취청오이나 백다다기 같은 오이로 피클을 담가 먹는 생활의 지혜가 발현되고 있는 중이다. 그렇더라도 병 안으로 쏙 들어가는 길이의 오이에 대한 아쉬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나만은 아닌 모양이다. 근래에 대형마트나 재래시장에서 드물게라도 피클용 오이를 만날 수 있으니 말이다. 피클용 오이는 우리가 먹어오던 오이와는 현저하게 그 크기가 다르다. 오이의 길이가 6~7cm 가량으로 피클을 담갔을 때 가장 맛있는 오이는 길이와 너비의 비율이 3:1 정도인 것이 제일 좋다. 접해보지 않아서 낯선 음식을 만드는 일에 대한 두려움은 누구나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피클은 담그는데 있어 불변의 원칙이 있음을 안다면 크게 어렵지 않게 도전할 수 있다. 한 마디로 ‘새콤하고 달콤하다.’로 정리되는 맛에 친숙하지 않은 향이 입혀진 것이기 때문에 피클을 먹으면서 눈을 감고 천천히 그 맛을 음미하면 아주 단순하고 친숙한 맛임을 알게 된다. 물과 식초와 설탕의 비율을 2:1:1로 맞추고 거기에 자신이 좋아하는 향신료 중 월계수잎이나 정향(클로브), 각색의 후추, 말린 고수 등을 적당이 넣고 약간의 소금으로 간을 하여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향신료를 모아 놓은 피클용스파이스는 웬만한 대형마트에서 파니 한 병 사다 집에 놓아두면 필요할 때마다 요긴하게 쓸 수 있다. 여름의 대표적인 김치는 열무김치나 가지김치 혹은 오이소박이 등이다. 이런 여름김치들은 고춧가루나 마늘, 생강 등 강한 맛을 가진 양념을 주로 쓰기 때문에 아주 강렬한 뒷맛을 남기게 된다. 그런 강렬한 김치가 지겨워질 무렵 상큼하게 입맛을 돋우는 오이피클이 식탁에 오르면 육류 자체의 느끼함이나 기름진 요리의 묵직함을 조금 가볍게 해주는 효과가 있으니 권할 만하다. 서울의 광진구정보도서관에서는 옥상에 텃밭을 일궈 오이를 키우고 있다고 한다. 그 오이를 가지고 피클을 만들고 싶다는 교육 요청이 있어 시식용을 만들기 위해 오이를 사러 나갔다가 임실이 산지인 피클용 오이를 한 무더기 만났다. 반가운 마음에 모두 사가지고 와서 피클을 담갔다. 우리가 장아찌로 부르는 초절임처럼 물과 식초와 설탕에만 의존하고 만드는 음식과는 달리 정향이나 월계수잎, 후추 등의 향신료가 들어가기 때문에 자칫 새콤달콤한  맛이 단순하고 가벼워질 수 있는 것을 깊고 풍성하게 만들 수 있어 좋다. 어느 날 모처럼 마음을 내어 피클을 만들고 싶다면 하루 정도 상온에 두었다가 이틀 정도 냉장보관한 후 먹어보면 꽤 쓸 만한 저장식품 하나가 만들어졌음을 알게 될 것이다. 더위에 지쳐 떨어진 입맛이 다시 살아나고 있음도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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